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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호 2022년 4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미나리 곁들여 초장 찍어 먹어보세요~ 고기 맛 오묘해집니다

박세윤 동문의 신림동 스태미나식당 대표

미나리 곁들여 초장 찍어 먹어보세요~ 고기 맛 오묘해집니다

박세윤 (대학원08-10)
신림동 스태미나식당 대표



동문 농장에서 좋은 고기 공수
불쇼에 오래매달리기 이벤트도


“치이익-”

뜨겁게 달아오른 불판에 두툼한 돼지 목살을 올리자 고소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진다. 꼴깍 침이 넘어가고 성마른 젓가락들이 불판 위를 배회할 때쯤 한 손엔 소주와 청하를 섞은 술을, 다른 한 손엔 부탄가스를 끼운 토치를 들고 박세윤 오너셰프가 나타난다. 고기 위에 술을 붓고 토치로 불을 당긴 순간, 시뻘건 불길이 치솟는다. 놀란 손님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화려한 불꽃을 즐기며 천천히 흥분을 가라앉히면 어느새 고기가 익어 있다. 기다림의 시간마저 즐거운 이유다. 3월 29일 서울 신림동 스태미나식당에서 박세윤 동문을 만났다.

“대학가 소재 식당이라 학생 손님이 많습니다. 젊은 감성에 호소하려는 취지에서 ‘불쇼’를 곁들였어요. 기분에 따라 음식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보는 맛’을 제공하면 더 즐거운 식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쇼도 좋지만, 음식의 본질은 맛. 고기 전문 식당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좋은 고기를 상에 올린다.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미경산 암소, 1+ 최고등급 한돈, 국내산 육우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게 한쪽에 큼지막하게 내건 등급판정서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김치도 중국산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국산만 고집한다. 고시촌 식당은 싼 맛에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미경산 한우 안심을 적극 추천합니다. 대개 강남의 고급식당으로 납품되는 고기를 축산업 하는 김 돌(체육교육01-05) 동문에게 사정사정해서 공수해온 거예요. 보통 32개월 전후로 잡는데, 저희 고기는 24개월 전에 잡아요. 육질이 더 부드럽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죠. 많이 팔리진 않고 많이 팔 수도 없지만, 수요는 꾸준히 있습니다. 요즘 젊은 학생들 성향이 맨날 삼각김밥에 고시원 식당 밥만 먹고 그러진 않거든요. 스스로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은 날, 시험을 잘 봤다거나 과외비를 받았다거나 뭐가 됐든, 나 자신이 기특해서 뭔가 해주고 싶을 때 저희 식당에서 미경산 한우를 찾습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보는 맛을 더한 스태미나식당의 불쇼


물론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을 위한 메뉴도 있다. 학생증이나 학원 수강증을 제시하면 주문 가능한 ‘90분 무한근육’이 그것. 지방을 최대한 제거해 만든 일명 ‘근육고기’를 1만4900원에 90분 동안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스태미나식당의 또 다른 특징은 미나리와 초장. 고깃집 하면, 쌈과 쌈장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곳에선 미나리를 곁들여 초장에 찍어 먹는다.

“고기도 채소도 안 써본 게 없습니다. 품질이 좋아도 고기는 기름질 수밖에 없으니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채소가 잘 맞을 거라 판단했어요. 숙주도 부추도 콩나물도 곁들여 봤지만, 미나리만 못 했죠. 고기와 미나리를 함께 집어 초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참 오묘하게 잘 어울려요. 고깃집에 상추와 쌈장이 없냐고 지적하는 손님들께는 일일이 먹는 법을 설명해 드리죠. 여러 음식이 뒤섞이는 쌈도 좋지만 가볍고 정갈한 상차림을 꾀하고 싶었습니다.”


손님들로 붐비는 스태미나식당 실내 전경

2010년 스포츠심리학으로 체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박 동문은 태권도 사범 및 심판 자격증 보유자다. 식당 이름에 스태미나가 암시하듯 격렬한 운동을 좋아한다. 가게 한쪽에 파워 리프팅 기구를 구비해 놓기까지 했다. 음식점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편하게 운동기구를 사용하진 못 하지만 부상의 위험이 없는 범위 안에서 오래 매달리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좋은 고기를 기본으로 아기자기한 재미를 갖춘 스태미나식당은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2020년에도 건재했다.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방역 수칙이 공표되기도 전에 체육시설 방역 요령을 선제적으로 적용, 학생을 비롯한 여러 손님들에게 안전한 식당으로 인식됐던 것. 위기 속에도 장사가 잘되자 건물주가 재계약을 해주지 않았다.

“폐업과 개업을 동시에 준비했습니다. 가게 꾸리느라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못 자고 일했죠. 모교 후배 이호동(체육교육10-14) 변호사가 자임해 법정 다툼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가게를 건사한들 기분 좋게 일하긴 힘들 것 같더라고요. 6년 만에 자리를 잡았구나 싶었는데 이전을 하게 됐습니다. ‘눈물로 씨앗을 일구라’는 장용규(체육교육82-86) 교수님의 격려가 뜨겁게 되뇌어졌죠. 공학 학사에서 체육학 석사, 음식점 사업으로 오기까지 정말 눈물로 버텨온 것 같아요. 서로 거리가 먼 이력들이지만 ‘Connecting The Dots’를 주제로 한 스티브 잡스의 연설처럼 제 삶의 점들을 우아하고 튼튼하게 연결하겠습니다.”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 총 80석 규모. 주차 불가. 포장 주문 시 50% 할인.

문의: 070-8108-8104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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