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7호 2017년 2월] 뉴스 기획
“졸업이 쉽다고요? 우리는 아닙니다” 각 학과 졸업 어떻게 하나
기획-졸업 그리고 취업
“졸업이 쉽다고요? 우리는 아닙니다”
각 학과 졸업 어떻게 하나
서양사·동양사 논문 심사 철저
한 교수가 논문을 휙 던졌다. “이런 걸 졸업 논문이라고…” 심사 교수는 대노했다. 지난해 12월 서양사학과 졸업 논문 심사 자리에서다. 해당 학생은 이미 취업이 결정된 상태. 취업난이 사회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졸업을 보류시키지는 못했지만 참석한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줬다는 후문이다.
입학은 어렵고 졸업은 쉬운 환경에서 서울대 몇몇 학과의 까다로운 졸업 제도가 눈길을 끈다. 청년 실업난이 가중되면서 대학교육은 단지 취직을 위한 수단으로 역할이 더 축소되고 있지만 교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움직임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재학생들 사이에서 서양사학과와 동양사학과는 졸업시험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학과로 손꼽힌다. 지난해 12월 열린 졸업 논문 심사에서 졸업 논문을 발표한 서양사학과 학생은 “한 학기 동안 ‘서양사연습’이라는 과목을 수강하며 졸업논문을 작성하지만, 졸업논문 발표회 직전까지 수정함에도 심사하는 교수님들께 문제점을 지적받는다”며 “글이 미흡하면 졸업 전까지 수정하거나 다음 학기에 다시 발표한다”고 말했다.
동양사학과도 사료를 읽고 주제를 설정해 논문을 작성하기 때문에 졸업시험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양사학과 한 교수는 “동양사학과 학생은 한문과 중국어나 일본어로 쓰인 사료를 읽을 수 있어야 졸업논문을 작성할 수 있다”며 “양질의 논문 작성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학과의 전통”이라고 답했다. 올해부터 동양사학과는 매 학기마다 열린 졸업논문 발표회를 연 1회 시행할 예정이다.
인문대학의 어문학과 전공생들은 수업시간에 읽은 작품이나 언어학 소재를 바탕으로 종강 전에 졸업논문을 발표한다.
지난 학기에 불어불문학과에서 졸업논문을 발표한 박정은(자유전공11입) 졸업생은 “종강 전에 교수님들과 졸업생들 앞에서 자신이 선택한 작품에 대한 소논문을 발표하며, 수업 시간에 제출하는 과제의 내용보다 주제를 좁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인문대 외 이공계 단과대학에서도 졸업요건으로 논문을 요구한다. 올해 졸업하는 신현우(수리과학08입) 학생은 “문과 계열과 달리 수리과학부는 수식을 이용해 논문을 작성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산업공학과 졸업생은 “교수님과 상의해 논문주제를 결정하고 2주에 한 번 피드백을 받아 논문을 작성하지만, 졸업발표회에서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간단하게 발표한다”고 말했다.
소위 예체능이라 불리는 음악대학과 미술대학, 체육교육과의 졸업방식은 어떨까? 음악대학의 경우 기악과와 작곡과는 졸업 실기시험을 치르지만, 이론과는 논문을 작성한다. 미술대학의 디자인전공 관계자는 “학생들은 졸업작품을 1년 동안 준비하며, 12월에 미술대학 내 모든 과에서 졸업작품 전시회를 열어 발표한다”며 “졸업 심사기준이 까다로워 매년 졸업 탈락자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내 유일한 체육 학과인 체육교육과에서는 별도의 논문작성 없이 체육종목에 대한 실기시험을 치른다.
김성구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