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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호 2023년 5월] 뉴스 본회소식

1600여 동문 가족, 잠실 하모니

제2회 나눔 가족음악회

5월 10일 서울대 나눔 가족음악회에서 1600여 청중들이 연주를 마친 금난새 지휘자와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동문들로 구성된 합창단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다.


1600여 동문 가족, 잠실 하모니

제2회 나눔 가족음악회
 
수익금은 사회공헌기금으로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1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제2회 서울대 나눔 가족음악회에 1600여 명의 동문 가족이 참석해 깊어가는 봄밤의 정취를 만끽했다. 로비에 마련된 포토존에는 이날을 기념하려는 가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부부,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손주, V를 하며 수줍은 미소를 띤 재학생, 서로의 어깨를 둘러싼 동기들의 모습 등 행복한 에너지로 공간을 채웠다. 

유홍림(정치80-84) 모교 총장은 이날을 “동문이 모여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축제”라고 했다. 

금난새(작곡66-70) 음악감독의 지휘에 맞춰 스타워즈 주제곡으로 문을 연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로시니의 ‘월리엄 텔’ 서곡, 사라사테의 ‘나바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C단조 작품 18 중 3악장,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4번 4악장,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파랑돌’ 등을 들려줘 박수갈채를 받았다. 금난새 음악감독 특유의 재치있는 해설이 중간중간 곁들여져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동문합창단·OB합창단 80여 명과 함께한 무대.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헨델의 오라토리오 중 ‘할렐루야’를 부를 때 관객이 일어나 모두 하나 되는 화합의 장이 연출됐다. 김종섭(사회사업66-70) 회장은 “동문 가족들을 모시고 격조 높은 클래식 음악회를 개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동창회와 모교를 성원해 주시는 동문 가족 여러분에게 좋은 선물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관악경제인회(회장 이부섭), 농생대동창회(회장 서병륜), AMP동창회(회장 윤철주), FIP동창회(회장 윤무영) 등 여러 동창회와 동문들이 협찬금을 보내오며 서울대인의 잔치임을 확인했다. 행사 경비를 제외하고 남은 수익금은 전액 재학생들의 장학금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동문들로 구성된 합창단과 금난새 지휘자,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마지막 연주를 마치고 청중에게 인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무대서 하나 된 프로, 아마추어, OB, 재학생 
 
오케스트라, 동문합창단 함께
동창회 행사 온 학생들 눈길


재학생 바이올리니스트 두 명과 동문들로 구성된 합창단 두 팀. 

프로와 아마추어, 재학과 졸업의 경계를 넘어 서울대인 모두가 무대 위에 주인공이 됐다. 올해로 두 번째 맞은 ‘서울대 나눔 가족음악회’에서다.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 동문이 이끄는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바이올린 듀오 권예은, 최주하 양과 서울대 동문합창단, 서울대 OB합창단 등이 무대에 오른 것. 

권예은, 최주하 양은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를 나와 나란히 모교 기악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때론 경쟁하고 때론 격려하며 서로의 성장을 독려해온 두 바이올리니스트의 모습은 서울대인의 우정을 상징하는 듯했다. 

권 양은 “솔직히 라이벌 의식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도 “같은 악기를 하며 겪는 어려움을 공유할 수 있는, 서로 의지하게 되는 단짝”이라고 말했다. 최 양은 “승부욕을 불태우며 연주할 때보다 오롯이 내 음악에 집중할 때 진심이 담기더라”고 하면서 “듀오나 실내악, 오케스트라에 임할 땐 같이 호흡하며 앙상블을 맞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둘이 들려준 곡은 파블로 사라사테의 ‘나바라’. 제목은 작곡가의 출신지인 스페인 북부의 지명에서 따왔다. 본디음과 그 2도 위의 도움음이 떨듯이 교대로 나타나는 ‘트릴’과 손가락을 줄에 가볍게 대 2옥타브 위의 음을 얻는 ‘하모닉스’ 등 다양한 주법이 포함돼 화려하고 신나는 음악이다. 최 양은 “새소리를 표현한 트릴 섹션을 비롯해 짧지만 다양한 매력을 뿜어내는 곡”이라고 소개했고, 권 양은 “두 악기가 서로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이올린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두 바이올리니스트는 여성 협연자가 으레 입는 화려한 드레스 대신 검은 바지와 감색, 분홍색 상의를 각각 입었다. 금난새 동문이 무대를 오가며 혹시라도 드레스가 밟힐까 봐 복장에 대해 조언했다고. 두 사람을 돌아 세워 상의 뒤에 달린 커다란 리본을 보여주자, 객석의 선배들은 귀여운 후배들에게 따뜻한 웃음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동문 가족들.


프로 연주자들에게도 국내 최고로 꼽히는 무대, 롯데콘서트홀에서 아마추어 합창단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건 감격스러운 일. 

신동수(작곡78-84) 서울대 동문합창단 단장은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 선생님, 뛰어난 동문 아티스트들과 함께 꿈의 무대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OB합창단과 함께 부른 곡 ‘할렐루야’에 대해선 “고금의 모든 합창곡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라며 “종교를 떠나 세계인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드는 인류의 귀중한 음악 문화 유산”이라고 소개했다.

김현석(기계설계86-90) 서울대 OB·YB합창단 동문회장은 “우연히도 지난 2월 12일 서울대 합창단 43주년 공연을 롯데콘서트홀에서 했었다. 까다로운 심사도 통과했지만 대관료가 굉장히 비싸 다신 여기서 하지 말자 했었는데(웃음), 총동창회 덕분에 다시 이 무대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합창은 볼륨감을 위해선 인원수가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동문합창단과 함께 부르는 건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덧붙였다. 한 곡으로 아쉽지 않냐는 질문엔 “금난새 지휘자님이 지휘하는 합창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답했다.

관람 소감에서도 금난새 동문과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최규훈(체육교육94-00) 동문은 “금난새 지휘자의 세련된 멘트가 연주곡 사이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동시에 각 곡에 집중하도록 주의를 환기시켰다”고 말했고, 강용수(재료공학20입) 학생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한 몸처럼 움직여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무대 뒤편에 연주자가 트라이앵글을 치는데 작은 음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연장을 찾은 정팔도(AIP 1기) 동문은 힘차게 엄지를 추켜세웠다.

이날 음악회엔 재학생 150명이 초대됐다. 이인서(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석사 1년)·이수아(자연과학대학원 석사 1년) 커플은 “학교가 축제 중이었지만, 격조 높은 클래식 음악에 더 끌려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금난새 지휘자의 공연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재현(자유전공20입) 총학생회장은 동창회 직원들과 함께 재학생에게 티켓을 배부하기도 했다. 금난새 동문은 공연 중간 음악회 팸플릿을 살피며 자신이 인쇄된 “앞면보다 뒷면이 더 좋다”면서 뒷면에 명단이 실린 협찬 동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한편 다음 음악회 땐 더 많은 정성이 모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