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5호 2022년 10월] 뉴스 본회소식
“학생 주는데 초·중·고 교부금 증가, 제도 개편해 대학 지원 물꼬 틀 것”
“학생 주는데 초·중·고 교부금 증가, 제도 개편해 대학 지원 물꼬 틀 것”
방기선(경제84-88)
기획재정부 1차관
대기업 협력업체 원자재 상승 때
납품단가 올릴 수 있는 방안 마련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시대’의 찬바람을 살갗으로 느끼는 계절이다. 이 가운데 정부 경제전문가가 직접 동문들 앞에 나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9월 15일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본회 조찬포럼에서다.
이날 연사로 예정됐던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일정상 참석이 어려워짐에 따라 방기선(경제84-88) 기획재정부 1차관이 연단에 섰다. 미국 미주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방 동문은 행정고시(제34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복지예산과장,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경제예산심의관을 지냈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로 재직하던 중 윤석열 정부에 발탁됐다.
방 차관은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과 구조적 여건부터 설명했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국제 에너지와 곡물가격 등이 급등하고 돈이 많이 풀려 있는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빠르게 하락 중이다. “잠재성장률은 크게 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꾸준히, 최대한 완전고용을 실행하면서 성장하는 수준을 말합니다. 저희가 대학 다닐 때, 매년 성장률이 7% 이상은 됐습니다. 7%씩 10년 성장하면 경제 규모가 2배가 된다고 배웠죠. 그런 경제 성장률이 최근 2% 정도입니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근본 요인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과도한 규제로 민간투자 위축 △비효율적· 경직적 노동·교육시스템 △생산인구의 빠른 감소에 비해 낮은 생산성 등이다. 우리 경제의 위기 대응 여력도 제약이 걸린 상황이다.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각종 연금 고갈도 대규모 재정소요 리스크 요인이다.
방 차관은 “그래서 새 정부에서는 경제정책 방향을 재정 위주가 아닌 시장과 기업 중심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도 기업과 민간 주도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방면의 구조 개혁이 필요한 것이고,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민간중심 역동경제’ 등의 슬로건 아래 현 정부의 노력을 알렸다. 기업가 동문이라면 귀담아 들을 내용이 이어졌다.
정부는 법적 불확실성을 불러일으켜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들을 혁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경제법령 형벌규정을 완화시키는 대책을 추진 중이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명확하게 바꾸는 시행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규제를 판단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이해 관계자들 간의 갈등이다. 규제를 풂으로써 피해를 보는 이들과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가장 큰 이슈”라고 방 차관은 설명했다.
세 부담 경감 차원에서 중소기업 최대 애로사항인 가업 승계 관련 제도도 손볼 예정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기업을 일궈놨는데, 전문 경력자 찾기도 쉽지 않고, 물려주려니 너무 제약이 많다며 고쳐달라는 의견이 많으셨습니다. 가업 상속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처분이나 매매할 때 세금을 낼 수 있는 ‘납부 유예 제도’를 신설했고, 가업상속공제 기준도 매출 4000억원 정도에서 1조원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사후관리 기간도 상속 개시 후 7년에서 5년으로 축소했고요.” 그 외에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고, 반도체 기술의 범위도 확대하는 등 첨단산업에 대한 세제지원도 강화했다.
방 차관은 “너무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또 최근 들어 새 정부가 벤처에는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한 가지 예로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납품할 때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납품 단가도 올릴 수 있는 ‘납품 단가 연동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벤처 기업을 위해서는 창업 단계부터 유니콘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단계별 제도 개편과 추가 대책을 마련 중이다.
경제 체질개선을 위해서도 다방면에서 개혁과 혁신을 꾀하고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50%대 중반으로 관리하고, 재정준칙을 법률에 명시해서 구속력을 높이는 등 공공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교육개혁에 있어서는 △2031년까지 반도체 혁신인재 15만명 육성 △대학규제 개선위원회 설치, 교부금 개편, 재정 자율성 강화 등으로 대학재정을 확충하는 등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방 차관은 “학령 인구는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교부금 제도를 합리화하자는 생각이 있다”며 “교부금이 고등학교까지만 쓰이는 것인데 대학재정은 어려워지고, 초중등에서는 남는 편이어서 제도 개편을 통해 대학 재정으로도 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차관은 이날 바쁜 일정으로 시간에 쫓기면서도 방대한 자료를 쉽고 명료하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200여 명의 청중은 국민 경제를 위해 고군분투 중인 그에게 박수로 화답했다. “지금의 복합적인 위기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가 앞장서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로 저희 임금도 동결하고, 저 또한 임금 10%를 반납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1997년 IMF 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대한민국의 저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하고 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힘만으로 되는 건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 모두가 힘을 합해야 가능합니다.”
본회는 이날 참석자 전원에게 책 ‘환율 비밀 노트’를 증정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