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59호 2016년 6월] 문화 신간안내

송기호 모교 국사학과 교수 인터뷰

불평하고 눈치보고…우리들이 몰랐던 ‘임금의 재발견’


송기호 모교 국사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저자와의 만남
불평하고 눈치보고…우리들이 몰랐던 ‘임금의 재발견’


임금되고 신하되고
송기호 모교 국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총동창회, 졸업생 전원에게 선물
11년간 7권, 생활사 시리즈 완성



“있는 그대로의 역사 자료를 제시하고 독자가 나름대로 해석·판단하게끔 하는 역사책을 펴내고 싶었습니다.”


송기호(국사학75-81) 모교 국사학과 교수가 11년 만에 ‘우리역사읽기’ 시리즈를 완성했다. 이 시리즈는 1권 ‘이 땅에 태어나서’ 2권 ‘시집가고 장가가고’ 3권 ‘말 타고 종 부리고’ 4권 ‘농사짓고 장사하고’ 5권 ‘과거보고 벼슬하고’ 6권 ‘임금되고 신하되고’ 7권 ‘강 넘고 바다 건너’ 등 총7권의 단행본으로 구성된다. 원고지 8,500매, 글자 수 17만자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이다. 이 중 6권 ‘임금되고 신하되고’는 지난 2월 학위수여식 때 본회가 졸업생 모두에게 선물한 바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시리즈는 사람이 태어나서, 가족을 형성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활동하며, 국가 제도 안에서 살다가, 바다 건너 외국과 교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장과 절로 나눠진 기존의 역사책과 달리 사람의 생애주기 중에서 주제어를 뽑아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국사 교과서가 너무 재미없습니다. 정치·경제·사회 등으로 쪼개져 당시의 생활상을 온전히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발전을 찾는 데 편향돼 있어 교훈이나 업적을 얘기하는 게 아니면 입을 닫게 만듭니다. 이렇게 되면 자아도취의 역사에 빠지게 됩니다. 이 또한 역사의 왜곡인 셈이죠.”


송 교수는 일찍부터 이야기로서의 역사, 생활사로서의 역사, 사료가 직접 말해주는 역사를 담은 책을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임금되고 신하되고’에 그려진 임금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왕의 모습과 매우 달랐다. 신하의 견제를 받는 것은 물론 대비와 대왕대비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도 흔했다. 육체적으로는 눈병과 종기가 떨어질 날이 없었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극심해 왕 노릇 못하겠다는 불평 또한 비일비재했다.


조선시대 국왕 27명의 평균 수명은 47세에 불과했고, 조선후기로 갈수록 자녀 출산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절대왕정 시대의 1인자로서 호사만 누렸을 것 같은데 있는 그대로의 역사 자료를 살펴보면 이렇듯 기존의 관념과는 다른 왕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에게 임금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근엄한 통치자로서 인식돼 왔습니다. 그러나 역사 자료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그들도 우리처럼 불평하기도 하고 친한 신하에겐 장난을 걸기도 합니다. 그러한 인간적인 면모를 찾게 되면, 수백년 나아가 수천년 전의 임금과 신하라 할지라도 오늘날 우리들과 동일한 생각, 동일한 고민을 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송 교수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시대를 초월해 사람 사는 곳으로서의 공통점을 찾게 될 거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으려는 태도는 경계했다. 앞서 말했듯 역사를 왜곡할 우려가 있으며,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겠다는 기본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렇듯 객관적인 관점을 지키려는 그의 노력은 주전공분야인 발해사와 관련해서 더욱 빛을 발한다. 발해는 중국 및 일본, 러시아와도 얽혀 있어 각국의 입장에 따라 상이한 발해사가 기술되기 쉬운데, 송 교수의 연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인만을 위한 한국사가 아닌 세계인을 위한 한국사를 써야 합니다. 우리 역사의 우월함을 얘기하는 것은 남의 역사가 열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그런 식의 역사 서술은 ‘국내용’일 뿐 보편적인 관점이 될 수 없습니다. 세계 어디든 통하는 역사가 되려면 우열을 벗어나 다름을 얘기해야 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얘기할 때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가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되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될 것입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