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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호 2016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국내 첫 로봇 기자 개발 모교 이준환 교수

“로봇 기자, 맞춤형 정보 서비스의 포석”


국내 첫 로봇 기자 개발 모교 이준환 교수


“로봇 기자, 맞춤형 정보 서비스의 포석”


퍼스널 빅데이터 통해 정보 제공
알고리즘 공정성 위해 견제 필요





이준환(산업디자인90-95) 모교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로봇 기자로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이 교수의 로봇 기자는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 동안 총 721개의 트윗 및 페이스북 게시글을 생성해, SNS 이용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 2월부터는 로봇 기자가 작성한 증시 시황 기사를 파이낸셜 뉴스를 통해 하루 한 꼭지씩 선보이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 보다 다양한 기사를 송출할 예정이다.


로봇 기자는 사람처럼 아이디어를 내서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다. 준비된 규칙에 따라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장을 추출하는 알고리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1초면 팩트에 기반한 속보성 기사를 작성할 수 있으며, 수집 가능한 데이터 역시 방대하다. 스스로 취재 대상을 결정하거나 판단을 내리지는 못하지만, 입력된 데이터의 방대함과 빠른 처리 속도를 기반으로 신속·정확하게 기사를 쓸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저널리즘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개인 맞춤형 정보 서비스’의 꿈에 성큼 다가서게 했다.


이 교수는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를 선별·전달하는 저널리스트의 게이트키핑 역할이 현실적으로 버거워졌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은 저널리스트를 거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필요한 정보를 선별·수용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개인은 기존의 대중 매체가 선별·전달하는 것을 단순히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갈구하는 성향”까지 띠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기존 저널리즘이 정보의 범람 속에서 한계에 부딪혔고, 그에 따라 대중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 나서게 된 상황. 이런 상황에서 로봇 알고리즘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면 달라진 대중의 정보 소비성향에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개인의 취향이나 욕구를 데이터화해서 입력하고, 이것이 알고리즘을 거치면서 도출된 정보를 당사자에게 전달해, 정보 소비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로봇 기자의 역할 범위를 명확히 한정했다. “사람의 시각이나 통찰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수준의 정보”에 국한시킨 것. 그는 알고리즘이 특정 시각이나 입장을 반영하게 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편향성을 경계했다. “구글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특정 정보를 숨겨서 보이지 않게 한다거나 또는 특정 정보를 더 많이 노출시킨다면” 빅 데이터가 흔히 비판 받는 사생활 침해나 여론 조작의 부작용을 로봇 기자 역시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 교수는 앞으로 로봇 기자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그것이 기반하고 있는 알고리즘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감시단 또는 검증단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그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업적인 이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실현되기 어렵죠. 그렇다면 최소한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알고리즘이 투명하게 운영되는지를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미래에는 법이나 관습 같은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견제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로봇 기자의 등장이 일선 기자들의 반발을 사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들도 의외로 로봇 기자를 반겼다고 한다.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시장이 단순반복적인 성격의 기사를 ‘물량공세’식으로 쓰도록 기자들을 몰아갔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로봇 기자가 그런 스트레이트성 기사를 맡아 작성하면 사람 기자로 하여금 보다 심층적인 기사를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렇게 벌어들인 시간으로 “언론사 기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시장에도 변화의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기자들은 로봇 기자에 밀려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그러한 우려에도 타당성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일부 직업군이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것은 이전부터 존재해온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별거 아닌 버저 하나로 인해 버스 안내양이 사라졌습니다. 컴퓨터·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펀드매니저와 같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기도 했고요.변화하는 미래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컴퓨터 사이언스나 통계학 같은 학문을 어렸을 때부터 익혀야 할 것입니다.”


이번 달 1일. 2016년 KBO 리그가 개막했다. 하루 네다섯 경기가 펼쳐지고, 시시각각 경기의 흐름이 변화한다. 야구장이나 TV 앞에서 경기를 지켜보지 못한다면 로봇 기자가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프로야구 중계를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여러분이 읽고 있는, 혹은 읽었던 프로야구 소식 중에는 이 교수의 로봇 기자에 의해 작성된 기사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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