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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호 2023년 1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타이어에 센서 달아 미국 물류 시장 공략합니다” 

유성한 (전기공학03-07) 반프 대표

“타이어에 센서 달아 미국 물류 시장 공략합니다” 
 
유성한 (전기공학03-07)
반프 대표




주행중 실시간 타이어 문제 분석
포트홀 등 노면 문제 예측도    


“왜 스타트업이 타이어를 하냐고들 묻습니다. 1800년대 후반 가솔린차와 전화기가 나왔고 테슬라와 아이폰이 각각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죠. 같은 시기 나온 타이어는 디지털 전환이 안 됐어요. 반프가 그 일을 하려 합니다.” 

11월 2일 역삼동 반프 본사에서 만난 유성한 대표는 “트럭에서 타이어의 디지털화는 꼭 필요한 기술이지만, 그간 타이어 회사도, 트럭 제조사도 손 대기 애매했던 지점을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10월 5일 동문창업네트워크 창업차 피칭 시간에 “타이어에 센서를 달고 데이터를 프로파일링해서 자율주행 트럭의 아킬레스건인 타이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장담해 깊은 인상을 남긴 그였다. 아니나 다를까, 창업 3년 만에 67억원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에디슨 어워즈 등 국내외 혁신기술 대회와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수상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왜 트럭일까. 타이어는 트럭의 ‘알파요 오메가’나 다름없다. 타이어의 마모도, 바퀴 정렬 등의 문제는 그대로 치명적인 연비 상승과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트럭 사고 중 30%는 타이어 결함 사고입니다. 자율주행 트럭이 24시간 운행하는 시대가 되면 타이어 사고 비중도 높아지고, 교체 주기도 짧아질 텐데 아직도 기사가 아침에 망치로 한 번 두들겨보고 감으로 체크하는 데 그치고 있어요.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 과실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타이어 이슈와 도로 인프라로 인한 사고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타이어에 숨어 있는 모든 정보를 분석하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반프는 타이어 내면에 ‘i(아이)센서’, 타이어 위쪽 차체에 센서와 통신하는 ‘스마트 프로파일러’를 부착해 타이어 내부와 외부 데이터를 얻는다.  X·Y·Z 3개 축을 가진 센서는 주행 중인 타이어에서 공기압은 물론 휠 얼라인먼트, 탈거와 손상 가능성, 마모도 등의 정보를 감지한다. 또 크랙이나 포트홀의 깊이, 블랙아이스 등 타이어가 접하는 도로 노면 상태도 읽어들인다. 이같은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스마트 프로파일러에 전송되면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타이어와 도로 안전을 관리하는 데 쓰인다. 유수의 타이어사들도 완성하지 못한 기술이다.

“승용차였다면 이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을 거예요. 트럭 타이어는 ‘하드코어’입니다. 타이어 하나당 압력이 최대 2톤에, 한 차당 바퀴수가 최대 18본으로 많아 데이터 처리도 어렵죠. 장거리를 달리고요. 가볍고 내구성 좋은 센서를 만들고, 핵심인 전력 문제를 반프의 무선 전력 전송기술로 해결하니 대량의 데이터 처리도 가능하게 됐어요.” 

트럭 문제 해결은 곧 물류 시스템의 문제 해결이란 점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봤다. “24시간 물류 체계를 돌리고 싶어하는 페덱스, DHL 등 운송 회사가 가장 어려워하는 게 운전자 관리, 그 다음이 타이어예요. 타이어 사고로 화물 트럭이 전복돼 700만 달러를 보상한 사례도 있죠. 저희 타이어 안전 시스템으로 연비를 15%까지 높일 수 있어요. 경제성도 경제성인데, 인명 사고도 예방되죠.” 

개인이 트럭을 지입하는 국내와 다르게 외국은 회사 단위로 트럭을 소유하고 관리하니 구독 서비스를 시도할 수도 있다. 최종적으론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운송사와 트럭사, 타이어사로 구성된 물류·운송 체인 사이클에 타이어를 연결고리 삼아 편입하는 게 목표다. 노면 상태를 읽는 기술은 국토부 세종시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에 적용을 완료했다.

남다른 아이템과 기술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머리 속엔 늘 창업이 있었다. 창업을 고려해 택한 전공으로 석사까지 마쳤고, 벤처동아리 활동도 했다. “당시 게임, 교육 위주 창업이 많았는데, 전 좀 다른 걸 하고 싶었어요. 그 무렵 다양한 회사의 재무제표를 봤어요. 그 사업의 틀이 그려지거든요. 보통 제조업 영업이익이 5~10%인데 타이어 업체들은 15%가 넘는 거예요. 잠재력이 엄청난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으니 관심이 갔죠.” 

기술 스타트업으로서 흔한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기반 기술을 손에 쥐고 투자자, 파트너사에 꾸준히 묻고 또 들으며 사업 방향을 잡아갔다. 개발팀은 기술이 아직 덜 완성됐다며 반대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유심히 관찰해 보니 저 같은 기술 창업자, 공대 창업자들이 완벽한 기술을 만들고 싶어하더라고요. ‘좀 부족한데?’란 말이 두려워서 혼자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는데, 다 완성하고 나면 시장은 이미 변했거든요. 고객의 가치를 만족시키는 게 사업의 본질이잖아요. 부끄럽더라도 잠재적 고객의 의견을 들으면서 기술의 방향성을 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반프는 초반부터 용감하게 북미 시장 1위 타이어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한 번 와보라’는 말에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기술을 선보이며 ‘피드백만 해달라’고 청했다. 트럭이라는 방향도 파트너사와 기술 검증을 하던 과정에서 잡았다. 이후 세계 1위 자율주행 트럭사와 트럭 제조사, 타이어업계 상위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연구 개발 중이다. ‘반프의 기술을 자동차 산업 전반에 활용할 길을 찾아보자’고 제안한 회사도 있다. 보유한 특허 기술만 18개다. 

“‘끝판왕’은 트럭 무게 측정이에요. 자동차 역사상 정확하게 측정한 적이 없는데 잘 되면 타이어 수명을 10% 늘릴 수 있죠. 250조 규모 세계 타이어시장에서 저희만 개발 중입니다. 자율주행, 로켓, 데이터 전공 석박사 이상의 팀원들이 경제성은 물론 환경을 지키고, 생명도 구하는 기술이란 자부심을 갖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계 불황 속에 후배 창업자를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대부분의 혁신은 미국에서 나온다는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어요. 다른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더라고요. 지금 우리 스타트업계는 ‘뜬다’는 분야가 있으면 창업자도, 돈도 거기로 쏠립니다. 다양성이 없죠. 미래엔 뭐가 될지 아무도 몰라요. 일희일비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분야에서 엣지(Edge·차별점)를 만들었으면 해요.”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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