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3호 2025년 2월] 뉴스 포럼
“꼭 완벽해야 하나요, 행복은 소소한 일상에 있어요”
최인철 모교 심리학과 수요특강
“꼭 완벽해야 하나요, 행복은 소소한 일상에 있어요”

최인철 (심리88-92) 모교 심리학과 교수
완벽주의 풍조에 불안 가중
돈벌이에 몰두하면 여유 잃어
최인철 모교 심리학과 교수는 붕대를 감은 자신의 오른쪽 귀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2월 5일 SNU 장학빌딩에서 열린 올해 첫 본회 수요특강에서다. 많은 선배들 앞에 서는 자리이기에 단골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새로 하다 그만 귀를 다쳤다는 것. 흔히 행복은 개인적인 것,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예기치 않은 이런 사건이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듯, 12.3 비상계엄,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 우리의 행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최인철 동문은 2000년 모교에 부임했으며 모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 굿라이프랩 대표 등을 겸임하고 있다. 재학생 수강 신청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는 대학 교육 및 연구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에 행복 교육을 전파하고 전 생애 행복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행복의 심화₩확산에 매진하고 있다. 2003년 한국심리학회 소장학자상, 2017년 홍진기 창조인상 등을 받았다. 이날 최강의 한파에도 불구하고 90여 동문이 참석하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행복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 우리 시대는 4가지 특징을 띠고 있습니다. △완벽주의 △시간 빈곤 △신권위주의 △정신 건강 등이 그것이죠. 과거에 완벽주의는 개인의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깁니다. 남들이 보기엔 이미 충분한 성공을 거뒀는데도 더 열심히, 더 많은 것을 해내야 한다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죠. 그러니 쉴 수가 없습니다. 늘 바쁘고 시간이 부족하죠. 바쁘지 않으면 낙오자로 인식하는 경향마저 엿보이고요.”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지난해 비상계엄과 보복 관세, 이민자 추방 등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신권위주의의 방증이다. 집단 간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개인의 삶이 보편적 원칙이 아닌 그가 속한 집단에 의해 규정되고, 이것이 다시 다른 집단과의 갈등을 증폭시켜 대결로 치닫게 되면서, 승리를 위해 강력한 지도자를 선호하게 됐다고. 최 동문은 그렇게 뽑힌 권의주의적 지도자가 다시 우리 안에 잠재된 권위주의 의식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일으켜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저희 연구팀은 매일매일 우리 국민의 부정정서를 측정하는데요. 계엄 전날부터 7주간 그 추이를 보면 계엄 선포와 해제 결의안 가결, 탄핵소추안 폐기 및 가결 등 이후 경과에 따라 불안 수준이 유의미하게 오르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혼란 때문에 불면증을 호소했고요. 물론 모든 국민이 이랬을 리는 없죠. 개인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를 겁니다. 그러나 한 개인이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이러한 일들이 그 의사와 무관하게 벌어지면 이렇듯 감정의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1시간 딱 맞춰 강의를 마치자 질문받을 시간이 넉넉했다. 변영삼(금속공학77-81) 동문은 완벽주의로 인한 불안 가중, 기술의 발달에도 점점 더 심해지는 시간 빈곤, 권위주의의 재출현 등은 선진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글로벌 트렌드인데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한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고, 이에 대해 최 동문은 전통적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을 꼽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양에선 개인을 소아(小我), 집단을 대아(大我)로 부르면서 대아를 위해 소아를 희생해야 한다는 신념이나 소망을 서양보다 오랫동안 중시해왔다고. 이어 개인의 지위를 내면보단 밖에서 파악할 수 있는 물질적인 것에 치중하는 경향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소윤(동양사06-14) 동문은 결혼적령기 여성이 겪는 출산 육아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조언을 구했다. 최 동문은 “우리 세대도 우리 부모님 세대도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살아냈다. 막연하고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인간에겐 살아내는 능력과 놀라운 회복 탄력성이 있으니, 이것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출산 육아에 따른 부모의 행복 연구를 보면, 젊은 부모에겐 아이가 외려 부모의 행복을 좀 떨어뜨리지만, 아이가 독립할 시점부턴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소위 딩크족이라 불리는 요즘 젊은 부부들이 내리는 판단과 선택이 반드시 최선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덧붙여 진짜 행복은 아주 보통의 것이라는 점과 함께 평균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말씀 전합니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소소한 일상 속에 있거든요. 이런 얘기 들어도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불안이라는 게 없어지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에요.”
이날 특강엔 48학번 조완규(생물48-52) 전 모교 총장부터 13학번 서정원(경영13-15) 동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동문이 참석했으며, 참석 동문 전원에게 최 동문의 책 ‘굿 라이프’를 증정했다. 나경태 기자

최인철 (심리88-92) 모교 심리학과 교수
완벽주의 풍조에 불안 가중
돈벌이에 몰두하면 여유 잃어
최인철 모교 심리학과 교수는 붕대를 감은 자신의 오른쪽 귀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2월 5일 SNU 장학빌딩에서 열린 올해 첫 본회 수요특강에서다. 많은 선배들 앞에 서는 자리이기에 단골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새로 하다 그만 귀를 다쳤다는 것. 흔히 행복은 개인적인 것,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예기치 않은 이런 사건이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듯, 12.3 비상계엄,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 우리의 행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최인철 동문은 2000년 모교에 부임했으며 모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 굿라이프랩 대표 등을 겸임하고 있다. 재학생 수강 신청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는 대학 교육 및 연구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에 행복 교육을 전파하고 전 생애 행복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행복의 심화₩확산에 매진하고 있다. 2003년 한국심리학회 소장학자상, 2017년 홍진기 창조인상 등을 받았다. 이날 최강의 한파에도 불구하고 90여 동문이 참석하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행복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 우리 시대는 4가지 특징을 띠고 있습니다. △완벽주의 △시간 빈곤 △신권위주의 △정신 건강 등이 그것이죠. 과거에 완벽주의는 개인의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깁니다. 남들이 보기엔 이미 충분한 성공을 거뒀는데도 더 열심히, 더 많은 것을 해내야 한다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죠. 그러니 쉴 수가 없습니다. 늘 바쁘고 시간이 부족하죠. 바쁘지 않으면 낙오자로 인식하는 경향마저 엿보이고요.”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지난해 비상계엄과 보복 관세, 이민자 추방 등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신권위주의의 방증이다. 집단 간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개인의 삶이 보편적 원칙이 아닌 그가 속한 집단에 의해 규정되고, 이것이 다시 다른 집단과의 갈등을 증폭시켜 대결로 치닫게 되면서, 승리를 위해 강력한 지도자를 선호하게 됐다고. 최 동문은 그렇게 뽑힌 권의주의적 지도자가 다시 우리 안에 잠재된 권위주의 의식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일으켜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저희 연구팀은 매일매일 우리 국민의 부정정서를 측정하는데요. 계엄 전날부터 7주간 그 추이를 보면 계엄 선포와 해제 결의안 가결, 탄핵소추안 폐기 및 가결 등 이후 경과에 따라 불안 수준이 유의미하게 오르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혼란 때문에 불면증을 호소했고요. 물론 모든 국민이 이랬을 리는 없죠. 개인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를 겁니다. 그러나 한 개인이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이러한 일들이 그 의사와 무관하게 벌어지면 이렇듯 감정의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1시간 딱 맞춰 강의를 마치자 질문받을 시간이 넉넉했다. 변영삼(금속공학77-81) 동문은 완벽주의로 인한 불안 가중, 기술의 발달에도 점점 더 심해지는 시간 빈곤, 권위주의의 재출현 등은 선진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글로벌 트렌드인데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한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고, 이에 대해 최 동문은 전통적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을 꼽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양에선 개인을 소아(小我), 집단을 대아(大我)로 부르면서 대아를 위해 소아를 희생해야 한다는 신념이나 소망을 서양보다 오랫동안 중시해왔다고. 이어 개인의 지위를 내면보단 밖에서 파악할 수 있는 물질적인 것에 치중하는 경향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소윤(동양사06-14) 동문은 결혼적령기 여성이 겪는 출산 육아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조언을 구했다. 최 동문은 “우리 세대도 우리 부모님 세대도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살아냈다. 막연하고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인간에겐 살아내는 능력과 놀라운 회복 탄력성이 있으니, 이것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출산 육아에 따른 부모의 행복 연구를 보면, 젊은 부모에겐 아이가 외려 부모의 행복을 좀 떨어뜨리지만, 아이가 독립할 시점부턴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소위 딩크족이라 불리는 요즘 젊은 부부들이 내리는 판단과 선택이 반드시 최선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덧붙여 진짜 행복은 아주 보통의 것이라는 점과 함께 평균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말씀 전합니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소소한 일상 속에 있거든요. 이런 얘기 들어도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불안이라는 게 없어지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에요.”
이날 특강엔 48학번 조완규(생물48-52) 전 모교 총장부터 13학번 서정원(경영13-15) 동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동문이 참석했으며, 참석 동문 전원에게 최 동문의 책 ‘굿 라이프’를 증정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