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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호 2024년 11월] 기고 에세이

재학생의 소리: 여유롭고 싶은 우리

신승원 (자유전공22입) 대학신문 취재부장


여유롭고 싶은 우리




신승원 (자유전공22)
대학신문 취재부장

 

여유롭고 싶어.’ 책상 위로 쓰러지듯, 옆으로 엎드리며 네가 말했다. 여유란 무엇일까. 내 생각에, 여유는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자 그런 기분이 가능한 상태다.

우리말에서 과 관련된 표현들은 살아 있다는 감각을 기가 막히게 포착한다: 숨이 쉬어진다, 숨이 가쁘다, 숨이 막힌다, 그리고, 숨이 멎는다. 삶은 숨이 막히는 상태와 숨이 가쁜 상태 사이에서 전개된다. 어느 한쪽으로 치달으면 이내 숨이 멎는다. 살아 있는 것은 언제나 위태롭다. 단지 살아 있음이 생명체의 기본 상태이기에 쉽게 잊을 뿐이다.

생명의 객관적 조건만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주관적 느낌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가 숨 막히는 순간들로 가득하거나, 그저 숨 가쁘게만 지나가 버리면, 우리는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한다. 숨통이 트이기를 고대한다. 여유롭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능숙하거나 태평한 사람을 떠올린다. 끙끙대지 않고 살아내거나,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다짐한다. 여유롭게 살아보자고.

그러나 그 다짐은 너무 가냘프다. 우리 삶에는 언제나 개인의 의지만으로 길들이기 힘든 사회적 힘들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숨 막히게 하는 힘과 숨 가쁘게 하는 힘 양쪽 모두에 노출돼 있다. 한편으로는 나를 규정하고 재단하는 눈길에 숨이 턱턱 막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잘해보려 애쓰다가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주관적인 위태로움은 쉽게 가시지 않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우리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든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도 여유롭고 싶다. 일상이 위태로워서. 그리고 일상이 위태로운 우리는 타인에게 무관심하다. 내 숨통을 틔우느라 바빠 네 숨이 멎어가는 것을 보지 못한다. 쉽게 지나치고, 금방 잊는다. 문득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여유롭고 싶은 우리는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각자의 여유 찾기에 그치지 않는 여유로운 세계로,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까.

넋두리를 늘어놓다 문득 정신을 차린다. 아차, 너는 그새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다. 네가 원했던 것은, 여유 없는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보는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래, 어쩌면 우리는 거기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