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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호 2015년 10월] 문화 신간안내

저자와의 만남 : '연인 심청' 쓴 모교 방민호 교수

“심청은 효녀를 넘어선 모두의 연인”


‘연인 심청’ 쓴 모교 방민호 교수
“심청은 효녀를 넘어선 모두의 연인”



‘심청’을 알고 있는가? 심청이라는 이름은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전래동화로 너무나 친숙하지만, 우리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우리에게 심청은 눈 먼 아비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바치는 ‘효녀’로만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심청을 단순히 효의 상징으로만 볼 수 있을까. 평론가 및 시인으로 활동 중인 모교 국어국문학과 방민호(국문84-89) 교수가 출간한 ‘연인 심청(다산책방刊)’은 그런 의문에서 시작해 ‘인간’ 심청, 그 중에서도 ‘연인’으로서의 심청을 그려내는 데에 집중했다.


‘연인 심청’에는 기존의 심청전에는 등장하지 않던 새로운 인물 ‘윤상’이 등장한다. 윤상은 심청의 정인이었지만 결국 연을 이루지는 못한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연인’으로서 심청의 역할은 윤상과의 관계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심청은 전생에는 심봉사의 연인이었으며, 현생에서는 홀로 구원받음에 만족하지 않고 사랑의 힘으로 모든 절망을 초극하는 여인이다. 또한 심청은 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자기를 버리고 남을 위할 줄 아는 이타적 사랑밖에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만인의 연인이다.


저자는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접했던 채만식의 희곡 ‘심봉사’를 읽고 심청전을 새롭게 써내려갈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채만식은 자신의 작품에서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백석을 대가로 인당수에 빠진다는 심청전의 플롯을 따르고 있지만, 원전과는 달리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이 작품에서 심봉사는 욕망에 가득 찬 인물로 그려진다. 방민호 교수는 “채만식이 심봉사의 욕망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데에 주목해, 결국 미완으로 남게 된 ‘심봉사’를 넘어 심청과 심봉사의 이야기를 새롭게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인 심청' 저자 방민호 교수


심청전을 새롭게 쓰기 위해 저자는 심청전의 수많은 판본들을 읽었다. 그러던 중 심봉사와 심청이 천상에서 연인 관계였으며, 천상에서의 죄를 씻기 위해 땅으로 보내졌다는 이본이 있음을 알게 됐다. 널리 알려진 심청전에서 심청은 지고지순한 효녀이다. 그러나 이 이본에서 심청은 전생에 죄를 짓고 인과관계에 의해 후생에서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욕망 덩어리인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 전생의 죄를 다 씻어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연인 심청’의 심청은 그에 뿌리를 두고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심청은 단순히 효녀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가진 부질없음과 파멸적 속성을 일찍 깨달은 인물로 그려진다. 인생의 천리를 일찍 자각한 인물로서 자기의 주변 사람, 특히 심봉사로 상징되는 인간의 고통을 자기 생명을 바쳐서라도 씻어내고자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소설 속에서 구원의 초점은 눈 먼 사람이 육체적 눈을 뜨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이 먼 사람이 마음의 눈을 되찾는다는 데에 있다. 인생에 대해 우리가 알고 인생의 가치나 의미를 새기며 살아갈 수 있다는 상태가 구원된 상태라는 것이다. 소설에서 심청은 인생이 무엇인지를 일찍 깨닫고 세상 사람들과 구원된 상태를 함께 추구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연인 심청’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묻자 대번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했다.


“사랑이라는 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세상은 갈등을 중심으로 보여 지지만, 결국 모든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사랑과 협동 밖에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심청전 이야기로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심청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전공의 이야기, 나의 경험이 아니라 나의 생각, 개인적 체험이 아니라 세상의 진실이니까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보편적인 이야기인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심청은 과거가 아니라 차라리 미래의 여인이며, 우리가 그리워하여 마지않는 우리의 인간상이 깃들어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말한다. <박성연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