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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호 2017년 4월] 인터뷰 신임 동창회장 인터뷰

윤완석 관악극예술회장 "70년 모교연극, 더 큰 힘 필요합니다"

이순재·김명곤·정진영 등 배출…재정안정 위해 기금조성 나서
윤완석(경제73-77) 관악극예술회장 인터뷰

"70년 지속된 모교연극, 더 큰 힘 필요합니다"

이순재·김명곤·정진영 등 배출
재정안정 위해 기금조성 나서


서울대학교에는 연극영화과가 없다. 그러나 이순재(철학54-58), 김명곤(독어교육71-76), 정진영(국문83-89), 황석정(국악89-93) 등 유명 배우들이 모교 출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동문 또한 없다.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학생 자치활동으로 이어져오면서도 한국 연극계에 한 획을 그었던 모교 연극회가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영광의 역사를 뒤로 하고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윤완석(경제73-77) 관악극예술회장을 3월 17일 서대문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70년 동안 22개의 교내 연극회가 활동했고, 1만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제작·공연한 연극도 1,000편이 넘어 국내 다른 대학은 물론 다른 어떤 극단도 범접할 수 없는 방대한 업적을 남겼지요. 1950∼60년대엔 해외 고전희곡의 공연과 신조류 연극을 도입해 관객들에게 소개했고, 1960년대 중반부턴 한국 최초로 창작극운동을 주도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엔 ‘마당극’을 열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죠. 현재까지 대학로 대표극단으로 남아 있는 ‘연우무대’ 또한 우리 연극동문들이 창단한 극단입니다.”

지난해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공연된 ‘법대로 합시다!’는 모교 연극회의 이러한 실험정신에서 탄생했다. 셰익스피어 원작 코미디 ‘Measure for Measure’를 마당극 형식으로 번안한 ‘법대로 합시다!’는 동서양의 연극 양식이 어우러진 독창적인 공연이었다. 연극뿐 아니라 탈춤, 판소리, 풍물패, 뮤지컬 등 극예술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기 위해 확대·개편된 ‘관악극예술회’의 첫 프로젝트로서 안성맞춤이었다.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만큼 서울대 연극회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1947년 ‘악로’를 공연한 ‘국립대학극장’이 ‘총연극회’로 변신했고, 1963년부터 단대별로 연극회가 창단되더니 1972년 가정대연극회를 마지막으로 18개 단과대학 모두 연극회를 갖추는 전성기를 맞기도 했지요. 1975년 관악캠퍼스로의 이전과 1970~80년대 정치적 격동에 따라 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각 연극회들은 매년 두세 차례씩 꾸준히 공연을 해왔습니다.”

개교70주년 기념연극 '법대로 합시다!'의 배우와 연출진들이 다함께 포즈를 취했다.



오늘날 서울대 연극회는 총연극회 및 경영대·농생대·미대·사회대·수의대·자유전공·치의전 등 8개 단과대학 연극동아리로 나뉜 이원적 시스템을 띠고 있다. 매년 2~3회 공연을 펼치는 전통은 여전해 해마다 모교 연극회의 이름으로 20편 전후의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또한 공연 예술의 다양한 발전에 발맞춰 뮤지컬 동아리 ‘Let Me Start’, 탈춤 ‘마당패 탈’, 판소리 ‘추임새’ 등 기타 공연예술 동아리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학연극은 수익성과 관계없이 공연활동을 합니다. 때문에 상업극단과 달리 사회적·역사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일찍부터 기여해왔죠. 모교 연극회도 전쟁의 참상, 독재의 횡포, 민주주의의 결핍 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작품으로 창작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회의식이 담긴 작품은 위축되고 흥미 위주의 작품들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어요. 설상가상 임대료가 비싸 극장들은 변두리로 밀려나고, 술집들만 대학가에 즐비하죠. 연극계의 순수 예술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상업극단이 시도하기 힘든 우수 고전희곡 및 창작극을 공연해온 관악극회도 제작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동문들의 재능기부로 연극을 올리지만, 대관료·무대장치·의상·조명·음향·홍보 등 사전에 필요한 제작비만 수천만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악극회는 서울대 동문극단으로 알려져 정부 보조금을 신청할 수 없는 제약을 받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동문 여러분께 ‘관악극예술기금’ 조성을 제안 드립니다. 관악극예술기금은 ‘연극 및 전통예술 강습’을 통해 동문들이 직접 무대에 서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며 한국 공연예술의 인문학적 성향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공연포스터, 입장권, 리플렛 등으로 동문 기업이나 개인을 알렸던 기존의 홍보 효과 외에도 ‘다문화아동연극교실’ 등 총동창회와 동문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습니다. 또한 세금혜택을 받으실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출 예정입니다. 모교 극예술이 70년 후 더욱 찬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도록 동문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