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67호 2017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27년 만의 모교출신 프로 축구선수 이건엽

90대 1 경쟁 뚫고 성남 입단, “모교 축구부에서 힘 길렀다”

서울대 축구부 시절 이건엽 선수의 훈련 모습


27년 만의 모교출신 프로 축구선수 이건엽
90대 1 경쟁 뚫고 성남 입단, “모교 축구부에서 힘 길렀다”


27년 만에 서울대 출신 프로 축구선수가 나왔다. K리그 팀 성남 FC의 이건엽(체육교육13입) 선수가 그 주인공. 이 군은 지난 12월 성남FC가 연 신인 선발 공개 테스트에서 271명의 지원자 가운데 최종 3인으로 뽑히며 프로팀 입성의 기쁨을 누렸다. 1988년 황보관(체육교육84-88) 동문, 1989년 양익전(체육교육85-90) 동문의 프로축구 진출을 잇는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대 축구부도 모처럼 경사를 맞았다.

설 연휴를 앞둔 1월 26일 이 군의 고향인 전주에서 그를 만났다. 새해 초부터 이 군은 팀의 동계 전지훈련지인 남해와 목포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2월 스페인 전지훈련으로 이어지는 일정 중에 명절을 맞아 짧은 휴가를 받았다고 했다. 당일 오후까지 연습 경기를 치르고 와 피곤할 법한데 “부모님이 운전하시는 차 안에서 눈을 붙였다”며 밝게 웃었다. 첫 훈련 소감을 물었다.

“힘들지만 재밌습니다. 학교에서 운동하던 것보다 육체적인 강도는 높지만 늘 꿈꿔왔던 생활인 만큼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려 해요. 함께 들어온 신인 동기, 선배들과도 많이 친해지고 빼곡한 팀 스케줄에도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 군의 포지션은 윙어(측면 공격수). 스스로도, 팀에서도 스피드와 드리블을 강점으로 꼽는다. 중앙과 측면의 2선 공격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구 명문고인 보인고를 졸업하고 대학 리그 약팀인 서울대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기에 ‘노력파’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매일 이기던 팀’에 있다가 대학에선 ‘매일 지는 팀’에서 뛰는 게 처음엔 힘들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제 자신이 많이 부족하단 걸 느꼈습니다. 팀 훈련 외에도 개인 기량을 쌓기 위해 더 많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군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스포츠를 접했다. 전북 현대 유소년 육성반에서 축구의 재미를 느끼고 중3때 축구부가 있는 서울의 학교로 전학해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그는 “축구를 하기 위해 학교를 옮길 땐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마음도 아팠다”며 “꼭 축구 선수가 되겠다는 고향 친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축구 선수의 꿈을 향해 달렸지만 이 군은 운동과 공부 사이에서 한시도 균형을 잃지 않았다. 꼬박꼬박 7교시까지 수업을 들었고, 고3 때는 축구부 훈련을 마친 후 밤늦도록 다른 수험생들과 함께 수능 준비를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공부를 포기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독려에 더욱 의지를 불태웠다. 내신과 수능 성적, 실기를 두루 보는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모교에 합격해 입학 첫 해 대학 리그에서 네 골을 넣었다.

작년 대학리그서 4골 2도움
학점 3.9점, 공부하는 선수

모교 축구부에서 이 군처럼 고등학교 때 정식 선수로 뛴 선수는 손에 꼽힌다. 축구 선수 지망생으로서 서울대 진학에 고민은 없었을까. 그는 “학업적으로 최고의 대학을 가고 싶은 마음에 모교를 지원했다”며 “축구는 가서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마지막 학기 휴학 중인 그의 지난해 평균 학점은 4.3점 만점에 3.9점. 동시에 대학 리그에서 골 4개, 도움 2개를 기록했다. 이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무엇보다 모교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친구들이라며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는다.

“서울대에 온 건 제 인생 최고의 선택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았거든요. 친구들과 축구부 동기들은 제가 항상 축구 선수를 꿈꾼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매일 ‘너 언제 프로 팀 갈 거야’ 하고 응원해줬죠. 입단이 결정됐을 때도 정말 많이 축하해줬어요.”

이 군은 모교 축구부에 그처럼 프로 진출을 꿈꾸는 학생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남 FC 테스트를 권유한 이인성 축구부 감독, “늘 축구부 학생들의 편에서 어떤 의견이든 귀 기울여 주신” 체육교육과 김의수 명예교수, 정철수·김명환 교수 등 모교의 고마운 어른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이건엽 선수가 인터뷰 중 밝게 웃고 있다.




이 군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먼 훗날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행정가로 일하고 싶다는 꿈을 전해들은 터였다. 예상을 깨고 돌아온 답은 “변함없이 축구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프로팀에 들어온 후 ‘쉽지 않다’고 느끼는 때가 많습니다. 전국에서 잘하는 사람들만 모인 곳에서, 더군다나 신인인 제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확률이 그리 높진 않아요. 축구선수는 운동장에서 뛸 때 가장 행복한 직업이잖아요. 만약 잘 뛰지 못한다면 제가 많이 힘들어 하고 어려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축구를 계속 좋아하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테니까요.”

이 군의 소속팀 성남 FC는 올 시즌을 K리그 2부인 챌린지 리그에서 시작한다. ‘까치 구단’이 별명으로 홈 구장은 탄천종합운동장이다. ‘반드시 클래식 리그로 올라가자’며 활력 넘치는 분위기 속에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선배님들께서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후배가 되고 싶다”며 눈을 빛내는 이 군. “지금까지 해왔듯이 축구를 즐기며 선수 생활하겠다”는 그의 모습을 지켜볼 시간이다.

  박수진 기자 

                     




연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