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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호 2023년 1월] 뉴스 본회소식

“고금리, 부동산 거래 절벽…상반기엔 허리띠 단단히 매야할  것”

수요특강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수요특강
 
“고금리, 부동산 거래 절벽…상반기엔 허리띠 단단히 매야할  것”
 
허용석(대학원86-88) 현대경제연구원장
 
 
금·달러·구리·유가·천연가스·기준금리·GDP·대외의존도·경기선행지수….

허용석(대학원86-88) 현대경제연구원장이 스크린에 띄워진 수많은 경제지표를 마치 별자리처럼 이어가며 그 의미를 분석하고 2023년 경제를 전망했다. 작년 12월 28일 서울 마포구 SNU 장학빌딩에서 열린 본회 수요특강을 통해서다. 

허 원장은 “1990년부터 지난 30여 년을 돌아보면, IMF 외환위기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발생 후 3년 만에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며 “코로나 위기도 내년까지 잘 버티면 같은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 우리 경제는 미시적으론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거시적으론 꽤 괜찮았습니다. 민간 소비와 정부 소비가 성장률을 견인했죠. 코로나19 대응 기조가 위드 코로나로 바뀌면서 민간 경제 활동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도 한 요인입니다. 지난 3분기까지 3%대 성장을 유지했으니까 4분기 경제가 급락하지 않는 한 정부 목표치인 2.6% 성장은 무난히 달성할 것입니다.” 

그러나 낙관할 수만은 없다. 회계 기준의 차이 때문에 경상수지가 아직 흑자를 유지하곤 있지만,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 적자의 요인은 전통적으로 원유·석탄·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섹터. 물량은 늘지 않았는데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 반면 반도체·LCD·무선통신 기기 등 수출 주력 상품의 실적은 부진했다. 국내 상품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의 무역 또한 2022년 적자로 전환됐다. 수입은 천천히 주는데 수출은 빠르게 줄어든 것. 게다가 기술 격차를 바짝 좁혀오고 있어 올해 대중 수출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

“저는 2023년 세계 경제를 지배할 리스크로 ‘PPX’를 꼽습니다. 파월(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푸틴(Putin)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입니다. 파월 의장은 2021년 9.1%에 달했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금리를 4.5%로 올려 7.1%까지 떨어뜨렸습니다. 그런데도 실업률이 괜찮아요. 내년에 더 올릴 여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해요. 기준금리를 3.25%로 올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6.3%에서 5.0%로 떨어뜨렸는데, 실업률이 아직 괜찮거든요. 이창용(경제80-84) 한국은행 총재도 여지가 있는 거죠.”


한미 금리 역전, 2년 넘으면 곤란 
중국에서 부동산 전체 GDP 30%
러-우 전쟁·중국 부동산 유의


허 원장은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을 짚으며 “지난 20년 동안 금리 역전 상황이 3번 있었지만,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꾸준히 유지하면 그렇게 금방 달러가 빠져나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역전의 폭이 1%P 이상 벌어지거나 2년 넘게 길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 따라 올릴 수밖에 없고, 금융위기가 있을 때 금리가 올라가는 것도 맞지만, 상승 기간은 보통 2년, 길어야 3년 정도 될 것”이라며 “부채 관리에 참고하시라”고 덧붙였다. 허 원장에 따르면 고환율이 유지되는 기간은 보통 6개월, 길면 1년 6개월로 금리 상승기보다 짧다.

“카터 대통령 때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을 역임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면 유라시아 대륙의 국가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러시아·중국·인도·독일·프랑스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나라로, 우크라이나·아제르바이잔·터키·이란과 함께 우리나라를 화약고 같은 나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남의 일로 봐선 안 됩니다. 브레진스키는 한국을 ‘미국의 힘이 아시아에 내려앉는 횟대’로써 중요성을 적시했어요.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양국 사이에서 가장 곤란해질 나라는 한국이 될 것입니다.”

2022년 10월 시진핑 주석이 연임하면서 10년 주기로 이뤄졌던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권력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시 주석이 주창한 ‘공동부유(共同富裕)’ 같은 사회주의적 성격의 경제정책이 얼마나 세게, 얼마나 넓게 펼쳐지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달라질 것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도 변수다. 강력한 방역 정책으로 인해 소비가 크게 위축, 우리 상품의 대중 수출량 감소의 한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도 위드 코로나로 감염병 대응 기조를 바꾸면서 중국 내 민간 소비가 기지개를 켤 전망이지만, 확진자가 대폭 늘고 있어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전체 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큽니다. 지방 정부는 땅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 측면에서도 중요하고, 가계자산 구성에서도 부동산 비율이 약 75%를 차지하죠. 그런 중국의 부동산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 부동산도 심각합니다. 거래 절벽에 부딪쳐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있어요. 제2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셜(PF) 규모가 150조에 달합니다. 적어도 2023년 상반기에는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셔야겠습니다.”

본회는 이날 강연에 참석한 동문 70여 명 전원에게 허용석 원장의 추천 서적 ‘팩트풀니스(Factfulness 한스 로슬링 저, 이창신 역)’를 선물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