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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2016년 10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동서양 아우르는 국악인 한테라 동문

여섯 살 때 시작한 가야금…그래미상 심사도 해요


동서양 아우르는 국악인 한테라 동문



여섯 살 때 시작한 가야금…그래미상 심사도 해요



뉴욕·도쿄 등지 연주활동
음악적 역량 높이 평가 받아






한국의 가야금 연주자가 세계 최대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의 심사위원이 됐다. 국악인 한테라(국악00-04·활동명 TeRra Han) 동문 이야기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는 한 동문의 국내외 음반과 연주활동 등 음악적 역량과 인지도를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출신 전통 악기 연주자로서는 드문 일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한 동문의 가야금 소리는 미국과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전 세계를 누빈다. 여섯 살에 처음 가야금을 잡고 10대 때 이미 가야금 레퍼토리 대부분을 뗀 그다. 가야금을 중심축으로 뉴욕 현대음악의 진수와 얼후, 고토 등 아시아 전통 현악기, 북한 개량가야금까지 섭렵하며 고유의 음악 세계를 넓히고 다져왔다.


한 동문은 올해 초부터 한불수교 음악회를 비롯해 서울, 도쿄, 뉴욕과 몽골, 러시아 등을 두루 돌며 공연했다. 그는 “자아와 음악적인 정체성의 고민이 극에 달했을 때 바깥으로 향했다”며 “이름을 알리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우연히 여러 곳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구상하던 것들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음악의 용광로 같은 뉴욕에서 한 동문은 산조와 가야금 병창 같은 전통 음악은 물론 실험음악, 영화음악, 락,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가야금으로 소화했다. 록펠러 재단의 후원을 받았고 카네기홀에서 최연소로 가야금 독주회도 열었다. 

낯선 나라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또다른 전환의 계기를 준 이는 모교 서울대 스승들이었다. 2014년 은사인 김정자 명예교수의 별세 소식에 애제자였던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예술가도 사람이구나. 이상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뿌리를 내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또 다른 은사인 강석희 명예교수의 팔순기념 헌정음악회가 국내 복귀 무대가 됐다. 강 교수의 현대음악 작품을 가야금으로 완벽하게 오마주한 자리였다.


한 동문에게 오래전부터 동서양의 음악은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가야금보다 먼저 피아노를 시작해 두 악기에 나란히 두각을 보였다. 모차르트와 바흐의 곡을 가야금으로, 가야금 곡을 피아노로 곧잘 편곡해 연주했다. 의식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훗날의 작업에 밑바탕이 됐음직하다. “피아노 선율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소리꾼이 득음하듯 가야금의 성음(聲音)을 터득하는 재미가 더 특별해” 가야금 연주자의 길을 걸었다. “어떤 음악을 하든 가야금 고유의 소리가 주인이 됨을 잊지 않는다”는 그다.


한 동문이 30명 남짓한 관객을 두고 갤러리와 박물관 연주회를 꾸준히 여는 것도 가야금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는 공연할 때 입는 무대 의상도 직접 디자인한다.


“악기는 그 시대 최고의 예술품이라 할 수 있죠. 당시의 건축과 공간 개념을 포함해 모든 문화가 악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가야금은 본래 사랑방에서 즐기던 악기이고 쇳덩이 하나 없이 명주실과 나무로만 만들어졌죠. 몇 천석 규모의 문명적인 대형 공연장에서 그 아름다움이 온전히 전달되길 바라는 게 모순처럼 느껴졌어요.”


한 동문은 곧 가야금 정악과 산조, 자작곡 외에도 직접 작곡한 피아노, 비올라 작품 등의 음반을 낼 계획이다. “내 음악이 항상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겸손해 했지만 ‘한테라의 음악’을 말하는 목소리는 단단했다.


“너무 훌륭해서 박물관에 박제되는 음악보다, 살아 숨쉬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진정한 예술가, 연주자라면 대중화나 세계화 같은 목표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가야금에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아내고 싶습니다.”


한테라 동문 홈페이지 : http://www.terrahan.com/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