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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2017년 8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 책 : 김경동 사회학과 명예교수 ‘근대화와 발전의 대안적 담론(영문)’ 등 3권

서구의 눈을 벗어나 동아시아 근대화를 바라보다

화제의 책


서구의 눈을 벗어나 동아시아 근대화를 바라보다




‘근대화와 발전의 대안적 담론(영문)’ 등 3권
김경동 모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폴그레이브 맥밀런 출판사·각권 99.99달러



근대화의 개념은 서구에서 비롯했고, 그 담론 또한 서구 사회과학에서 유래했다. 그렇기에 세계 각국의 근대화와 발전은 지금껏 서구 사회과학의 눈을 통해 이해해왔다. 동아시아 지역 또한 마찬가지다.


김경동(사회55-59) 모교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세 권의 영문 학술서를 펴내며 이에 반문을 던졌다. 1960년대부터 동양 사상에 기초해 동아시아의 근대화와 발전을 설명하는 대안적 사회과학 이론을 연구하고 제창해온 그다. 일생의 연구를 집대성해 펴낸 책의 제목은 ‘근대화와 발전의 대안적 담론(Alternative Discourses on Modernization & Developments)’, ‘한국의 근대화와 불균형 발전(Korean Modernization and Uneven Development)’, ‘유교와 동아시아 근대화(Confucianism & Modernization in East Asia)’.


김 동문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근대화는 서구 기술과 문화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공업화·서구화했다는 식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 근대화 후발사회인 비서구 지역은 고유한 문화적 전통에 따른 정치적, 문화적 선택을 통해 ‘적응적 변동’을 시도하고, 이를 통한 독자적인 근대화를 경험하면서 각 사회의 특수한 근대성을 형성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주역(周易)에서 찾은 한계, 중용, 유연성과 적응성을 중시하는 음양 사상을 설명에 활용했다. 그는 “이같은 대안적 담론은 우리사회를 이해하는 데 서구이론보다 우리의 특이한 문화적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학문의 토착화 내지 문화적 독자성을 추구하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근대화와 발전의 대안적 담론’에서 세운 이론으로 나머지 책에서는 한국사회의 근대화를 해석하고 동아시아 전통사상체계인 유교가 이 지역의 근대화에 작용한 양상을 살펴봤다. ‘인정, 흥, 신바람, 한(恨), 기(氣), 명분, 눈치’ 등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일상어도 한국 사회 변화를 분석하는 데 쓰였다. 가령 집단적으로 축적된 ‘한’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됐다면 ‘흥’은 이를 가속화했다. 우리의 근대화가 불균형적인 발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서구의 기독교 윤리만큼 동아시아의 경제개발에 유교의 영향이 컸을 거라는 서구 학자들의 분석에 피상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중일 3국의 변화를 정밀하게 비교분석한 결과 삼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유교를 정치화하는 시도 또한 서로 달랐다. 우리나라 실학유교가 자주적인 근대화를 시도했으나 정치적 이유로 실패한 사례로서 다산 정약용의 삶을 소개한 점이 인상 깊다. 인간주의적인 사회를 회복하기 위해 유교의 덕목을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처방도 제안했다. 마침 김 동문의 고향이 유교적 기풍 강한 안동이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석사, 코넬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동문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 재직 당시 동료 교수들에게 유교와 도교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동양적 대안 이론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1977년 모교에 부임해 더욱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평생 연구의 결실을 서구 학계의 한복판에 자신 있게 내놓은 그가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