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41호 2014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모교 소아정신과 김재원 교수, 국내 첫 어린이 청소년 우울증 클리닉 개설

모교 소아정신과 김재원 교수


국내 첫 어린이 청소년 우울증 클리닉 개설
“마음이 건강해야 공부도 잘할 수 있어요”

모교 어린이병원이 국내 최초 어린이·청소년 우울증 전문 클리닉을 개설했다. 지난 10월부터 운영 중인 이 클리닉의 이름은 ‘MAY(Mood and Anxiety clinic of Youth)’. 아동청소년이 겪는 우울증과 불안증, 자해·자살 위험, 기분조절 문제, 조울병 등의 증상과 심각도에 따라 특화된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모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김재원(의학 91-97) 부교수가 담당교수를 맡아 수요일마다 진료를 본다. 클리닉 개설에 앞장서고, ‘어린이 달’ 5월을 뜻하는 이름 ‘MAY’를 지은 것도 김 교수다.

지난 11월 24일 연건동 어린이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클리닉 개설 배경으로 어린이·청소년 우울증의 심각성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성인기까지 전체 아동청소년 5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경험한다. 우울증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학업 부진이나 게임 중독, 약물 남용, 비행, 성인기 재발성 우울증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자해·자살의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다.

소아우울증 치료 대가들 사사

“아동청소년 자살의 가장 큰 정신과적 위험요인이 바로 우울증입니다. 최근에 본 사례로 초등학교 저학년짜리 아이가 구체적으로 ‘죽겠다’는 생각을 표현하는 걸 보면서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 위험에 놓이는 연령대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음을 체감해요.”

OECD 국가 중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10대 자살률은 해마다 증가해 최상위권을 달리는 우리나라에서 ‘MAY’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김 교수는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미국 피츠버그대 병원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그곳에서 소아우울증 관련 연구의 일가를 이룬 멘토들(David Brent, Neal Ryan, Boris Birmaher)에게 두루 배우고 돌아와 연 것이 지금의 클리닉. 성인기 우울증과 달리 아동청소년기 우울증은 불안장애나 ADHD, 품행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소아정신과의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가 더욱 필요하다는 그의 설명이다.

우울증에 걸린 아이는 몇 가지 경고 증상을 보인다.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짜증을 내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평소 좋아하던 일에도 흥미를 잃는다. 친구 관계나 수면 패턴, 식욕, 체중 등에 변화가 생기고 두통이나 복통이 잦아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적어도 네 가지 이상 나타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우울증으로 진단되면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가족치료 등 다양한 치료가 시행된다. ‘MAY’에서는 외국에서처럼 증상의 심각도와 치료 반응 등을 전부 수치화해 그 기준에 따라 치료하는 방식을 확립하려 노력 중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진료를 받는 아이들 대부분이 ‘공부량이 많다’, ‘부모의 기대가 너무 크다’ 같은 학업 스트레스를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부모들은 ‘공부 잘하게 하려고’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기분이나 정서 상태를 잘 알기보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성적이 떨어져야만 문제를 인지하고 병원에 데리고 오세요. 이땐 이미 우울증이 깊게 진행된 경우가 많아요. 마음이 건강해야 공부도 잘 됩니다. 정서적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김 교수는 “부모가 어려워하는 부모의 역할을 맡아 돕는 것이 치료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소아정신과를 택한 것도 아이들을 좋아할 뿐더러 그러한 특유의 치료적인 접근에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영화 칼럼니스트 활동도

김 교수의 진료실 밖 취미생활이 궁금했다. 수줍은 말투로 “영화를 좋아한다”고 답한 그는 알고 보니 학창시절 독립영화 감독을 꿈꿨고, 의대 영화동아리 ‘8과 2분의 1’을 만든 데다 공보의 시절 영화제도 개최했던 영화 마니아다. 영화 전문지에 ‘돌팔이’라는 필명으로 칼럼도 연재했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병원 근처 극장을 찾는다.

끝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의 아버지인 그에게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법’을 물었다.

“알아도 실천은 잘 못 하는데…. 저녁 식사를 자주 함께 해요. 공부 얘기보단 요즘 관심사나 고민은 뭔지 정서적인 대화를 나누려 하고요. 요새 ‘요새’라는 말도 있는데, 자녀를 너무 의존적으로 키우는 건 장기적으로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도 가끔 유혹에 흔들리지만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하고 세상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많이 돕고 있습니다. 제 아이뿐만 아니라, 제게 진료받는 아이들에게도요.”

연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