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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호 2014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본회 첫 유증자 윤홍중 동문, 10억 원 상당 부동산 기부 ‘공증’ 마쳐 “유증,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사회 환원”

본회 첫 유증자 윤홍중 동문

10억 원 상당 부동산 기부 ‘공증’ 마쳐
“유증,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사회 환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자식에게 너무 많은 유산을 남겨주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평생 땀 흘려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은 여전히 흔치 않다. 유산 기부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이는 드물다. 윤홍중(약학 55-59) 전 금강약국 대표의 유증이 특별한 이유다.

윤 동문은 지난해 6월, 본회에 1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유산 기부하기로 공증을 마쳤다.
윤 동문이 현재 거주 중인 건물 시가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총동창회 유증 1호’다. 나머지 3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은 세 자녀에게 상속하기로 했다. 1월 21일, 서울시 녹번동 자택에서 만난 윤 동문은 “자식만큼 모교를 사랑하기 때문에 같은 액수를 기부한다”고 말했다.

“모교의 도움을 많이 받고 살았어요. 서울대가 정말 ‘제2의 어머니’라고 할 정도로 애정이 크죠. 모교의 인재들이 우리나라를 성장시켰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기대해요. 결국 그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해 기부를 결정했죠.”

윤 동문의 기부에는 사별한 부인과의 약속도 작용했다. 2009년 작고한 부인은 평소 남을 돕는 일을 좋아했다. 부인은 병중에 “죽기 전 정말 큰 기부를 하고 싶다”는 속내를 종종 내비쳤다. 부인과 금슬이 좋았던 윤 동문은 “꼭 그렇게 하마” 하고 약속했고, 이번 기부로 그 약속을 지켰다. 부인 장례식에서 받은 부의금 1,120만 원도 본회 장학월딩 건립기금으로 출연했다.

부인 장례식 부의금도 기부

윤 동문은 자신이 ‘총동창회 1호 유증자’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기자가 “자녀들 눈치가 보여 다들 꺼리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는 “자녀들에게 나눠주고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그냥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절차는 단순하죠. 증인 2명과 수혜자 측 관계자가 공증사무실에서 간단한 서류 작성만 하면 됩니다. 돈도 안 들고, 유서까지 대신 써주기도 하죠. 결심만 서면 의외로 간단합니다. 재산의 10%, 5% 등 형편껏 하면 되기 때문에 자녀들도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어요. 저같이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는 사회 환원이 유산 기부입니다. 제도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유산 기부자 가족에게 상속세 비율을 낮춰주는 등의 혜택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유산 기부 운동에 동참할 거라 생각해요.”

세 자녀를 출가시키고 혼자 사는 윤 동문의 집은 오래되었지만 깔끔했다.
1986년 지을 당시 모습 그대로, 창문 하나 바꾸지 않았다. 가구, 오디오·비디오 플레이어 등도 유행이 한참 지난 모델이었다.
윤 동문은 “약국이 크게 잘된 것도 아닌데, 그나마 건물 한 채를 가질 수 있었던 건 근검절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해군 약제관(소위)으로 입대해 의무감실 의무보급과장(소령)으로 예편했어요. 군 생활을 오래 한 이유가 약국을 개업할 형편이 못 됐기 때문이죠. 그나마 장교 시절 미국 유학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생활비를 아껴 모은 2천 달러가 집을 사는 데 큰 보탬이 됐죠.”

1969년 제대 후, 현 지하철 6호선 역촌역 3번 출구 인근에 집을 구해 방을 개조해 금강약국을 개업했다. 윤 동문은 “자녀들에게 짜장면 한 그릇도 사주지 못하며 알뜰하게 모아 집을 넓혀 나갔다”고 했다. 그러던 중 집 앞으로 대로가 뚫리고, 지하철역이 들어섰다. 1986년, 대지 약 495㎡(150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금강빌딩을 지었다. 지금 이 건물에는 둘째 아들이 내과의원을 운영하고, 며느리가 약국을 이어받아 영업 중이다.

모교에 매월 10만 원 출연 예정

약국 일을 그만둔 후, 윤 동문은 크고 작은 친목 단체의 총무, 회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약대 13회 동기회장으로 활동이 왕성하다. 윤 동문은 “총동창회와 모교에 거액을 기부한 권영구·박준도·이금기·장용룡·최영자 동문이 모두 동기”라며 “13회 동기회는 약대 동창회관을 구입하는 데도 전체 동기회 중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고 자랑했다.

윤 동문은 유증으로 설립될 장학회의 이름을 부인 이상광 여사의 성과 약국 이름을 따서 ‘윤이금학회’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후에 부동산이 매각되면, 그중 4분의 1의 재산이 동창회에 기부될 텐데, 이를 통한 장학금은 약대와 공대의 대학원생들에게 지원됐으면 좋겠어요. 공대 기피 현상이 만연한데, 공학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지 못해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윤 동문은 올해부터 모교 발전기금에도 매월 10만 원씩 평생 기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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