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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호 2016년 5월] 문화 신간안내

15개월 세계여행 한 신현재 동문 인터뷰

지인의 투자 받아 여행 경비 마련 '눈길'


신현재 동문이 인터뷰가 진행된 강남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저자와의 만남

남의 돈으로 15개월 세계여행 “결국 사람이 재산이죠”



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

신현재 수학강사·여행작가 지망생

보고미디어 12,000원



여행기 출판, 투자자와의 약속

“100만원만 보낼게요” 못잊어



“에이, 저도 아직 20대 후반일 뿐인데 무슨 거창한 깨달음이 있겠어요.” 지난 1월 세계여행기를 펴낸 1989년생 신현재(재료공학07-15) 동문은 그 책의 표지사진만큼 거침없이 솔직했다. 책의 제목과 세계여행기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여행을 통해 얻은 삶의 혜안을 제시해 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신 동문은 그저 출판사 사장님의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여행으로 깊은 깨달음을 얻긴 힘들다’는 깨달음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당장의 해답을 찾진 못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행이 인생에 훌륭한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1년 하고도 100여 일 동안 41개국을 다녀온 것도 대단하고 인상적인 일이지만, 세계여행 경비를 모으기까지의 과정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섬유무역을 하는 작은아버지의 도움이 크긴 했으나 약 1,060만원에 달하는 경비의 상당 부분을 타인에게서 ‘투자’ 받은 것이다.


“‘세계일주 바이블’이라는 책을 군 복무 중에 읽었습니다. 어느 부부가 세계일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들로부터 ‘두 번째 축의금’을 걷었다는 이야기였죠. 결혼 축의금은 아니지만 지인들을 통해 여행 경비를 마련한다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가 여행 경험을 담은 책이었어요. 내 여행에 돈을 보태주면 다녀와서 그 경험을 담은 책을 엮어 건네주겠다고 한 것이죠.” 


신 동문이 펴낸 책 ‘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는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켜낸 결과물인 셈이다.

신 동문은 여행을 결심하고 떠나기 전 한 달 동안 ‘신현재의 세계일주’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투자금을 유치하러 다녔다. 많게는 하루 수십 명에게 자신의 여행을 홍보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도 처음 보는 옆 사람에게 짤막한 설명을 곁들이며 투자 유인물을 건네기도 했다. 시간이 부족해 만나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이메일을 보냈다.


모교인 한성과학고에 홍보차 방문했을 때는 얼떨결에 후배 고등학생에게까지 꼬깃꼬깃한 돈을 받았다. 단기간에 많은 돈이 입금되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한 어느 은행원 또한 신 동문의 유인물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돈을 보태기도 했다.


“대학생 형, 누나들이 초등학생들에게 공부 멘토링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주로 공부법, 입시 등에 대한 질문이었죠. 그 프로그램에서 제가 대답할 차례였는데 어쩌다 보니 제 인생사가 나왔고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세계여행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때 이것저것 물어보시던 어느 아버님이 다음날 저에게 문자 한통을 보내주셨어요. ‘많이는 못 보내고 100만원만 보내 드릴게요’라는. 그땐 정말 꿈인가 생시인가 했어요.” 


신 동문은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학교를 나온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명문고등학교, 명문대학교 출신인 덕분에 거금을 내줄 수 있는 분들과 치기 어린 도전을 응원해주는 선후배·동기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사람이었어요. 저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은 한 달을 넘지 못했죠. 에메랄드빛 해변도, 어떻게 조각했을까 싶은 장엄한 바위도, 미스터리한 규모의 세계문화 유산도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어요. 결국 사람이 재산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것이죠.”


신 동문은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대기업 입사 전형에 합격했다. 그러나 틀에 갇힌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는 강한 열망 때문에 최종 입사를 포기했다. 현재 수학 강사를 부업으로 하고 있는 그는 여행사업 구상, 다큐멘터리 PD, 여행 작가 등 다양한 장래 가능성을 놓고 고심 중이다.


“제가 지은 제목은 아니지만 정말 한 번뿐인 젊음이잖아요. 안정된 대기업 입사보단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 미친 듯이 몰입하고 싶습니다.” 출판사 사장님의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신 동문은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았다.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