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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호 2017년 9월] 뉴스 본회소식

"국가 R&D 전략, 예산 투자할 곳은 대학" 차상균 교수 4차 산업혁명 강연

100인 위원회 제2차 자문회의

지난 8월 21일 교수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100인 위원회 제2차 자문회의’에 서정화 회장, 민경갑·이민섭 부회장을 비롯해 100여 동문이 참석했다.


“정권마다 달라지는 국가 R&D 전략, 예산 집중 투자할 곳은 대학”

100인 위원회 제2차 자문회의
차상균 교수 4차 산업혁명 강연

“OK google, Who is the president of Seoul National University?(오케이 구글, 서울대학교 총장이 누구니?)” “Seoul National University president is Nak-in, Sung.(서울대학교 총장은 성낙인입니다.)” 차상균(전기공학76-80) 교수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스피커에 대고 묻자 낭랑한 기계음으로 그에 대한 답이 흘러나왔다.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이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준 것. 그밖에 스케줄 관리·교통 및 항공편 정보·알람·타이머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차 교수는 스마트 스피커가 머지않아 단순한 문답을 넘어 개인 비서 수준의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디지털 접점 확보 땐 모든 산업에서 영향력 우월
현장경험 갖춘 교수 영입해 디지털혁신 인재 양성 필요

산업 경계 허문 플레이어 등장
‘국가발전을 위한 서울대인 100인 위원회’(이하 100인 위원회)의 제2차 자문회의가 ‘4차 산업혁명시대, 한국의 대응방향’을 주제로 지난 8월 21일 교수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100인 위원회는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서울대인의 역량을 한데 모으자는 취지에서 결성됐으며, 지난 2월 23일에는 통일을 주제로 1차 회의를 개최했었다. 이번 2차 회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두 축으로 숨 가쁘게 변화·발전하는 글로벌 흐름을 살피고 그 속에서 조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강연을 맡은 차상균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스마트 디지털 접점을 확보한 자가 모든 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아마존과 페이스북, 우버 등을 혁신 기업의 예로 들며 강연을 시작했다.
아마존은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빅데이터 클라우드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시켜 ‘알렉사’를 개발했다. 알렉사는 대화 모사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으로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파악한 생활습관과 취향에 따라 개인에게 딱 맞는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확대되는 것은 물론이다. 나아가 수집된 정보는 정밀의료 서비스에도 필수적이어서 “아마존이 의료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차 교수는 말했다.

페이스북 또한 딥러닝 기술을 접목시켜 사용자가 공개한 사진·동영상·텍스트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다 정밀한 사회관계망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상업적 마케팅이나 정치적 캠페인의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실시간 영상분석이라는 혁신성이 기존 SNS 빅데이터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공유 경제 모델에 기반한 우버는 자동차 소유자와 사용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에서 자율주행기술의 개발과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시키고 있다.

차상균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그는 모교 빅데이터연구원장을 맡아 4차 산업혁명 아카데미와 도시 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를 설립해 자신이 주장한 디지털 인재 100만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독일·중국의 혁신경쟁 양상
아마존·페이스북·우버에서 보듯 미국의 기업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인재의 선점’ 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차 교수는 페이스북 직원의 수가 최근 10년간 150명에서 1만5000여 명으로 100배 증가했다는 점을 꼽은 데 이어 “6500명 수용 규모의 캠퍼스를 조성 중”이라고 말했다. 우버 또한 임직원이 늘어나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샌프란시스코 본사 주변이 시장 바닥 같았던 지난해 여름의 일화를 들려줬다. 미국의 혁신 기업들은 ‘인재 강박관념’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갈 과학자를 선점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발달된 제조업이라는 강점 때문에 역설적으로 디지털 혁신엔 뒤처졌던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2013년 ‘인더스트리 4.0’을 표방하며 제조업 기반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한 것. 독일의 기술선도 기업인 SAP의 헤닝 카그만 전 CEO가 인더스트리 4.0 전략 수립에 앞장섰으며, SAP 공동설립자인 하소 플래트너의 이름을 딴 연구소가 실시간 SAP HANA 인메모리 플랫폼 기술을 지원하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다.

차 교수는 SAP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02년 실리콘밸리에 그가 설립한 미국법인 TIM(Transact In Memory, Inc.)이 2005년 SAP에 인수됐던 것. 차 교수는 이후 10년간 SAP Labs Korea의 설립자이자 SAP HANA의 공동연구개발 책임자로 일했다. SAP는 2009년부터 HANA를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하는 등 전사적 혁신 과정을 거쳤으며, 차 교수는 이 혁신 과정을 주도해 SAP가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물론 업계 주류로 부상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2017년초 SAP의 회사 가치는 140조원으로 HANA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약 3배 증가했는데, 이는 현대자동차 시가 총액의 4배에 해당된다.

중국은 미국과 독일 두 모델을 흡수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주도의 산업고도화계획인 ‘중국 제조 2025’를 발표, 소재 부품 산업에서부터 반도체·바이오·우주항공 등 모든 제조업 분야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또한 BAT라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중심으로 해외 우수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해 미국의 혁신 기업을 따라잡으며 성장하고 있다.

차 교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젊은 인재들로 꽉 차 있어 놀랐다”며 텐센트에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텐센트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27세, 평균 근속년수는 7년입니다.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회사에서 역량을 키운 후 창업을 합니다. 시장 규모가 점점 더 커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경제 성장의 자극제가 되죠.”

100인 위원회 제2차 자문회의에 참석한 동문들이 차상균 교수의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 제언
서정화 본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나라는 추종전략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이제는 추종자에서 혁신자로 신속히 탈바꿈하지 않으면 우리 후손에게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혁신의 정점이자 총합이라고 역설하면서 이전까지의 산업혁명과 달리 모든 영역과 연관돼 있다고 짚었다. 이는 차상균 교수의 강연과 상통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서 회장은 이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대학의 활약을 꼽았다.

“대학이 개발하고 양성한 최신기술과 젊은 인재들이 산업 전반에 혁신성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한 것. 차 교수 또한 대학과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인문·사회·자연·공학·의학을 아우르는 탈학제적 전문 교육체계가 필요하다”며 학부 전공에 상관없이 데이터사이언스와 파괴적 혁신을 가르치는 허브 형태의 대학원 설립을 제안했다.

차 교수는 미국이 디지털 혁신의 진앙지가 될 수 있었던 비결로 정치적 지각변동에 관계없이 선도적 대학에 일관된 투자를 해온 정부의 공헌을 꼽았다. 구글 창업까지 6년, 그 후 상장까지 다시 6년 도합 12년 동안 스탠퍼드 대학원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꾸준히 지원했던 것. 반면 우리나라는 “정당정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R&D 기조가 바뀌는 일이 반복된다”고 차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UN이 인정한 전자정부 선도국가입니다. 건강보험공단엔 국민의 건강 보험 데이터가, 교육학술정보원엔 초중고 교육 데이터가, 고용정보원엔 국민고용과 실업이력이 축적돼 있습니다. 이러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정책 및 예산기획에 활용하고 실행과정을 추적하면 정부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는 또 글로벌 역량이 더 우수한 거점 대학에 정부 R&D 예산을 분산 투자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모교 빅데이터연구원의 원장을 맡아 ‘4차 산업혁명 아카데미’와 ‘도시 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를 설립해 자신이 주장한 디지털 인재 100만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