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호 2015년 9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고희동 평전 집필한 최일옥 소설가
“시대의 선각자로서 외할아버지 업적 재조명되길”
고희동 평전 집필한 최일옥 소설가
“시대의 선각자로서 외할아버지 업적 재조명되길”
해외서 한지 작품 전시 등 미술기획자로도 활동
최일옥 동문이 춘곡의 ‘부채를 든 자화상'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소설가 최일옥(미학65-69)동문이 최근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로 알려진 춘곡(春谷) 고희동 50주기를 맞아 평전 ‘살아서는 고전, 죽어서는 역사’를 출간했다. 최 동문은 춘곡의 외손녀다. 지난 8월 28일 경기도 용인 향린동산 자택에서 만난 최 동문은 “죽기 전 해야 할 숙제를 마무리한 것 같아 홀가분하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최초의 서양화가’였을 뿐 아니라 서화협회·국전 창설, 대한미술협회를 조직했던 미술행정가로 예술가들의 지평을 넓혀주신 시대의 선각자셨습니다. 폄하되고 잊혀져가는 춘곡을 깊이 연구하는 후학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습니다. 그를 올바로 평가하는 논문과 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최 동문은 지난 1년간 평전을 비롯해 단편모음집 ‘엄마는 죽고 싶었다’와 장편소설 ‘엄마의 뜰’을 냈다. ‘엄마의 뜰’은 6·25 동란시절 작가가 겪은 피난시절 전후의 이야기지만 할아버지와의 깊은 추억이 소설 곳곳에 담겨 있다.
“제 꿈은 할아버지처럼 화가가 되는 거였어요. 할아버지 반대가 심해 포기했지만. 야단을 칠 땐 엄격하시면서도 곧바로 따뜻하게 풀어주곤 하셨지요. 식사예절과 정확한 언어 구사를 중요시 하셨고요. 미식가이기도 하셨는데, 생선을 어떻게 발라 먹어야 하는지도 꼼꼼히 가르쳐 주셨지요. 그 어렵던 시절 애저, 송치 같은 귀한 음식을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남편인 손승호(외교61-65)동문과 춘곡의 인연도 재미있다. 손 동문이 졸업 후 동아일보 입사 시험을 치렀는데 시험문제로 ‘춘곡에 대해 논하라’가 출제된 것. 춘곡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손 동문은 엉뚱한 답을 제출했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굉장히 부끄러워하며 동서양 미술사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화가의 피를 이어받은 탓일까. 최 동문은 소설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미술전시기획자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1994년 ‘해외 공관에 우리 그림 걸어주기’ 운동의 시작으로 체코 프라하 칼로비 대학 칼로리늄 전시장에서 ‘한 체코 문화협정체결 기념 한국화가 5인전’, 1996년 ‘한-이집트 수교 기념 한국화가 7인전’을 개최했다.
그 후 2010년 캐나다 조각가 ‘Won Lee 초대전’ 등을 기획해 호평을 받았다. 금년 9월에는 미국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서 ‘New Age Hanji : Korean Paper Modern Art Exhibition’을 통해 한지 예술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줄 계획이다.
평전을 마무리한 최 동문은 춘곡기념관이 건립되길 희망하고 있다. 서울시 등록문화재 제84호로 지정된 춘곡의 원서동 옛 집이 그 역할을 하겠지만, 문제는 상시 전시될 작품이다.
“저를 비롯해 친척이나 지인들이 소장한 할아버지의 작품을 모두 모으면 60여 점 정도 될 것 같아요. 기념관을 만들려면 일정 수준의 작품과 유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소장한 분들에게 기증해 달라고 부탁해야죠. 할아버지께서도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를 바라실거라 믿고 열심히 찾아볼 생각합니다.”
최 동문은 미학과 졸업 후 중앙일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동기인 손승호 동문을 만나 전업주부로 살다
1987년 동서문학에 ‘문대식 씨를 아십니까’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이후 국내 최초 남성잡지 ‘HIM’, 자동차 잡지 ‘Motor Trend’, 여성지 ‘She's’ 의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활동했으며 편집공방 미디어월드 대표를 역임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