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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호 2017년 5월] 기고 에세이

스승의 날 카네이션도 달아줄 수 없어서야

노재봉 수필가·전 자양고 교장 에세이
동문기고

스승의 날 카네이션도 달아줄 수 없어서야

노재봉 국어교육59-63 수필가·전 자양고 교장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한 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라는 ‘3·5·10룰’이 생기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바람직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조차 법 위반이라면 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교수님한테 캔 커피 드리는 것이 어디에 근거해서 위반이냐?”고 따졌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과도한 해석으로 곳곳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영란법을 통해 우리나라가 부패 없는 깨끗한 사회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은 없다. 이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관행으로 이루어졌던 가벼운 부정청탁이 없어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로 우리의 미풍양속(美風良俗)까지 없애려는 것은 없어야 하겠다.

국민권익위원회, 법제처 등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 법령해석 지원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권익위의 유권해석과 지나친 법 해석 등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탁금지법이 하루 빨리 정착하여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만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지 못하게 하거나 교수에게 캔커피도 주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전에 서당에서도 책을 떼면 ‘책씻이’ 또는 ‘책거리’라고 하여 떡과 술을 빚 선생님을 대접하였다. 지금은 순수한 마음에서 선생님에게 드리는 선물이라도 받으면 큰 죄인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회풍토가 아쉽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선물이 생각난다. 세광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두루마기 차림의 아저씨가 교실로 들어와 어색한 몸짓으로 자식을 잘 가르쳐주어 고맙다며 계란 한 꾸러미를 내밀었다. 아마 집에서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일 것이다. 달걀 10개를 짚으로 만든 꾸러미! 선생님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담은 선물을 받고 교사의 보람을 느꼈다.

요즘은 ‘선생은 있으나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으나 제자는 없다’고 한다. 스승은 사회를 책임지고 교사는 자기 학교만 책임진다고도 말한다. 전에는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교사로서의 자부심도 있었고, 스승의 날 제자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면 뿌듯한 보람도 느꼈다. 그러한 스승과 제자의 만남 속에서 바른 교육이 이루어진다. 1960년대에는 박봉 속에서도 긍지를 가지고 학생을 가르쳤다.

필자가 자양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한 3년 동안 학생의 신고를 받고 두 번이나 경찰관이 교장실로 찾아온 일이 있다. 선생님이 때린다고 학생이 신고한 것이다. 조사해 보니 별것도 아닌데 나는 비애를 느꼈다. 이러한 교육환경에서 선생님의 권위가 서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