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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호 2016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알츠하이머병 연구 권위자 묵인희 교수 인터뷰

“치매 원인 없애는 치료제, 10년 안에 놀라운 발전 있을 것”
“치매 원인 없애는 치료제, 10년 내 놀라운 발전 있을 것”


알츠하이머병 연구 권위자 묵인희 교수



묵인희 교수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레알 여성생명과학상 수상 “엄마 과학자 응원합니다”

지난 6월 묵인희(동물82-86) 모교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가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상’에서 최고상인 학술진흥상을 수상했다. 국내 여성 생명과학자에게는 최고의 영예다.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국제적 권위자인 묵 교수는 10여 년 전 같은 시상식에서 ‘약진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촉망받았다. 7월 25일 모교 연건캠퍼스에서 만난 그는 “성실하고 뛰어난 제자들과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잘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겸양 어린 소감을 전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모교 졸업 후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신경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묵 교수는 미래 고령화 사회에 공헌하는 연구를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에 UC샌디에이고 박사후과정부터 알츠하이머병 연구를 시작했다. 그후 20여 년간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찾고 그에 근거한 진단과 치료법을 실용화하는 일에 매진해왔다. 

“20년 전만 해도 알츠하이머병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시작단계에 불과했어요. 그동안 연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치료제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제 명확한 목표점을 정하고 돌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알츠하이머병의 주 원인물질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로 밝혀져 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가 발병하기 20년 전부터 뇌에 쌓이기 시작하는 독성 단백질이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신경세포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타우를 변성시키면 신경세포가 위축되고 기억과 학습에 문제가 생긴다. 두 단백질 간의 연결고리에서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인 타깃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묵 교수는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조절하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혈액을 통해 체내의 베타아밀로이드를 감지하는 치매 조기 진단법도 고안했다. 간이 진단키트 형식으로 개발해 식약처 허가를 신청 중이다. 상용화되면 PET(양전자 단층 촬영) 검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정확도 높은 조기 진단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치료법일 터. 묵 교수는 치매 신약 후보물질 기술을 개발해 다국적 제약기업에 이전한 적 있다. 그에게 ‘10년 내로 치매 치료에 놀라운 발전이 있을지’ 물었다. 명쾌한 목소리로 ‘아주 희망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재 전세계에서 임상 최종 단계에 접어든 신약만 스무 개입니다. 증상을 지연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약들이죠. 조기 진단 시점부터 선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지금은 백신 형태지만 앞으로는 먹는 약도 만들어질 거예요.” 

최근 세계 각국이 치매를 비롯한 뇌 질환을 극복하고자 대규모 뇌 연구 사업에 돌입했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불리한 것 아니냐’는 걱정에 묵 교수는 “치매 관련 국제 컨소시움에 가 보면 각 나라와 연구자별 장단점을 서로 잘 알고 있다. 빨리 가려고 경쟁하기보다 역할을 나눠서 각자 잘 하는 걸 하자는 분위기”라며 “우리나라도 폐쇄적인 자세보다 함께 뛰어들어 세계 연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진행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에 묵 교수와 같은 알츠하이머병 기초 연구자들이 적다는 점은 그런 의미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한 분야이기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국내 시스템 하에서는 쉽게 연구를 시작하기 어렵다는 그의 설명이다. 

묵 교수와의 인터뷰는 여성 과학자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수상 소감에서도 “육아와 연구를 병행하는 엄마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연구를 계속했으면 좋겠다”며 동료들을 격려했던 그다. 자신 또한 아침잠을 아껴 새벽 네 시에 학교에 나와 연구하고 저녁 일찍 귀가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두 자녀를 길러냈다. 

“우수한 여성 제자들도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학업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경력이 단절된 여성 과학자들을 복귀시키는 것보다 처음부터 연구실을 떠나지 않도록 경력 단절을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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