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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호 2016년 7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모교 사회봉사상 수상 정진성 동문

약자 편에 선 30년…인권 연구·운동에 매진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모교 사회봉사상 수상 정진성 동문
약자 편에 선 30년…인권 연구·운동에 매진
일본군 위안부 국제사회에 알려
서울대에 첫 인권학 강의 도입



지난 6월 9일 정진성(사회72-76) 모교 사회학과 교수가 서울대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정 동문은 1990년부터 30년 가까이 인권 운동과 연구에 매진해온 인권 전문가다. 대학 강단과 연구실에서뿐만 아니라 국제 인권 NGO와 유엔 인권소위원회, 인권이사회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여성 인권 증진 활동을 펼쳐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최근 ‘강남역 살인 사건’, ‘섬마을 성폭행 사건’ 등 여성 인권 유린 사건 사고들은 우리 사회 ‘젠더(사회적 성)감수성’과 더 나아가 ‘인권 감수성’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우리 사회 인권 증진을 위해 한길을 걸어온 정 동문의 자취에 주목하는 이유다. 


정 동문이 본격적인 인권 운동에 나선 것은 1990년 정신대연구소장을 맡고 1992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다. NGO 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창립 멤버로서 시작한 일이었다. 정대협의 활동은 그간 수면 아래 있던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인 역사로 끌어올리고 일본의 진상 규명과 책임 인정을 주장하는 시발점이 됐다. ‘수요 집회’를 개최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한결같이 지지해온 곳이기도 하다. 정 동문은 정대협 공동대표와 자문위원 등으로 그 활동의 중심에 있었다.


1990년대 초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이 알려졌을 때 국내외 반응은 상반됐다. 유엔에서는 전 세계 기자들과 NGO 대표들이 폭발적인 관심과 안타까움을 드러낸 반면 국내에선 “한국사의 부끄러운 과거를 들춰낸다”는 부정적 시각이 대다수였던 것. 그러나 정 동문은 “과거는 덮는다고 덮어지는 게 아니며, 어려운 역사를 직하여 극복해야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며 뚝심 있게 활동해온 시간들을 돌아본다. 모래 속의 바늘을 찾는 심정으로 흩어지고 숨겨진 위안부 관련 자료를 발굴했고, 축적된 연구 결과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권익을 찾는 데 단단한 기반이 됐다. 의미 있는 결실도 거뒀다. 각종 국제기구의 권고와 세계 각국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 등을 성공시키며 국제사회의 강력한 규탄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후 정 동문은 보다 다양한 인권 주체들로 관심을 넓혀 갔다. 한국에 유엔인권정책센터를 설립하고 결혼이주여성의 정착과 안정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비자 대기 중인 베트남, 필리핀 여성을 비롯해 결혼에 실패해 본국으로 귀환하는 여성까지 배려한 프로그램이었다. 2004년 민간인 최초로 유엔인권소위원회 대표에 선출돼 카스트제도 국가들의 신분제 철폐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유엔 활동을 하면서 사회마다 다른 문화와 경제적 조건 속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사실도 실감했어요. 그러나 경제 발전만으로는 안 되고, 무엇보다 먼저 남을 배려하는 정직한 시민의식의 발전이 다른 사회를 도울 수 있는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정 동문은 무엇보다 모교인 서울대에 인권 존중을 뿌리내리는 데 앞장섰다. 2001년 사회학과 대학원에 신설한 ‘인권사회학’ 강의와 교양과목 ‘인권·NGO·세계시민사회’는 서울대 최초의 인권학 강의로 화제를 모았다. 여성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모교 여성 구성원에 실질적인 권익을 찾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교수회 회장을 맡으면서 출산 시 여교수는 강의시수 감면과 승진심사 기간 연장, 여대학원생은 논문심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것. 최하층 여성뿐만 아니라 대학과 교수 사회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여성층을 아울러온 활동이었다. 


정 동문은 학창 시절부터  ‘인권 감수성’ 이 남달랐던 것 같다. “교실 자리를 성적순으로 배치하는 것이 누군가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기에 불합리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남존여비의 사회 풍토에서 성장하며 여성의 권리에 대한 관심도 컸다. 유신 개헌과 민주화선언 등 격랑의 현대사 속에서 대학을 다니며 인권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모교 학사와 석사 졸업 후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국내 최대 여성학회인 한국여성학회 회장과 한국여성연구학회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아 인문 사회계 여성 및 젠더 연구의 결집력을 모으기도 했다. 모교 인권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아 캠퍼스 내 성희롱, 성폭력을 비롯한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고 대학 사회의 인권 증진에 기여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