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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호 2024년 9월] 뉴스 본회소식

“탄소 중립 달성 땐 폭염·호우 피해 90% 이상 줄어”

손석우 (대기과학92-99) 모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수요특강

탄소 중립 달성 땐 폭염·호우 피해 90% 이상 줄어

손석우 (대기과학92-99)
모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탄소포집 기술 빠르게 발전
산업혁명 전으론 못 돌아가


올여름 서울에서 36일간 열대야가 계속됐습니다. 역대 최장 기록이죠. 밤새도록 에어컨을 트는 집이 많았습니다. 낮에 발생하는 폭염은 은행이나 공공기관에 가서 피할 수라도 있죠. 요즘은 폭염 쉼터도 꽤 잘 돼 있고요. 그러나 밤에 발생하는 열대야는 어디 도망칠 데조차 없습니다. 여러분들 댁에는 에어컨이 있으니 걱정 없겠지만, 대한민국에는 에어컨 없는 집들도 되게 많아요. 기후 복지 측면에서 기후위기를 보면 이처럼 길어지는 열대야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죠. 이대로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올여름이 앞으로 겪게 될 그 어떤 여름보다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본회가 828일 서울 마포구 SNU 장학빌딩 2층에서 수요특강을 개최했다. 김인규 수석부회장, 이경형 상임부회장, 송우엽 사무총장, 김동규 사무차장 등 동문 7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특강에서 손석우 모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기후위기, 과학을 넘어를 주제로 연단에 섰다. 손 동문은 장기적 기후변화 및 대규모 순환과 관련된 현상들이 왜 발생하며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함으로써 개선 방안을 탐구하고 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2022년 서울 강남 침수, 2023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우리 국민이 겪은 굵직한 사례를 통해 경각심을 일깨웠다.

보통 여름철 장마 하면 전국적으로 비가 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얘기가 달라졌어요. 2022, 2023년 서울과 중부지방에 홍수 피해가 발생할 때 부산울산경남광주에선 역사상 최장기간 가뭄을 기록할 만큼 비가 안 왔죠. 물이 너무 부족해 제한 급수를 시행한 데 이어 급수차가 다니면서 물을 공급해야 했습니다. 이 좁은 국토 안에서 홍수와 가뭄이 동시에 발생했었죠. 올여름엔 밤에 집중호우가 내렸는데도 열대야가 계속됐습니다. 비가 내려도 25이상 기온을 유지한 건 처음이었죠. 폭염경보, 호우주의보, 열대야주의보 등이 동시에 발효되는, 복합 재해가 시작된 겁니다.”

손 동문은 꾸준히 지구 표면 온도가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이처럼 예전과 전혀 다른 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변동성이 커진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점진적 기온 상승엔 대처할 시간적 여지라도 있는 데 반해, 급작스럽게 닥친 변화엔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 2018년엔 역사상 가장 긴 폭염이 있었고 2019년엔 가장 많은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했으며 2020년엔 중부지방에 54일 내내 비가 오는 최장기간 장마를 기록했다. 그해 섬진강이 범람해 농경지 침수, 가축 폐사 등 1600여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

선제적으로 섬진강댐 수위를 낮추지 않아 언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제가 책임자여도 방류 못 했을 것 같습니다. 2019년부터 직전 7년 동안 평소보다 비가 안 왔거든요. 추세적으로 가뭄이 들 수도 있는데 수문 열기 쉽지 않죠. 예상치 못할 만큼 너무 많은 비가 내린 겁니다. 기후의 변동성이 커진 거예요. 기후변화의 해결책으로 탄소 중립이 거론됩니다. 1차 산업혁명 이후 인위적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 이전으로 되돌리자는 전 세계적인 캠페인이죠.”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은 산업, 나아가 일자리와 밀접한 연관을 띠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곤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산업 현장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게 현실. 특히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이 26.6%일 때 6.5%에 그친 바 있다. 탄소배출 절감은 산업 전반에 혁신을 요구할 것이고, 이는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산화탄소 못지않게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도 줄이기 쉬운 온실가스가 메탄입니다. 축사, LNG발전소, 쓰레기매립장 등에서 발생하는데 이산화탄소에 비하면 한정적이라 컨트롤하기 쉽죠. 대기 중 수명이 10년 정도여서 지금 대응하면 10년 후엔 효과를 볼 수 있고요. 대기 중에서 1000년 이상 가는 이산화탄소보단 즉각적이죠. 탄소 중립 선언만 하고 뭉그적대는 것 같지만, 탄소포집 기술이 엄청 빨리 발전하고 있습니다. 막판에 확 줄일 계획이에요. 비록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고 해도 지구의 대기는 산업혁명 이전으로 돌아가진 못 하지만, 폭염 노출 인구는 97%, 집중호우 피해는 89% 줄어들 전망입니다.”

메탄 절감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시작하고 차후 이산화탄소 절감 노력이 가세하면 산업계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는 동시에 효과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뜻. 그러나 어려움은 또 있다.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물의 속성상 온실가스를 줄여 대기의 온도를 낮추더라도 바다는 십수 년간 더 데워진 후 뒤이어 식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구의 70%는 바다로 덮여있고 우리나라는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을 가장 오래 겪을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2022년 발표된 세계기상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 기온은 산업혁명기 대비 1.09정도 올랐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100년 동안 1정도 오른 것 갖고 무슨 호들갑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떤 시스템에선 100올라도 아무 영향 없는 반면, 또 다른 시스템에선 0.1올라도 치명적일 수 있어요. 우리가 사는 지구는 안타깝게도 후자에 해당하고요. RE100에 발맞춰 국내 기업도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동문 여러분께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본회는 이날 참석한 동문 전원에게 조천호 국립기상과학원장의 책 파란 하늘 빨간 지구를 선물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