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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호 2016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이영우·이찬재 동문, 글·그림에 손주 사랑 담아

얘들아, 사랑해…지혜를 담은 따뜻한 글·그림

손주들에게 특별한 사랑 전하는 두 동문
얘들아, 사랑해…지혜를 담은 따뜻한 글·그림


사랑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연말연시다. 소중한 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카드 한 장 건네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시기. 세밑 찬 바람에도 마음만은 훈훈한 이유다.

남다른 방식으로 지극한 손주 사랑을 표현한 ‘할아버지’ 동문들이 화제다. ‘할아버지의 선물’ 저자 이영우(경제57-62) 학교법인 이화학원 이사장과 손주들을 위한 그림 SNS를 운영하는 이찬재(지구과학교육61-65) 브라질지부 회장이 그 주인공. 두 동문은 멀리 타국에 있는 손주들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각각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 옛날 무릎에 앉혀 들려주던 이야기를 이메일과 SNS 같은 첨단 매체로 전하는 ‘신세대 할아버지’들이다.


이영우 동문, 매주 격언 이메일

이영우 동문



이영우 동문은 지난 2011년부터 매주 한 통씩 미국과 홍콩에 사는 손주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삶의 지혜가 담긴 격언과 속담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내용이다. 오랜 시간 인류의 길잡이가 되어준 금언들이 손주들의 앞날에도 빛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했다. 한국외환은행 뉴욕·런던지점 등에 재직하며 오랜 해외 생활을 해온 그는 모든 글을 영어로 적었다.

이 이메일들을 묶어 최근 책 ‘할아버지의 선물(영문판 Grandfather’s Gift)’을 펴냈다. “손주들에게 보내던 소박한 정성과 마음을 세상의 다른 아이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 계획에 없던 출간을 결심한 것. 짧은 금언 아래엔 ‘어린 시절 아름다운 기억들을 많이 쌓아두어라. 네 마음속 영원한 보석상자가 되어 줄 거야’, ‘어려서부터 평생 떳떳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얼굴을 만들어라’ 등 자상한 당부를 덧붙였다. 혹 ‘잔소리’가 될까 조심스럽게 고르고 다듬은 말들이다.


이영우 동문이 손주들에게 메일로 보냈던 격언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손주들의 답장은 할아버지가 계속 메일을 보낼 수 있는 힘이 됐다. 첫째와 둘째 손주 단 두 명으로 시작한 독자는 글을 배우고 이메일 주소를 만든 어린 손주들이 합류하면서 다섯으로 늘었다. ‘할아버지가 보낸 격언으로 에세이를 써서 칭찬받았다’는 큰 손주의 말도 보람이 됐다.

“손주들이 자랄수록 내 몸집은 작아지지만 늙음이 서글프지 않다. 더 늙은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들을 올려다보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는 이 동문.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을 지낸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바쁜 가운데에도 앞으로 손주들이 연애하고, 결혼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데 힘이 되도록 ‘할아버지의 선물’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찬재 동문, SNS로 그림 선물

이찬재 동문(왼쪽)과 안경자 동문



1981년 브라질로 이민해 살고 있는 이찬재 동문. 그는 한국과 뉴욕에 사는 손주들을 위해 붓을 들었다. 2015년부터 SNS인 인스타그램(ID: drawings_for_my_grandchildren)에 올린 그림들이 최근 영국 BBC에 소개되면서 국내외에 화제가 됐다.

이 동문은 브라질에서 은퇴 후 부인 안경자(국어교육61-65) 동문과 손주들을 돌보는 낙으로 살았다. 딸과 아들 가족이 한국과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매일 직접 운전해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즐거움도 사라졌다. 무기력해진 아버지가 걱정된 아들은 “손주들을 위해 그림을 그려서 SNS로 공유해보라”고 제안했다. 어린시절 이 동문이 자신에게 그림을 그려주던 기억을 떠올린 것.

이메일도 사용하지 않던 이 동문이었다. 새로 배우는 일에 거부감이 컸다. 그러다 셋째 손주를 얻으면서 ‘손주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언젠가는 지켜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에 근무하는 아들의 ‘특훈’을 받아 SNS를 익혔다. 그림 실력도 갈수록 일취월장해 채색과 표현 방식이 다양해지고 하루 한 장씩 그려낼 정도로 속도도 붙었다.


이찬재 동문이 손주에게 그려준 그림 중 하나.



이 동문이 그림을 그리면 부인 안 동문이 어울리는 글을 붙였다. 발차기하는 아이들 모습에 ‘애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겠지?', 한옥 그림에 ‘아파트에서만 살아본 우리 손자들 전통 한옥을 모를 거다’ 등. 이렇게 올린 그림 400여 점 속에 갓난아기였던 손주가 일어나 앉고, 서고 뛰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어느새 인스타그램 팔로워 8만명, 페이스북 ‘좋아요’ 3만 건을 돌파했다.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는 말처럼 두 동문 ‘할아버지’는 타국의 어린 손주들에게 사랑을 전하려 나이를 잊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들, 또는 그리운 사람에게 한 해를 마무리하며 사랑이 담긴 편지 한 장 써보는 것은 어떨까. ‘매듭달’ 12월을 맞아 두 동문의 이야기를 되새겨볼 법하다. 박수진 기자


▽이찬재 동문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https://www.instagram.com/drawings_for_my_grandchildren/

▽이찬재 동문의 이야기가 담긴 페이스북 동영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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