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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호 2021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천년 이어온 노래 정가, 네이버 실검 1위 “소원 성취했어요”

MBC ‘트로트의 민족’ 6위 국악인 장명서 동문

천년 이어온 노래 정가(正歌), 네이버 실검 1위 “소원 성취했어요”


MBC ‘트로트의 민족’ 6위
국악인 장명서 동문




전통음악 알리고자 출연
새로운 도전 응원해주길


“제 기사 끝에 이 영상을 넣어주시겠어요?”

장명서(국악13-17) 동문이 인터뷰 내내 흘깃 보던 태블릿을 기자의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유튜브에 업로드돼 있는 ‘여창가객 장명서 정가발표회1 - 달의 조각’ 영상이었다. 종이신문에 인터넷 주소를 그대로 쓰는 건 의미가 없으니, 온라인 기사에 링크를 삽입하겠다고 답하자 아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연예인이 되려는 것도,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저의 음악 세계를 넓히기 위한 도전이자, 정가(正歌)를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호소하던 그의 말이 두말할 나위 없이 진심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트로트의 민족’에 출연해 최종 6위의 성적을 올리며 이름을 떨친 장명서 동문. 지난해 11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본회 홈커밍데이에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아름다운 나라’를 부르기도 했다. 2020년 12월 28일 서울 강남에 있는 소속사 연습실에서 장 동문을 만났다.

“정가는 ‘아정(雅正)한 노래’라는 뜻으로, 가곡·가사·시조 등 심신 수양을 위해 지어진 선비의 노래입니다. 민간 성악곡의 총칭인 속가·속요와 구분 짓는 동시에, 일제 말 서구의 노래가 물밀 듯이 밀려올 때 이에 맞서 우리 음악을 지키고자 붙여진 명칭이죠. 특히 가곡은 깊이 있는 노랫말과 완성도 높은 음악적 구조 덕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정가는 기원을 따지면 고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천년을 이어온 노래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노래가 상아탑에 갇혀, 전공자가 아니면 듣지도 부르지도 않는 음악이 되어가는 것이 마음 아팠다. ‘서울대씩이나 나와서 뭐 하는 거냐’, ‘국악 학도의 수치다’, ‘그걸 노래라고 부르냐’ 등 일부 선배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방송에 출연해 트로트와 국악을 융합, 해금, 대금, 사물놀이 등을 선보인 이유다.


장명서 동문 '트로트의 민족' 출연 화면 캡처

“인기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소원을 이루긴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8일, 정가가 네이버 실시간검색어 1위를 차지했거든요. 방송은 물론 여러 신문, 잡지에도 소개됐고요.
국악을 알리는 데 일조할 수 없다면, 방송에 나가지 않았을 겁니다. 트로트 가수분들께 실례가 될 수 있겠지만, 저의 출연 동기는 너무 분명했어요. 트로트 붐에 편승해 정가를 홍보하고 싶었죠. 그러나 이내 가볍게 볼 음악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란한 강약조절과 치고빠지는 밀당을 특징으로 하는 트로트는 청중의 감정이입이 쉽고 강렬한 음악이었어요. 제가 잘못 불러서 폐를 끼치진 않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장 동문은 2017년 모교 졸업 후 국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거듭해왔다. 창작 국악그룹 ‘동화’와 창작 가악그룹 ‘연노리’의 멤버로 활약했고, 2015년 제31회 ‘동아국악콩쿠르’에서 정가 부문 금상을, 2018년 박한결(국악15입) 재학생과 함께 출전한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은상을 받았다.

2017년부턴 The-K호텔에 호텔리어로 근무하면서 음악 활동을 병행했다. 강준식(불문71졸·본회 상임부회장) 대표이사의 전폭적인 신임을 등에 업고 호텔의 갈라쇼, 디너쇼 무대에 섰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방송 출연은 장 동문이 찾은 돌파구이기도 했다.

“첫 방송 출연은 MBC 예능 프로그램 ‘오! 나의 파트, 너’였습니다. 유명 가수가 무명의 도전자와 함께 하모니를 완성하는 형식의 음악 프로그램이었죠. tvN ‘소사이어티 게임’에 출연했고 지금은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해성(경영13-16) 동문이 다리를 놔줬어요. 학교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어쿠스틱 캠핑’에서 ‘Famous Fame’이란 팀명으로 같이 노래했었죠. 4년 내내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신은지(수학교육13-17) 동문은 그냥 가족 같고요. 서울대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학시절 추억을 묻자, 장 동문은 지도 교수를 따라 해외에서 우리 국악을 선보였던 경험을 꼽았다. 국내에선 따분해하는 청중이 적지 않은 데 비해 외국에선 눈을 반짝이며 몰입한다고. 그 눈빛에서 국악의 가능성을 확신, 평생 노래하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음대 강의동에서 대학신문과 나란히 놓인 총동창신문을 자주 봤어요. 동문들 소식을 접할 땐 남 일 같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항상 응원했죠. 동문 여러분들께서도 저를 그렇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우리 국악을 알리겠습니다.”


△장명서 동문 유튜브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XQuVvhp5PLg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