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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2016년 10월] 문화 신간안내

저자와의 만남 : 최종고 명예교수의 그림과 글로 되돌아본 캠퍼스 인생 50년

모교 캠퍼스 담아낸 시화집 ‘캠퍼스를 그리다'


최종고 모교 법학과 명예교수

그림과 글로 되돌아본 캠퍼스 인생 50년


캠퍼스를 그리다

관악·10,000원


모교 캠퍼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시화집이 최근 출간됐다. 대학원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최종고(법학66-70) 모교 법학과 명예교수의 ‘캠퍼스를 그리다(관악)’가 바로 그것. 정감어린 그림과 글로 관악캠퍼스와 옛 동숭동에 대한 추억을 불러오는 한편 미처 알지 못했던 정보를 들려준다.


올해 고희를 맞은 최종고 교수는 ‘유명교수가 죽으면 캠퍼스의 다람쥐가 된다’는 이야기를 곱씹으며 틈나는 대로 캠퍼스 곳곳을 그림과 글로 기록해 왔다. 최 교수는 동숭캠퍼스에서 법대생으로, 관악캠퍼스에서 교수로, 정년퇴임 이후에도 여전히 명예교수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평생을 서울대와 벗하고 있다.


책은 ‘박정희 대통령께서 친히 발파하시니 박수를 크게 쳐라 했다’는 1971년 관악캠퍼스 기공식 날의 풍경으로 시작한다. 이어 낙성대 파출소 옆 맥줏집 ‘물망초’에 대한 추억을 그리는(물망초 시절) 한편 관악캠퍼스 교수회관 아래 탄넨바움 숲이 있고(전나무숲 캠퍼스), 인문대 울타리로 실개천이 흐른다(실개천)는 정보도 제공한다. 2부 ‘동숭동 옛 캠퍼스’에서는 혜화동 로터리 분수와 회상의 구름다리를 복원한다. 3부에서는 ‘서울대, 서울대인에 대한 생각’을 22편에 담았다. 아크로폴리스 마당이 시멘트바닥으로 된 사연(귀환의 보도블럭), 정문 인근 느티나무가 고사한 후 목각작품으로 환생해 교수회관 로비에 전시돼있다 사라졌다(사라진 느티나무)는 내용은 취재욕을 불러일으킨다.


김병종 미대 교수는 “너무도 분망하게 살아 소중한 줄 모르고 스치고 지나쳤던 캠퍼스의 풍경과 인연들이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오롯이 다시 살아나고 보이게 된다”고 책 소감을 밝혔다.


지난 9월 21일 서울대 교수 문인서화전에서 만난 최종고 교수는 “시 한 편 한 편을 수준 높은 작품으로 만들려는 의도보다는 캠퍼스의 자연과 사연을 함께 즐겨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본 대로 기록해 둔 것이 시같이 됐어요. 괴테의 기회시(Gelegenheitsdichtung)라고 할까요. 대학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하는데 한국에서는 캠퍼스 시화집을 본 일이 없어요. 서울대 학생들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대학 캠퍼스가 평생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노벨상을 받은 수학자 파인만, 대문호 괴테, 헤르만 헤세, 귄터그라스는 화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법학통론’ 저자로 유명한 최 교수 역시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미술관, 예루살렘 한국문화원에서 드로잉 전시회를 가질 만큼 그림 실력이 상당하다. 서울대 교직원 수묵화반에서 수묵화를 배우며 2년마다 열리는 서울법대 동창미전에도 열심히 참가한다. 김병종 교수는 “법학자이자 문인이며 동시에 화가인 최 교수는 가히 시서화 삼절의 경지에 서있는 분이라 할 만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최종고 교수는 자서시를 통해 예술에 대한 관심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술도 많이 하고 강연도 하였으나/ 언제나 마음엔 허전한 갈증/ 한 줄기 생수 같은 것 그리웠다/ 정년 후 ‘선인생 후문학파(先人生 後文學派)되어/ 시와 그림, 노래로 뮤즈를 따라 살며/ 파우스트처럼 실수하면서도 구원되고/ 지바고처럼 혼미 속에 시를 남기려 한다’


그는 “한 번 주어진 인생을 좀 더 풍부하고 향기롭게 살다 죽고 싶다”고 했다.


최 교수는 모교에서 33년간 법사사상을 가르쳤다. 저서로 ‘법학통론’ 등 법학서 30여권과 ‘괴테와 다산, 통하다’ 등 20여 권의 인문교양서가 있다. 1981년 한국출판문학상과 영문서 ‘Law and Justice in Korea’와 ‘East Asian Jurisprudenc’로 2012년 삼일문화상을 받았다. 한국인물전기학회 회장, 대학원동창회장을 맡고 있다. 춘원 이광수 재평가 작업에도 열심이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