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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호 2017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60대 중반에 늦둥이 딸 얻은 고 원 명예교수

“아버지의 양육은 시대적 요청”
은빛인생 60대 중반에 늦둥이 얻은 고 원 명예교수

“아버지의 양육은 시대적 요청”


“늦둥이 딸 양육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월호 동창신문에서 진행한 ‘모교 정년퇴임 교수 인터뷰’에서 고 원(독문69-73) 독어독문과 교수가 내놓은 서면 답변이다. ‘늦둥이 딸? 60대 중반에 어떻게?’ 노년의 동문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연이 궁금했다. 2월 27일 모교 관악캠퍼스 복합예술동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스님처럼 짧은 머리에 비니를 쓴 모습이 젊게 느껴졌다. “입양했나요?” “아닙니다.” “실례지만 사모님 나이가?” “30대 중반 좀 넘었어요.”

지난해 얻은 딸은 곧 돌을 맞는다. 고 교수는 아이의 재롱에 요즘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지금 한국에서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시대적 요청이라고 생각해요. 전업으로 하게 됐으니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

고 교수가 유학시절 본 독일 가정의 아버지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아내뿐 아니라 아이들도 똑같이 사랑하며 시간을 할애하고 어울렸다. 그리고 대학 갈 나이가 되면 미련 없이 독립시켰다. 고 교수는 그렇게 딸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늙은 아버지를 창피해 할 나이가 되면 한 발짝 물러나고. 그의 삶이 궁금해졌다.

“독일 유학 때 결혼해서 큰 딸이 지금 독일에서 대학을 졸업했어요. 이혼 후 한국에서 재혼, 삼혼까지 한 셈이죠. 지금 95세 노모도 모시고 있고요. 사별을 한 지인이 ‘재혼을 하고 싶은데, 아이들이 반대해서 망설여진다’고 그래요. ‘네 감정에 충실하라’고 했죠. 저는 그렇게 살았어요.”

인터뷰 중인 고 원 명예교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가 국립 서울대 교수로 지내며 답답한 것은 없었을까. 고 교수는 “지난 21년 교수 생활이 행복했다”고 답했다. “글 쓰고 책 읽고 우수한 학생들과 토론하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구체시 등 언어적 실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려고 노력했지요.”

고 교수는 구체시라는 장르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구체시는 ‘예술과 문학의 중간에 있는’ 새로운 어떤 것. 독일 흰펠트(Hunfeld) 현대미술관의 ‘구체시 공공예술 설치 건물’에 그의 구체시 ‘바다, 배 그리고 사람’이 한글로 설치돼 있다. 구체시 외 오스트리아 소설가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1권을 번역하기도 했다.

“아이 키우면서 구체시 창작, 번역은 계속 해야지요. 구체시, 번역 책이 어렵다 보니 독자가 많지는 않아요. ‘특성 없는 남자’도 500부가 팔리지 않았어요. 반응이 있어야 2권을 번역할 텐데…,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니까 계속 할 겁니다.”

그는 최근 구체시 소설 ‘문맥(이응과 리을)’을 출간했다. 그의 삶을 더 알고 싶은 독자라면, 구체시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다면 일독을 권한다. 김남주 기자

구체시 ‘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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