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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호 2023년 6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건물 입구 우산 빗물 제거기, 천연 수박끈, 전기차 화재 진압 수조…

정태봉 (심리82-86) 모리스앤코 대표



건물 입구 우산 빗물 제거기, 천연 수박끈, 전기차 화재 진압 수조
 
정태봉 (심리82-86)
모리스앤코 대표
 
아이디어 상품화 환경 지킴이 
비닐·플라스틱 대체품 쏟아내


비 오는 날 지하철을 탈 때면 언젠가부터 우산빗물제거기가 있다. 출입구 끝에 문지기처럼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젖은 우산을 어쩌나 하는 걱정이 누그러진다. 우산을 접어서 빗물 제거기 안에 넣고 쓱싹 문지르며 통과하면 거짓말처럼 뽀송해지기 때문. 우산에서 흘러내린 빗물 때문에 바닥을 더럽힐 염려도, 만원 지하철에서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염려도 없다. 바로 그 우산빗물제거기를 정태봉 동문이 대표를 맡고 있는 ‘모리스앤코’에서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개발해 해외 수출까지 한다고. 6월 5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정 동문을 만났다.

“모리스앤코 우산빗물제거기 ‘레인에코2S NEW’는 특허받은 3D 사선 돌출형 패드를 사용합니다. 타사의 평평한 패드와 달리 그저 통과시키는 것만으로도 우산 사이사이 빗물이 제거되죠. 독창적 형태의 흡수 패드가 강력한 자석으로 본체와 결합해 짱짱하게 받쳐줘요. 수십만 번 사용해도 일체의 변형이 없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고요. 빗물제거기 본체는 24시간 염소 부식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하고, 패드만 따로 분리할 수 있어 세척 및 관리가 용이하죠. 서울지하철을 비롯해 대구, 광주 지하철과 시청 등 관공서 시장 점유율이 90%가 넘습니다. 이마트·스타필드 등 백화점, 아울렛에서도 수백 대씩 구입해 비치하고 있죠.”

3D 사선 돌출형 패드는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에 특허등록을 마쳤고 유럽, 베트남, 브라질에도 특허출원 중이다. 모리스앤코는 지난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2022 차세대 세계일류상품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만큼 좋은 품질과 활용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 레인에코2S NEW의 성공은 일상을 눈여겨보는 정태봉 동문의 안목에서 비롯했다. 젖은 우산을 돌돌 말아 작은 비닐 입구에 넣는 게 그리 쉽지 않을뿐더러, 쓰고 버린 우산 비닐로 인해 출입구가 너저분해지는 걸 간과하지 않았던 것.

“우산 비닐을 써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버려지는 비닐이 아깝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입니다. 재활용되겠지, 하며 죄책감을 달래지만, 우산 비닐은 물기를 말리는 게 어려워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해요. 길가 매장에 버려진 우산 비닐이 바람에 날려 자칫하면 크게 사고가 날 뻔했던 위험한 장면도 목격했고요. ESG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신조로 떠오르는 동시에 우리 국민의 환경 의식이 높아져 비닐 사용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영국, 홍콩, 호주 등 기존 거래처 외에 인도, 필리핀에서도 꾸준히 문의가 들어와요. 일회용 우산 비닐 사용의 문제점을 전 세계가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죠.”



▲레인에코2S NEW


레인에코2S NEW의 정가는 88만원. 28㎏에 달해 묵직하면서도 잠금 기능이 있는 바퀴가 달려 있어 이동 및 설치가 쉽다. 가로 94㎝, 세로 88㎝ 본체 표면에 구입처의 로고나 상징물을 무료로 인쇄해 주는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다. 기능과 활용성엔 충분히 공감하지만, 가격이 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보급형 모델 ‘레인에코3’도 출시했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11㎏으로 가볍고, 곡선형을 채택함으로써 레인에코2S와 같은 빗물 제거 효과를 더 좁은 공간에서도 누릴 수 있다. 구입 후 1년 동안 무상 AS를, 유상 AS는 평생 보증한다. 2016년 우산빗물제거기를 최초 출시하고 2년이 지난 2018년, 정부는 2023년부터 우산 비닐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선 우산빗물제거기가 필수품이 되는 셈.

“또 다른 비닐 대체상품으로 황마로 만든 수박 망, 수박 끈을 최근 출시했습니다. 비닐을 꼬아 엮은 끈 못지않게 내구성이 강한데 가격은 4분의 1에 불과하죠. 농촌 현장에서 가지, 고추 등 넝쿨이 올라오는 작물을 재배할 때도 비닐이나 플라스틱 대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칭칭 감아 일정한 틀을 만들면 고양이 스크래처로 쓸 수도 있고요. 또한 반려동물 위생용지를 강원대 연구소와 공동 개발해 한국, 일본에 특허등록을 마쳤습니다. 흔히 반려동물 배설물을 비닐봉지에 담아 버리잖아요. 저희가 개발한 위생용지는, 물엔 잘 녹고 손엔 묻지 않아, 배설물을 담아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리면 되니까 훨씬 간편하죠. 환경에도 이로울 거고요.”

전기차 소화 조립식 수조도 눈에 띄는 제품이다. 전기차 배터리로 인한 화재는 소방 진압이 어렵고, 내버려 두면 며칠씩 타는 문제점을 타개하고자 고안됐다. 52개 부품으로 구성된 조립식 수조로 불 난 전기차를 에워싸고 소화전을 통해 물을 주입, 55㎝ 높이까지 채우면 전기차 배터리가 완전히 물에 잠겨 더 쉽고 빠르게 불을 끌 수 있다는 아이디어. 비닐, 플라스틱 대체품은 아니지만, 친환경을 내세워 널리 보급된 전기차가 더 안전하게 운행되는 데 일조할 것이다.

“혹자는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해요. 좀 더럽고 미끄럽더라도 청소하는 김에 몰아서 빗물을 닦으면 될 것을, 우산 비닐 만들고, 우산 비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산빗물제거기를 또 만들고, 그러다 보면 결국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텐데 과연 환경을 보호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죠. 그러나 무심코 버린 비닐, 플라스틱이 인류에게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우리 혈관에 흐르는 미세 플라스틱을 추출해 한데 모으면 카드 한 장 분량은 너끈히 나올 거에요. 이젠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환경보호는 피할 수 없는 책무가 됐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해야죠. 우리 사회의 리더인 서울대 동문들부터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실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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