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호 2014년 6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모교 빅데이터연구원 차상균 원장 실시간 빅데이터 처리 원천기술 개발 “다양한 데이터 결합으로 신(新)가치 창출”
모교 빅데이터연구원 차상균 원장
실시간 빅데이터 처리 원천기술 개발
“다양한 데이터 결합으로 신(新)가치 창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빅데이터(Big Data) 시대를 맞아 더욱 자주 인용된다. 오늘날 트위터에는 하루 5억 건의 메시지가 올라오고, 각종 센서와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일상적인 행동—예컨대 물건을 사거나 회사에 출근하는 일—또한 디지털 데이터로 축적된다. 이렇게 흩어진 구슬 같은 데이터를 엮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야말로 빅데이터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다.
서울대학교 빅데이터연구원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며 선도 기관을 자처하고 나섰다. 전기정보공학부 차상균(전기공학 76-80) 교수가 원장을 맡고, 다양한 전공의 교수 170여 명이 참여해 국내 최대 규모의 초학제적 연구 체계를 갖추었다. 지난 4월 10일에는 세계적인 빅데이터 전문가들을 초청해 개원식 겸 국제심포지엄을 열며 주목을 받았다.
각 분야 교수 170명 참여… 융합형 연구 추구
빅데이터연구원은 ‘개방형 빅데이터 연구의 장’을 표방한다.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문화, 사회,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분석해 정부 기관과 국내외 기업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 역량을 제공하고 있다.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차 원장은 “개원식에 여러 국가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 주셔서 흐뭇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막상 설명하려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빅데이터’라는 개념이다. 얼마나 커야 ‘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차 원장은 데이터의 3대 요소로 ‘용량(Volume), 속도(Velocity), 다양성(Variety)’을 꼽는다. 단순히 양이 많다고 빅데이터라 부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여러 데이터 융합할 때 더 큰 가치”
특히 그가 강조하는 ‘다양성’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문자나 숫자로 정형화되지 않은 영상, 사진 등도 포함되지만, 기관이나 기업, 부서 간 데이터의 ‘칸막이’를 넘는 통합적 접근 역시 포함된다.
“기관이나 기업이 자기 영역 안에서만 데이터를 쌓아두는데, 이 데이터를 서로 엮으면 전혀 보이지 않던 정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서로 다른 출처의 데이터를 결합해 더 완전한 정보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 퓨전’이죠.”
그는 이 ‘빅데이터 퓨전’을 연구원만의 특화 분야로 육성할 계획이다. 예컨대 통신사의 휴대전화 통화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이동 경로나 특정 지역의 인구 분포를 파악할 수 있고, 여기에 경찰청의 교통·치안 정보를 결합하면 실효성 있는 공공정책 수립이 가능해진다. 현재도 다양한 시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빅데이터 퓨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겠습니다.”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개발… SAP ‘HANA’의 핵심 기술
차 원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빅데이터 핵심 기술의 선구자다. 1991년부터 연구해 온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In-Memory Database)’는 데이터를 하드디스크가 아닌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함으로써 월등히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그는 200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기업 ‘TIM’을 창업했고, 2005년에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SAP가 해당 기업을 인수했다.
그는 이후에도 SAP와 공동 개발을 지속하며 이 기술을 완성했으며, 현재 BMW, 삼성전자, 콜게이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하는 SAP의 대표 소프트웨어 ‘HANA’의 핵심 기술을 만들어낸 주역이다.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차 원장은 “메모리 가격이 저렴해지고 기술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인메모리 기술이 빅데이터 시대에 비로소 실용성을 얻기 시작했다”며 “20년 동안 묵묵히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진출이라는 어려운 도전을 해낸 그에게, 다시금 서울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소감을 물었다.
“교수로서는 엉뚱한 길일 수도 있겠지만, 벤처기업을 키우고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스탠퍼드에서 사람과 데이터베이스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며 언어학, 인지심리학, 철학도 공부했고, SAP를 통해 경영학도 익혔죠. 이 모든 경험이 지금의 빅데이터 연구에 큰 자산이 될 겁니다. 학문 간 경계를 허물며, 모교의 융합적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