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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호 2022년 12월] 문화 신간안내

철펜에 먹물 찍어 그린 청와대 전경 그리고 그 속 이야기

<처음 만나는 청와대> 안충기(국사82-89) 중앙일보 오피니언비주얼 에디터
화제의 책
 
철펜에 먹물 찍어 그린 청와대 전경 그리고 그 속 이야기
 
처음 만나는 청와대


안충
기(국사82-89) 
중앙일보 오피니언비주얼 에디터
위즈덤하우스 
 
 
청와대가 개방된 지 6개월 여가 흘렀다. 개방 초기 혼란이 웬만큼 잦아들고 관람객 발걸음도 느긋해졌다. 예약이란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누구나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에 대해 ‘대통령이 거주하며 업무를 보던 최고 권력의 상징’ 정도의 지식밖에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때에 맞춰 나온 안충기 동문의 ‘이제는 모두의 장소, 처음 만나는 청와대’가 반갑게 다가온다.

안충기 동문은 “83년 만에 청와대 문이 열리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공간이 됐지만, 관람객들은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해 겉핥기 구경에 그치고 있다”며 “두 계절 동안 청와대와 주변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청와대가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살폈다”고 발간 동기를 밝혔다.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은 이 책에 대해 “‘청와대 완전정복’이라 부를 만한 충실한 안내서”라고 평했다.  

안 동문 특유의 친근한 문체로 청와대의 안팎 이야기가 술술 읽힌다. 책은 청와대 터에 얽힌 내력부터 경내 각 건물의 유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품고 있는 문화유산, 사연 많은 예술품, 나무와 풀, 대통령 경호처에 얽힌 일화까지 꼼꼼히 소개한다. 이후 청와대 밖으로 눈을 돌려 백악산과 인왕산, 경복궁과 광화문, 서촌과 북촌, 청와대 아래를 흐르는 물길까지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천하제일복지 바위의 비밀’, ‘고향이 경주인 부처가 청와대에 온 사연’, ‘전혁림 화백의 통영항 그림이 현대미술관 등을 오간 까닭’ 등은 흥미롭다. 특히 안 동문이 취재하며 밝혀낸 ‘청와대의 사라진 물건’ 관련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승만 대통령이 공포한 법령이나 고위공무원 임명장에 찍던 1호 인장이 사라졌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사 사진에 보이던 호랑이 가죽 카펫도 없어졌다. 또 청와대 영부인 접견실에 있던 억대의 나전칠기도 정권 교체기에 사라졌다. 안 동문은 “권력 교체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석연찮은 일들이 많았다”고 적었다.

다채로운 이미지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2022년 청와대 개방 후 청와대의 전경을 찍은 드론 사진과 1948년 찍은 경복궁과 청와대 일대 사진을 비교해보며 역사의 흐름을 느낄 수 있고, 안 동문이 직접 다니며 한 컷 한 컷 찍은 사진을 보며 청와대와 그 주변을 살펴볼 수도 있다. 또 굵기 0.05밀리미터의 철펜에 먹물을 찍어 그린 청와대 전경과 녹지원 등의 펜화를 보면 잠시 숨을 멈춘 채 감상하게 된다.

안 동문은 틈만 나면 그리고 틈틈이 쓴다. 중앙일보에 ‘비행산수’, ‘긴가민가’, ‘공간탐색’, ‘한국의 명당’ 등을 연재했으며, 책 ‘비행산수: 하늘에서 본 우리 땅’, ‘진진, 왕육성입니다’를 냈다. 주말농장 22년차라 별명이 ‘삽자루’. 매월 총동창신문의 레이아웃과 제목을 꼼꼼히 손봐주고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