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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호 2016년 7월] 문화 신간안내

저자와의 만남 배철현 모교 종교학과 교수

교도소 재소자에 인문학 강연, 특별한 인생수업 책으로 엮어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저자와의 만남
“교수도 죄인도 아닌 인간 대 인간의 만남 뿌듯”
교도소 재소자에 인문학 강연
특별한 인생수업 책으로 엮어




낮은 인문학
21세기북스·17,000원
배철현 모교 종교학과 교수 외 7인 공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남부교도소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약 두 시간 동안 인문학 강연이 펼쳐진 것. 배철현 모교 종교학과 교수는 이 교육과정의 주임교수로서 학교의 재정적 지원을 끌어오는 한편 강연에 함께할 교수를 섭외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재소자들의 삶에 긍정적이며 혁신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지식이나 학문적 내용의 전달보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에 대한 열정을 스스로 고취시키도록 말이죠.”


‘낮은 인문학’은 이러한 배 교수의 의도 아래 3년 동안 60시간에 걸쳐 진행된 강연 중 마지막 8개 강연의 내용을 수록한 책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인문학을 전하고, 자기 성찰이 담긴 에세이를 쓰게 했다. 삶의 방향을 잃고 범법자가 된 그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어제와 다른 내일을 다짐하는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강연 당시 교도소는 사회적 지위나 계급을 떼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만나 대화하는 곳이었습니다.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교수들이 월등했을지 몰라도 인생 경험이나 지혜의 측면에서는 재소자들이 더 나았을지도 몰라요. 교도소는 교수들에게나 재소자들에게나 변화와 감동을 느끼게 해준 마술적·종교적 공간이었습니다.”
실제로 배 교수가 교도소를 출입할 때에는 종교 시설을 출입할 때와 비슷한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했다. 즉 교도소 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시해 자신을 밝히는 한편 그 신분증을 교실 입구에 맡기고 ‘방문자’라는 글자가 적힌 목걸이를 패용해야 했던 것. 그러니까 교수들도 재소자들을 만날 때만큼은 그들과 동일한 ‘무명인’이 됐던 것이다.


배 교수는 한결같이 참된 자신을 찾으라고 말한다. 자기 할 일을 모르는 사람은 종교적인 의미에서 죄인이라고까지 단정한다. 그러면서 이집트 문명과 종교의 핵심이 되는 ‘마아트’를 예로 든다. 그가 주도했던 교도소 인문학 교육과정의 프로그램 명칭이기도 한 마아트는 우주의 균형이자 원칙을 뜻한다. 또한 마아트는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조화이며, 개개인의 삶에 있어 반드시 달성해야 할 ‘최선’을 의미한다.


“마아트는 피라미드를 지을 때 중심을 표시하는 데 쓰였던 타조깃털을 지칭합니다. 또한 죽은 자가 얼마나 자신의 소명을 다했는가를 측정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하죠.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구원이란 얼마나 위대한 일을 했느냐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우주적 명령을 깨닫고, 자신에게만 맡겨진 그 마아트를 이루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이 정말 해야 할 일을 깨닫는 것도 어려운 문제지만 깨달은 대로 실천하며 사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다. 타인의 시선, 경제적 안정,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현실을 생각하면 내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주어진 일, 돈벌이가 되는 일을 하게 된다. 배 교수는 그러한 사람들에겐 절박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 전공이 사실은 고전문헌학이에요. 사람들이 다 미쳤다고 했죠. 함무라비 전공해서 뭐하겠느냐, 먹고살 수나 있겠느냐 하는 거였어요. 저는 그냥 좋아서 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열정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을 돕고 싶어 하고요. 제가 서울대 출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로 부임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망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 하나 빼곤 다 버릴 수 있을 만큼 절박하니까요.”


배 교수는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연 외에도 ‘서브라임’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 기회균형 전형으로 입학한 모교 학생들에게 장학금 및 기초학업 지원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한 경향신문에 ‘배철현의 심연’을 연재하고 있으며, 7월중 기고한 글을 묶어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