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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호 2023년 12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해산물 고유의 맛 살리는 스페인 음식에 반해 식당까지 차렸어요”



“해산물 고유의 맛 살리는 스페인 음식에 반해 식당까지 차렸어요”

안재석 (체육교육14-21)
사당동 ‘뽀르께노 스페니쉬’ 오너셰프



코로나19 창궐 때 1호점 개업
1년에 한곳씩 3호점까지 열어


스페인어 ‘뽀르께노(¿Por qué no?)’는 우리말로 ‘왜 안 되겠어?’, 영어로는 ‘Why not?’ 정도된다. ‘no, not, 안’ 등 부정 어휘가 붙었지만, 역설적으로 강한 긍정을 의미한다. ‘뽀르께노 스페니쉬’의 안재석 오너셰프는 체육교육과로 입학해 서어서문학과를 복수 전공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외식업 빙하기 때 식당을 개업했다. 인생의 굽이마다 뜻밖의 선택을 해온 그에게 이유를 묻자 ‘뽀르께노?’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당동에 있는 ‘뽀르께노 스페니쉬 카페앤펍’에서 안재석 동문을 만났다.
“2021년 대학로 1호점 ‘비스트로’, 2022년 홍대 2호점 ‘타파스바’에 이어 올해 7월 사당동에 3호점 ‘카페앤펍’을 오픈했습니다. 1·2호점이 저녁에 영업하는 작은 술집이라면 3호점은 브런치 메뉴를 준비해 점심 장사도 하고, 20명 이상 단체 손님도 받을 수 있게 규모를 키웠죠. 관악캠퍼스와 가까워 대학원 다니는 학교 친구들과 재직 중인 은사님께 한번 오시라는 말씀도 드리기 편해졌고요(웃음). 매장 세 곳의 위치를 이어보면 딱 정삼각형이 돼요. 적어도 서울 안에선 스페인 음식점이 너무 멀어 못 먹을 일은 없죠. 세 곳 모두 역에서 도보 1분 거리라 접근성도 좋습니다.”

안 동문이 스페인에 빠져든 건 대학 2학년 진학을 앞둔 겨울방학 때, 동기들과 함께 떠난 배낭여행이 계기가 됐다. 이전에도 가족 여행으로 해외에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온전히 자기 힘만으로 계획을 짜고,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잡는 여행은 스페인이 처음이었던 것. 온화한 기후, 풍부하고 다양한 먹거리, 낯선 이들과도 편견 없이 어울리는 분위기까지. 귀국 후에도 방학 때면 늘 스페인으로 떠나 ‘스페인에 미친 놈’ 소리를 들을 만큼 깊게 매료됐고, 2019년 2학기 땐 교환 학생으로 마드리드 대학에서 공부했다. 스페인의 감성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게 꿈이라고.

“처음엔 스페인어 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2주 과정 수업 마지막 날엔 항상 뒤풀이 겸해서 직접 요리한 스페인 음식을 대접했죠.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면서 대면 강의가 거의 불가능하게 됐어요. 화상 강의도 해봤지만, 너무 답답했죠. 스페인 덕후들과 교류하며 이야기 나누는 재미로 살았거든요. 어떡하면 좋을까 가만 생각해보니, 방역이 암만 중해도 밥 안 먹고 살 순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식당을 차렸습니다. 사람들 만나고 싶어서. 강의 뒤풀이 때 대접하던 ‘꿀대구’가 저희 가게 시그니처메뉴가 됐죠.”

꿀대구는 대구 스테이크에 꿀을 끼얹고 볶은 삐스또와 루꼴라 샐러드를 곁들인 식사 메뉴.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테이블당 꼭 하나씩은 주문이 들어온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뽀르께노식 문어요리’도 인기. 큼직한 문어 다리를 저온에서 올리브유로 삶은 뒤 매콤한 브라바 소스를 발라 먹는 메뉴다. 으깬 감자와 페스토, 토마토 등을 곁들이면 매운 음식 잘 못 먹는 ‘맵찔이’들도 무난히 즐길 수 있다.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에서 문어가 많이 나요. 문어는 현지에서도 알아주는 고급 요리인데 산지가 다르다 보니 같은 조리법을 써도 그 맛이 안 나더군요. 그렇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요리이기도 해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문어를 때려도 보고 삶는 시간을 바꿔보기도 하면서 6개월 동안 연구해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했죠. 어느 하나 소중한 메뉴가 아닐 수 없지만, 가게 이름을 따 메뉴 이름에 붙일 만큼 애정이 가요. 스페인은 해산물을 비롯해 식재료 자체가 워낙 좋아서 재료를 살리는 요리가 많습니다. 저희 식당도 신선한 해산물을 들여와 최소한으로 가공을 하되 가장 잘 어울리는 소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조리해요.”


올해 7월 오픈한 3호점 포르께노 스페니쉬 카페앤펍 전경. 대학로에 1호점, 홍대에 2호점이 있다.



대표 메뉴인 꿀대구(위), 뽀르께노식 문어요리.


대구 스테이크에 까만 버섯 크림을 끼얹은 ‘숯대구’와 레드와인에 숙성시켜 고기 맛이 부드럽게 감기는 ‘돼지뽈살와인찜’, 고소한 새우 기름에 매콤한 파프리카 파우더를 듬뿍 얹은 ‘감바스 알 삘삘’ 등 메인메뉴 외 ‘멜론꼰하몽’, ‘꿀가지튀김’ 등 사이드메뉴도 다양하다. 특히 ‘타파스’는 바게뜨 빵 위에 버섯, 치즈, 계란, 옥수수 등을 자유롭게 올려 먹을 수 있어 스페인식 전채 요리이자 대표 간식으로 꼽힌다.

맛있는 음식에 술이 빠질 수 없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 뽀르께노 스페니쉬는 40여 가지의 스페인산 와인과 뱅쇼를 비롯한 칵테일, 바르셀로나 대표 맥주 ‘에스뜨레야 담’, ‘리몬첼로 하이볼’ 등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스페인 하면 아직은 낯설고 먼 나라란 인식이 강하잖아요. 투우, 플라멩코 같은 몇 개의 키워드와 열정적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뿐이죠. 저희 식당을 통해 스페인 음식을 알리고 스페인을 좀 더 편하게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팬시한 음식보단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스페인 가정식’을 추구하는 이유기도 하죠. 가까운 외국인 친구 집에 놀러 가 환대받고, 편안하게 밥 먹고, 기분 좋게 떠나는, 그런 기분을 선사하는 식당이 되고 싶습니다.”


일요일·월요일 휴무. 1·2호점은 예약제. 포장 가능, 배달 불가. 주차는 인근 유료 주차장 이용 가능.
문의: 0507-1365-6067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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