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7호 2024년 8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스타벅스에서 드셨던 버터바, 저희 빵집 레시피입니다”
일산 '크림한상'
“스타벅스에서 드셨던 버터바, 저희 빵집 레시피입니다”
이대규 (경영85-89)
일산 ‘크림한상’ 대표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제조
신세계 강남점·부산점 진출
크림한상 메뉴 버터바 4종.
크림한상 메뉴 버터바 4종.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가 골목 구석구석에 침투하는 게 당연시되는 요즘. 동네빵집 메뉴가 국내 대표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전국에 판매된다. 일산에 있는 ‘크림한상’의 대표 메뉴 버터바가 그것. 고소하고 살짝 짭조름하면서도 묵직한 버터 맛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꾸덕꾸덕한 다채로운 식감과 만나 입안 가득 퍼진다. 커피와 궁합이 잘 맞는 건 물론이고 맥주나 위스키 안주로도, 얼려서 아이스크림으로 먹기에도 훌륭하다. 이대규 크림한상 대표를 전화와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크림한상은 2022년말 크림빵 및 버터바 전문점으로 오픈했습니다. 1년 동안 내방 고객을 중심으로 제품에 대한 반응을 살폈고, 그 결과에 자신감을 얻어 대형 커피숍 납품처를 꾸준히 찾아다녔죠. 스타벅스에서 납품 의뢰를 받았는데 개인이 생산을 맡기엔 수량이 매우 많았어요. 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 인증 등 납품을 위한 행정적 절차도 걸림돌이 됐죠. 꾀를 내어 신세계푸드주식회사와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 레시피를 제공하는 대신 로열티를 받고 있습니다. 작년 6월 시판 후 현재까지 매일 4000개씩 팔리는 인기 티푸드로 자리잡았죠.”
‘크림한상 오리지널’이 명시되지 않은 건 아쉽지만, 큰 짐을 덜고 가벼운 몸집을 유지한 게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는 데는 더 유리했다고 이 동문은 말했다. 작년 12월부터 6개월간 스타필드 고양점에 입점했었고,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크림한상의 빵과 버터바를 선보인다. 강남점 리모델링이 끝나는 대로 장기 입점을 추진할 예정이며, 오는 9월엔 신세계백화점 부산센텀시티점에서 새로운 직영점을 오픈한다. 이 동문은 본지와의 통화 중에도 거래처 이곳저곳을 오가야 할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부산에서 두 번째로 큰 입시학원을 운영했었습니다. 첫 번째를 꿈꾸며 무리하게 확장해 가다가 IMF를 맞았고, 2001년 부도가 나면서 무일푼으로 서울 올라왔죠. 나이가 있는 데다 서울대 학벌이 도리어 부담이 됐는지 오라는 데가 없더군요. 중국 보따리 무역, 인터넷 가입센터, 보험설계사 등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저뿐 아니라 집사람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고생이 많았죠. 좀 쉬게 해주고 싶어서 커피숍 개업을 알아보던 중 신광식품 박재현(경제87-91) 전무를 통해 ‘빵장수단팥빵’ 창업주 박기태 사장을 소개받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빵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엄청 부드럽고 속이 편해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커피숍 대신 빵집을 열었죠.”
2015년 3월 빵장수단팥빵의 체인점으로 제빵업에 뛰어든 이대규 동문. 둘째 아들이 함께하면서 자체 브랜드 크림한상으로 거듭났다. 난생처음 빵 반죽을 만지고 한 달 만에 이 동문 못지않은 실력을 키운 둘째 아들은 전국의 이름난 빵집을 3년 동안 순회하며 기술을 배워왔다. 특별한 입맛으로 재료와 제조법을 감별해낼 수 있는 수준인 데다 버터바 개발의 일등공신이라고. “함께 일하는 3년여 동안 한 번도 지각한 적 없고, 일에 몰두할 땐 화장실도 안 가고 작업대 앞을 지킨다”며 이 동문은 아들 자랑을 쏟아냈다.
“보통은 버터바를 큰 틀에서 한꺼번에 구운 후 잘라 팔아요. 반면 저희는 낱개 별로 각각 굽습니다. 그래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꾸덕꾸덕한 식감이 더욱 살아나죠. 가공 버터나 마가린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천연 버터만 사용하며, 메이플시럽, 바닐라액기스 등 여러 재료에서 보통 제과점에선 잘 안 쓰는 고급 카페 재료만 씁니다. 제빵업은 힘들긴 해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 정직하게 만드는 건 어렵죠. 장사가 잘 안 될 땐 빵 크기나 비싼 재료의 함량을 줄이고 싶은 유혹에 참 많이 시달리거든요(웃음). 정직하게 정성 들여 만드는 게 저희 빵집 비결입니다.”
이대규 동문과 그의 둘째 아들.
이대규 동문과 그의 둘째 아들.
국산 찹쌀로 만든 도너츠에 수제 크림을 넣은 크림볼과 생크림단팥빵·멜론크림빵·초코크림빵·슈크림빵 등 다양한 수제 크림빵도 크림한상의 대표메뉴다. 듬뿍듬뿍 크림을 넣어 한 입 베어 물면 강렬한 단맛에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세계 최고의 유지방을 함유한, 질 좋고 값비싼 재료로 만든다고.
히트 상품인 크림빵·버터바와 함께 베이커리 카페 형태로 음료를 같이 팔면 좋지 않겠느냐고 묻자 이 동문은 “잘못하면 또 부도난다. 작게 알차게 꾸려 가겠다”고 답했다.
“IMF 때 부도를 겪으면서 무척 괴로웠습니다. 술로 시름을 달래는 게 습관이 돼 가족과 지인의 걱정을 사기도 했죠. 머릿속을 하얗게 비우는, 제빵이란 고된 육체노동이 제 마음을 위로해줬던 것 같습니다. 기존에 판매 중인 아이템을 좀 더 깊이 들어가 옆으로 펼쳐볼 생각이에요. 빵 위에 여러 가지 크림이나 토핑을 다양하게 조합하는 것만으로 꽤 많은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크림한상 제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포장 및 배달 가능. 주차 불가. 문의: 0507-1381-1858
나경태 기자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