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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호 2017년 5월] 문화 신간안내

이대열 예일대 석좌교수 '지능의 탄생’ 출간

‘왜’라고 묻다보니 뇌가 보였다
저자와의 만남

‘지능의 탄생’ 쓴 이대열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



“인공지능 시대의 문턱을 넘기 위한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지능의 본질을 이렇게 독창적이고 명쾌하게 설명한 책을 나는 읽어본 적이 없다.” (장대익 모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이대열(경제85-89)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가 최근 출간한 ‘지능의 탄생’(바다출판사)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 교수의 첫 저서인 이 책은 생명의 진화 과정에서 지능이 어떻게 출현했는지, 뇌와 같은 신경계가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살펴본다. RNA부터 DNA, 세포와 뉴런까지 생명의 진화사를 전반적으로 훑어가며 생물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퀴벌레나 해파리, 예쁜꼬마선충 등 다양한 동물의 사례를 보여준다. 이 교수는 신경과학과 경제학, 그리고 심리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인간 지능의 다양한 면모를 탐색함으로써 학문의 진정한 융합을 보여준다.

뇌 과학 연구 원로인 조장희(전자공학55-60) 동문은 이 교수를 ‘21세기형 융합 인재의 모델’이라고 평한다. 경제학, 심리학, 생물학, 뇌과학 등 학부, 석사, 박사 전공이 모두 다르다. 서면 인터뷰에서 이 동문은 “인간의 의사결정, 행동을 연구하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왜’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생겼다”며 “더욱 근원적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을 최종 승인하는 뇌에 대해 연구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의 세부 연구 분야는 신경경제학이다. 신경경제학은 뇌 실험을 통해 경제학적 ‘효용’과 관련된 인간의 선택을 분석하는 학문으로 ‘인지신경학’의 한 분야다. 뇌의 진화를 설명하면서 주인-대리인 관계라는 경제학의 모델을 사용하는 식이다.

뇌 연구자로서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소위 기술적 특이점같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은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라고 묻다보니 뇌가 보였다

“그 이유는 지능이란 근본적으로 자기복제를 핵심으로 하는 생명현상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적 능력의 여러 측면에서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는 시점이 오더라도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자기복제를 시작하지 않는 한 인공지능은 인간을 본인(주인)으로 하는 대리인의 자리를 지키게 될 것입니다. 유전자와 뇌 사이에 본인(주인)-대리인 관계가 성립되었듯이 인간이 인공지능을 관리하는 역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관계도 본인(주인)-대리인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겁니다.”

현재 이 교수가 사용하는 예일대 연구실은 세계적인 뇌 과학 연구자였던 고(故) 패트리셔 골드먼 래킥(Patricia Gold-man-Rakic)이 사용하던 곳이다. 그는 전전두피질의 전기회로망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연구한 학자로 뇌 과학 연구의 선구자다. 2003년 7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공석이 생겼고 그 자리에 당시 40세 초보 교수였던 이 동문에게 기회가 왔던 것.

“제가 살면서 받은 가장 큰 복이 바로 골드먼 래킥 교수의 연구실을 물려받은 겁니다. 그만큼 겸허하게 노력해, 이 분야 연구에 한 획을 그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동문은 모교 졸업 후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 일리노이대 대학원에 진학해 신경과학을 전공했다. 고양이의 뇌에서 시각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네소타대 생리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원숭이의 대뇌피질을 연구했다. 현재 예일대 신경과학과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강화 학습과 경제적 선택에 있어 전전두피질과 기저핵의 역할에 관심이 많다. ‘사이언스’, ‘네이처’, ‘뉴런’, ‘신경과학 저널’과 같은 국제적인 저널에 90편 이상의 논문들을 발표했다. ‘신경과학 저널’의 편집자로 활동 중이며, 뉴로게이저의 공동창업자 및 최고과학책임자이기도 하다. 김남주 기자


이대열 예일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