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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호 2017년 7월] 기고 에세이

스타벅스 없는 부탄, 행복지수 1위인 까닭

윤기향 교수
스타벅스 없는 부탄, 행복지수 1위인 까닭


윤기향

법학65-69
애틀랜틱대(FAU) 종신교수


사람들은 한 나라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흔히 GDP(국내총생산)을 생각한다. 본인의 저서 ‘시가 있는 경제학’은 “샹그릴라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부탄 정부가 개발한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GNH)지수를 소개했다. 이 지수는 부탄 정부가 정책수행을 위해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수다. 이 지수는 7개의 항목을 종합해서 국민총행복도를 구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적 건전성 △환경적 건전성 △육체적 건전성 △정신적 건전성 △직장에서의 만족 △사회적 건전성 △정치적 건전성 등이다. 부탄 정부는 실제로 GNH지수를 사용해 그 나라의 광물자원 채광이 얼마나 국민행복에 도움이 되는지를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셉 스티글리츠도 부탄의 GNH지수에 관해서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티글리츠뿐만 아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부탄 국민총행복지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이 부탄형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해 연내까지 이를 도입하도록 지시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는 단순한 지수 개발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중심을 국민 ‘삶의 질’에 두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부탄은 제임스 힐턴이 1933년에 발표한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 나오는 이상향인 ‘샹그릴라(Shangri-La)’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부탄의 1인당 GDP는 2013년 2,633달러로 세계에서 123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29위)의 2만5,975달러, 미국(9위)의 5만3,001달러, 그리고 세계 평균인 1만486달러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탄은 행복지수의 조사에서 매번 세계 5위 안에 드는 이변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한 국민행복지수 순위에서는 1위를 차지했는데 국민 100명 가운데 97명이 행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이 조사에서 67위를 차지했다. 이는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절대적 기준이 되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으며 GDP가 행복도를 측정하는 지표로서는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부탄은 아직 스타벅스가 들어가 있지 않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 스타벅스 본사의 영업방침일 수도 있지만 부탄 정부가 정신문화의 후퇴를 염려해서 취한 조치일지도 모른다. 스타벅스는 현대 물질문명의 상징이다. 부탄 정부는 물질문명이 부탄 국민의 정신문화를 너무 앞질러가는 것을 염려했을 수도 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한참 달리다가 잠시 서서 자기가 달려온 길을 되돌아본다고 한다. 본인이 휴식을 취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말에게 쉼을 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 말이 너무 빨리 달려 혹시 따라오지 못한 영혼이 있을까봐 이를 기다리기 위한 멈춤이다. 물질만능주의를 향해 그동안 빨리빨리 달려온 우리들에게도 이런 멈춤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