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48호 2023년 11월] 뉴스 본회소식

“서울대에 매년 1조씩 투자하면 10년 후 최고 강국 될 수 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조찬포럼

“서울대에 매년 1조씩 투자하면 10년 후 최고 강국 될 수 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기술 연결·진화 ‘테크늄’ 강조
AI앵커 등 디지털실험 눈길


“우리 인류가 수천년 동안 축적한 기술이 지금 만개하고 있습니다. 퀀텀 컴퓨팅, 자율주행차, AI, 바이오, 로보틱스, 탄소포집기술, 도심항공모빌리티…. 이런 ‘테크노 빅뱅’ 속에서 우리는 ‘그랜드 테크늄 얼라이언스(grand technium alliance)’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모교 동문들을 만났다. 11월 9일 ‘테크노 빅뱅: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인류’를 주제로 진행된 본회 조찬포럼을 통해서다. 언론인이자 IT 등 과학기술에도 관심과 애정이 깊기로 잘 알려진 그다. 한국신문협회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1998년부터 세계지식포럼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2023년 마지막 본회 조찬 포럼의 연사로 나섰다.

그가 말하는 ‘테크늄’은 각자가 가진 기술이 끊임없이 상호 연결되고 진화하는 것을 뜻한다. 인류 상상의 영역을 허무는 신기술로 인해 기술의 연쇄적인 혁신이 일어나는 ‘테크노 빅뱅’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올해 세계지식포럼에 참여한 세계적인 석학과 산업기술 전문가들이 제시한 메시지에도 ‘테크늄’과 ‘테크늄 얼라이언스’가 녹아 있다. △혁신 기술에 혁신 인센티브 부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파괴적 스타트업 육성 △한국·호주 포함 G7+ 출범 △한미일 동맹으로 북중러 리스크 해결 등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테크늄’이라는 아이디어를 갖고 더 발전할 수 있다”면서 네덜란드 회사 ASML을 소개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EUV(극자외선) 장비를 생산하는 전 세계 유일한 회사다.

“1984년 네덜란드 펠트호번의 한 창고에서 작은 회사로 출발했어요. 당시 미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있었는데 이때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네덜란드 필립스는 전자기술을 제공했고, 독일 칼자이스는 광학 기술,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새겨넣는 리소그래피 원천 기술은 미국 국립연구소가 지원했습니다. 독점을 넘어선 이 파트너십 덕분에 ASML은 전세계 20개국에 3만8000명의 직원을 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죠. 이것이 ‘테크늄 얼라이언스’입니다.” 이어 “강대국의 싸움에 잘못 휘말리면 많은 피해를 본다. 불확실성 시대에 끼어 있는 대한민국도 정신을 차리고 잘 이겨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회장은 기술에 밝은 언론인으로서 AI시대 미디어에 대한 생각을 피력하기도 했다. “AI에 잡아 먹히느냐, AI를 컨트롤해서 인류 발전에 활용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전 세계 미디어들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변곡점을 맞아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구글과 협력해서 AI를 기사 작성 도구로 활용하는 실험 중이죠. AP통신은 오픈AI와 계약을 체결해 뉴스 콘텐츠를 챗GPT 학습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끄는 매경미디어그룹은 국내 최고 유료 부수를 확보한 매일경제신문과 종합편성채널 MBNTV, 주간지 매일경제 이코노미, 월간지 럭스맨 등을 운영한다. 발빠르게 ‘디지털 실험’을 시작해 최근 주목할 만한 결과를 냈다. MBN 간판 앵커인 김주하 앵커를 본따 최초의 AI 앵커를 구현했고, 텍스트 기사를 동영상으로 자동 변환해 뉴스를 전달한다. AI 날씨기사를 비롯해 금융 인공지능 전문기업과 협업해 AI가 작성한 증권기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간 ‘디지털 마인드’를 강조해온 장 회장의 보람이 컸을 법한 일들이다.

그는 “앞으로 가상 방송 기자도 많이 나올 것 같다. 시청자들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혼동할 수도 있어 기사에 지폐처럼 워터마크를 붙이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또 가상자산, NFT,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인 엠블록을 설립하는 등 경영에 신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그는 “‘MBN의 M은 메타버스, B는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N은 NFT’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국내 최고 지식 플랫폼을 만들어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미국 로체스터대 정치학과 졸업 후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 뉴욕대에서 국제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유학파다. 서울대 동문들 앞에서 내심 서울대에 대한 믿음도 내비쳤다. “옛날에 김대중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얘기했어요.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진 않았지만, 한 마디는 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지적 자산인 서울대에 매년 1조씩 투자해 주십시오. 그렇게 5년, 10년 하면 우리나라가 최고의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요. 서울대가 하면, 다른 학교는 저절로 따라오거든요.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건의해 보세요. 대한민국 최고의 지식인인 서울대 동문들이 좀더 용기 내어 바른말을 해야 합니다.”

장 회장은 “내가 18세에 미국 유학 하던 시절과 지금의 한국은 엄청나게 다르다. 잘하는 게 굉장히 많은데 한국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2019년 출간한 저서 ‘우리가 모르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 도서관에 들어가 있다. 지난 9월엔 한국인과 한국 문화의 힘을 담은 책 ‘K홀릭’을 펴냈다. 본회는 이 책을 참석자 전원에게 증정했다.

장 회장은 “우리 기자들에게 ‘기사 쓸 때 네 손이 흔들리면 그건 비양심적인 기사’라고 말해준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자들의 양심”이라고 말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언론사들이 많으니 신문값 아까워 마시고, 언론사 많이 도와 달라”는 너스레 섞인 부탁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박수진 기자

연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