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호 2024년 12월] 뉴스 모교소식
로봇 연구엔 전공이 따로 없다, 한 자리에 모인 25개 팀
제1회 로보틱스 데이 참관기
로봇 연구엔 전공이 따로 없다, 한 자리에 모인 25개 팀
제1회 로보틱스 데이 참관기

모교 공과대학은 11월 29일 관악캠퍼스 공학관에서 제1회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를 개최했다. 강성철 삼성전자 부사장(왼쪽 첫 번째)이 로봇 데모를 참관하고 있다.
인간 노동 대신하는 로봇 눈길
창의적 도전 정신 고취하는 기회
서울대에서 로봇을 연구하는 25개 연구 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모교 공과대학은 11월 29일 관악캠퍼스 공학관에서 제1회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SNU Robotics Day)’를 개최했다.
이날 ‘로보틱스 데이’는 주제별 융합 연구를 지원하는 서울대 공대의 공학 혁신 프로그램 ‘킵 워치(Keep Watch)’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김영오 공대학장은 축사에서 “연구자들은 로봇과 같은 미래 핵심기술을 연구할 때 먼저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공유해야 한다”며 “그에 대응하는 기술 혁신의 방향성을 함께 찾기 위해 로봇 공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로보틱스 데이를 처음으로 개최했다”고 말했다. LG전자, 현대 로보틱스랩, 삼성전자, 네이버랩스 등 로봇 관련 업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로보틱스 데이의 첫 순서엔 서울대에서 로봇을 제작·연구·활용하는 공학자들이 총출동했다. 기계공학부, 항공우주공학과, 전기정보공학부, 컴퓨터공학부 등 다양한 과에 흩어진 로봇 관련 연구실을 소속 연구자들이 직접 소개했다. 수영 로봇, 수술 로봇, 우주 로봇 등 다채로운 로봇 개발 현황을 알렸다.
이어 로봇 데모가 열린 해동첨단공학관 5층 AI 로봇 클러스터는 40여 명의 연구원들이 시연하는 로봇과 이를 구경하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하는 조끼 모양 ‘스쿼트 로봇’, 중량물 작업 시 척추가 부담하는 하중을 줄이는 ‘허리 동작 보조 웨어러블 슈트’, 사람의 고관절을 움직여 걷고 뛰는 기능을 향상시킨 ‘고관절 보조로봇’ 등 웨어러블 로봇이 한 섹션을 차지했다. 조규진 교수가 이끄는 바이오로보틱스 연구실은 지난 5월 보스턴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한 ‘트랜스포밍 3D프린팅’ 로봇 기술로 만든 구조물을 선보였다. 구조물을 지탱하는 뼈대를 부채 접기처럼 접었다 펼 수 있어 작게 수납했다가 천장 높이만큼 크고 단단한 구조물을 세울 수 있다. 우주나 재난 현장처럼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작업할 때 유용한 기술이다.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로봇도 서울대에서 활발하게 연구 중이었다. 박재흥 교수의 동적로봇시스템 연구실에선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로봇의 영상 시연을 제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부피가 커 현장 시연은 못 했지만, 설명서를 파악하고, 부품을 인식해 알맞은 곳에 끼운 다음 잘 끼웠는지 확인하고, 방향을 돌려 가며 작업을 척척 수행하는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이동준 교수의 인터랙티브 & 네트워크 로보틱스 연구실에선 접시를 집어 건조대에 꽂는 로봇 팔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데모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인간에겐 단순해보이는 노동을 로봇이 수행하려면 탁월한 시각 지능과 판단 능력을 갖춰야 하는 만큼, 이 로봇들은 수많은 도전 끝에 얻어낸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했다.
로보틱스 데이의 마지막을 장식한 행사는 로보콘. 기계공학과 1학년 수업인 ‘창의공학설계’ 수강생들이 학기를 마무리하며 직접 설계하고 조립한 로봇을 조종해 경쟁을 펼치는 대회다. 고 주종남 기계공학부 교수가 1993년 도입해 어느덧 32회째를 맞았다. 이날 대회에선 주어진 레시피에 맞춰 다양한 요리 재료 모형을 접시에 담고 식탁에 올려놓는 미션이 주어졌다. 1학년들이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동작을 해내던 로봇들은 경기 종료를 앞두고 경로를 이탈하거나 접시를 엎기도 하며 박진감 넘치는 결승전을 만들었다. ‘조립왕’팀이 승리해 국제 로보콘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위·아래) 로보콘 대회를 치르는 기계공학과 ‘창의공학설계’ 수강생들.


(위·아래) 로보콘 대회를 치르는 기계공학과 ‘창의공학설계’ 수강생들.
이날 조규진 기계공학부 교수는 “외부에서 볼 때 서울대 로봇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하시는 분도 많고, 잘하는 분들도 정말 많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열었다”며 “로봇의 시대는 앞으로 시작인 만큼 수많은 로봇이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전기전자공학회 로봇자동화학회장을 역임한 박종우 기계공학부 교수는 행사를 마친 후 “로봇의 시대는 인간의 외형을 지닌 기계가 판매되는 시기가 아니라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를 지능을 갖춘 기계를 만들어 해결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하며 “지금도 지구상에는 로봇화를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한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앞으로 매년 가을에 열릴 로보틱스 데이가 이 같은 시대적 과제에 맞설 공학자들에게 창의적인 도전 정신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