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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호 2024년 2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맛있는 음식보단 건강한 음식, 저만의 경쟁력 됐어요”


“맛있는 음식보단 건강한 음식, 저만의 경쟁력 됐어요”

심미정 (AMPFRI 31기)
내발산동 ‘발산삼계탕’ 대표



한의학 기반의 독특한 삼계탕
코로나 때 대박난 22년된 식당


변함없이 맛있는 삼계탕, 사장님과 직원들 친절이 5성급 호텔 같은 집, 발산의 자랑.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있는 ‘발산삼계탕’ 이용 후기다. ‘돈 벌려고 장사하는 식당이 자랑스러울 것까지야’ 처음엔 썩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심미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1월 31일 심미정 동문을 인터뷰했다.

“폐업에도 요령이 있어야 하고 돈이 필요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버텼습니다. 요령도 돈도 없어서. 그러다 보니 올해로 22년이 됐네요.”

2002년 7월 복날 시즌에 경상도 지역 프랜차이즈 삼계탕인 ‘주왕산삼계탕’의 수도권 분점으로 최초 오픈, 개업 첫날부터 손님이 몰려들어 하루 평균 1400그릇을 팔았다. 순조롭게 자리를 잡는 듯했으나 그해 겨울 조류독감이 전 세계에 퍼졌다. 조류독감 뉴스가 매일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끓여 먹으면 된다더라, 그래도 어린이나 노약자는 조심해야 된다고 하더라 등 ‘카더라통신’이 난무했다. 먼저 장사하던 동네 삼계탕집이 모두 문을 닫았다.

“폐업하려면 건물을 원상복구시켜야 했는데, 건물주의 요구가 까다로웠어요. 개점휴업 상태에서 갖고 있던 집도, 살고 있던 집도 다 팔았죠. 2007년 ‘발산삼계탕’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업했습니다. 그때부터 ‘건강한 음식’을 만들자고 다짐했죠. 요리가 취미인 것도, 전공인 것도 아닌 제가 다른 식당과 경쟁하려면 남들이 다 하는 ‘맛있는 음식’ 갖고는 어림도 없으리라 판단했어요. 조류독감 ‘한파’를 견디는 5년 동안 안 팔아본 음식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메뉴를 취급했지만, 한정식이나 고깃집이 아닌 삼계탕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발산삼계탕은 식재료 간 음양의 조화로 닭 비린내를 잡는 것은 물론 건강까지 더 알차게 챙겼다. 양의 성질을 띠는 닭고기와 인삼에 음의 성질을 띠는 검은콩과 잡곡을 가미하여 음양의 조화를 이룬 것. 화학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을뿐더러 소금마저 최대한 줄였다.

“어릴 적 배앓이 할 때 어머니가 숭늉을 끓여주셨습니다. 보통은 그저 누룽지에 물을 붓고 끓이는데 저희 어머니는 잡곡 볶은 것과 쌀뜨물을 같이 넣고 끓여주셨죠. 동의보감 탕액편에도 잡곡으로 탕을 끓이는 요법이 나와 있는 것으로 봐서 건강식에 대한 나름의 지식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때 경험을 떠올려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경희대 약선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고, 배운 지식을 메뉴에 적용했죠. 누룽지삼계탕, 산삼배양근능이삼계탕, 용미봉탕 등을 개발했습니다. 같은 삼계탕이어도 재료와 육수가 다 달라요.”



발산삼계탕은 식재료 간 음양의 조화를 맞춘 것이 특징이다. 


뚝배기를 상 위에 올리자 인삼의 알싸한 향과 잡곡의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다. 국물엔 기름이 떠다니지 않았고 묽기는 미음 같았으며 고소하고 담백했다. 연하고 부드러운 닭고기 안에 아이 주먹만큼 약밥이 담겼다. 고기는 뼈와 살이 순순히 떨어져 나와 혀에 감겼다. 국물까지 한 그릇 다 비웠는데도 식사 후 흔히 입안에 남는 텁텁함이나 향신료가 긁고 간 듯한 자극도 없었다. 과연 아파서 먹을 게 마땅치 않은 손님들이 많이 찾을 만했다.

“실은 제가 작년에 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2년 정도 지나 발견했는데 그즈음 손님 중 한 분한테서 ‘사장님 얼굴이 꼭 암 걸렸을 때 나 같아’라는 말을 들었어요. 다행히 수술이 잘 됐고 2개월 만에 자리를 털고 나와 다시 일을 시작했죠. 암과 싸우면서, 건강한 음식을 만든다는 자부심에 자신감이 더해졌어요. 발산삼계탕 먹고 건강해지는 효과를 직접 체험했으니까요. 강서구에 허준박물관 있는 것 아셨나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 동네가 한의학이나 건강식에 관심이 많아요. 지역 특색과 저희 식당 운영의 방향이 잘 맞았죠.”

22년 식당을 운영하면서 부딪히는 위기가 어디 조류독감뿐이겠는가. 2012년엔 메르스가 덮쳤고, 2019년엔 코로나19 팬데믹이 수년간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그러나 준비하는 자에겐 역풍도 순풍이 되는 법. 심 동문은 코로나 때 외려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코로나 창궐 직전 지역 배달 플랫폼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보양식 수요가 폭발하면서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고. 메르스 때는 일일이 손님의 체온을 측정해 고열을 띨 경우, 정중히 돌려보냈다. 항의하는 손님도 있었지만, 지지해주는 손님이 훨씬 더 많았다.

“과일이며 떡을 매달 몇 박스씩 선물해 주시는 단골손님이 계세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사양했더니, 여기 오면 너무 즐겁고 그래서 발산삼계탕이 오래오래 성업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드리는 거니 부담 갖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22년 노하우를 살려 식품사업이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총 100석 규모. 포장 및 배달, 주차 가능.  
문의 : 02-3662-3930 



강서구 내발산동에 있는 발산삼계탕 전경.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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