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2호 2024년 3월] 뉴스 본회소식
“내가 번 돈 사회와 나눠 쓰겠다는 마음이 부자되는 지름길”
김종섭 회장, 재학생과 토크콘서트
“내가 번 돈 사회와 나눠 쓰겠다는 마음이 부자되는 지름길”
김종섭 회장, 재학생과 토크콘서트
빌 게이츠·마크 저커버그 같은 부자
크게 기부하기 때문에 큰돈 버는 것
서울대 나와서 생계 걱정하면 바보
성적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돈 많이 벌면 뭐 하고 싶어요?”
김종섭 본회 회장이 재학생 후배들에게 물었다. 3월 6일 관악캠퍼스 관정도서관 양두석홀에서 열린 ‘총동창회장과 재학생의 토크콘서트’에서다. 김 회장의 출신 학과인 사회사업학과의 후신 사회복지학과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인사말을 요청한 것이 참석을 희망하는 재학생 모두와 소통하자는 취지에서 토크콘서트로 확대됐다. 이경형 상임부회장, 송우엽 사무총장, 김동규 사무차장 등 본회 집행부가 모두 참석했으며 학내 동아리 회장 및 ROTC 후보생 등 재학생 10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국내외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중견기업의 오너이자 수시로 거액을 기부하는 자산가인 김 회장의 물음엔 이미, 많이 번 사람은 어디에 돈을 쓰는지 또는 써야 하는지, 그 답을 내포하고 있었다.
‘치킨 시켜서 닭다리만 먹고 버리는 플렉스를 누려보고 싶다’, ‘망고 농장을 차려 그 안에 집 짓고 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고 싶다’, ‘좋은 집 사고 싶다’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동아리 회장이 다수 참석한 만큼 피아노동아리 회장은 더 좋은 피아노를, 방송 동아리 회장은 더 좋은 방송 장비를 구입하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이 기대한 답은 아니었다.
“부자가 되는 지름길은 자기가 번 돈이라고 해도 그중에 적당량만 내가 갖고 그 이상은 사회와 나누겠다는 마음자세에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창립자이자 현 메타의 회장인 마크 저커버그는 스물 몇 살 때 이미 세계적인 부자가 됐어요. 그 사람만 노력했겠습니까? 노력은 다른 사람도 많이 합니다. 마크 저커버그가 자기 능력과 노력으로 그런 큰돈을 벌었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큰돈을 벌지 못했을 겁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2015년 12월 딸의 출생 직후 페이스북 지분 99%를 사회발전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에 편지 형식으로 발표된 그의 기부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기부액은 당시 시가로 450억 달러, 한화로 약 52조 원에 달했다.
김 회장은 이어 “빌 게이츠도 거액을 벌고 대부분 기부했다. 그런 분들이 부자 될 자질이 있는 분들이며, 나눌 줄 아는 사람들에게 부가 돌아가는 게 어떻게 보면 공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갖고 실천할 때 여러분에게 복이 굴러들어올 것”이라고.
김 회장은 첫 기부의 계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제가 쉰일곱 살에 아들이 결혼했는데, 하객들이 찾아와 축하한다고 인사를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축하받을 일을 했나? 자문해봤습니다. 아들에게도 물었고요. 축하받을 일 한 게 없으면 지금이라도 만들자 해서 이바지 음식 대신 돈을 받아 고아원에 기부했고, 저는 총동창회에 장학빌딩 건립기금으로 1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당시 70이 넘은 동창회장님이 찾아오셔서는 ‘수차례 전화하고 사정해야 기부하는 게 보통인데, 어떤 젊은 동문이 제 발로 찾아와 10억을 기부했느냐’며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뿐 아니라, 실적 압박받는 거래처 은행에 예금 많이 넣어주는 등 주위 사람들을 기회 닿는 대로 많이 도왔습니다. 그랬더니 난처한 일 있을 때 서로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생기고, 사업도 더 잘 풀렸어요.”
김 회장은 입학식 축사 때 강조했던 것처럼 재학생들에게 학점과 취업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을 강조했다. 졸업하고 54년이 흘렀지만 지나온 인생 중 가장 생각나는 때가 대학 4년이라며 “학창시절 많은 추억을 갖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1학년 땐 몸짱에 관심이 생겨 잠깐 역도부에 들어가 역기도 들어봤다고. 베푸는 사람이 잘 산다는 김 회장의 가르침은 학창시절 추억에도 어김이 없었다.
“사회사업학과다 보니 대학적십자의 창립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처음엔 거기가 뭔지도 몰랐죠. 저희 학번 땐 서울대에 여학생이 많지 않았어요. 영문과, 불문과 외엔 거의 없었죠. 그 드문 여학생들이 대학적십자에 많이 들어와서 그 안에선 남녀비율이 비슷해졌습니다. 연건캠퍼스의 간호학과 학생도 많이 왔고요. 워크숍 때나 농촌 봉사활동 때 분위기가 아주 좋았죠. 다섯 커플이 탄생했고, 일부는 결혼에 성공했는데 그 친구들이 다 잘 살아요. 봉사하는 단체에서 만난 사람들이란 게 영향이 없지 않을 겁니다.”
김 회장은 학과 실습 때 고아원, 정신병원, 홀트아동복지회 등지를 매주 다녀오면서 “대한민국에 못 사는 사람 원 없이 봤다”며 “이렇게 어려운 사람이 많으니 돈을 많이 벌어 도와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3학년 때는 ROTC에 입단, 타 단과대학 동기뿐 아니라 타 대학 출신들과도 어울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지금도 학군동기들과 자주 만난다고. 육사 출신 사촌 형의 영향으로 어릴 적 육군 대장을 꿈꿨지만, 급성심장염에 걸린 적 있어 육사 대신 서울대 ROTC를 통해 장교로 임관했다고 밝혔다.
“부인과 같이 있을 땐 내 인생 가장 잘한 일이 아내와 결혼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따로 있을 땐 ROTC 복무한 걸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해요. 50여 년 전 제가 임관했을 때와 지금 후배들이 똑같이 28개월 복무하고 있죠. 병 복무기간은 계속 줄어 지금은 18개월이 됐는데, 저 때는 몇 달 차이 안 났어요. 병사 봉급도 많이 올라 ROTC는 더욱 메리트가 약해졌죠. 그러나 저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다섯 배는 더 많았습니다. 학군단을 거쳐 장교 복무하면서 리더십을 배웠어요. 기회가 되는 1, 2학년 재학생들에겐 ROTC 지원을, 이미 늦은 3, 4학년에겐 글로벌사회공헌단 활동을 추천해 드립니다.”
2013년 창설된 모교 글로벌사회공헌단은 서울대 학생이라면 국내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봉사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김 회장은 “세계적인 리더가 되려면 세계를, 특히 가난한 나라를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하는 것은 물론 국위를 선양해 대한민국 발전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모교 글로벌사회공헌단은 김 회장 취임 후 본회와의 협력 사업도 전개해, 작년엔 라오스에서 열흘간, 올 초엔 군산에서 3박 4일간 동문과 재학생이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들어와서 먹고사는 것 걱정하는 사람은 바보”라며 “여러분은 좋은 길에 들어섰다, 출발이 괜찮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없다”고 격려했다. 동시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의대 정원 확대와 반발에 따른 갈등 상황을 짚으며 “서울대생이면 사회문제에 나 몰라라 해선 안 된다. 할 말은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리대가 있었을 때는 정치권에서 벌벌 떨었습니다. 문리대에서 나오는 시국성명문이 가장 큰 사회 이슈이자 학생운동의 방향이었기 때문에 항상 예의주시했죠. 문리대 출신 이어령 동문은 기성 문단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비판해 세기의 스타로 등극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들이 학생 때부터 그런 싹수를 보여줘야죠. 학생회가 이슈를 피하고 의견을 내지 않는 건 잘못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는 논의를 할 수 있어야 해요.”
본회는 이날 참석한 재학생 모두에게 기념품으로 보디워시 세트를 선물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