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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호 2022년 9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재학생 유튜버: 소수의 목소리 널리 퍼뜨리고 싶어요

재학생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 김지우 (사회20입) 재학생
동문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 김지우 (사회20입) 재학생
 
소수의 목소리 널리 퍼뜨리고 싶어요


 
영화나 드라마 속 장애인은 늘 슬픈 사연을 갖고 있거나 장애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일을 해내거나 장애를 연기하는 비장애인일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은 정말 그렇게 ‘납작한’ 삶을 살고 있을까? 재학생 김지우(사회20입)씨는 겉핥기식으로 다뤄지는 장애인의 모습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5년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구독자는 5만여 명. 어릴 적 머리를 다쳐 뇌병변 장애인이 됐지만, 영상을 제작하고 책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는 일 모두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진 않았다고 말한다. 김지우 학생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이번 학기에 복학했다고 들었다.
“딱 1년 휴학했다. 휴학 동안 모델도 연극배우도 해 봤고, 수필집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도 출판했다. 제대로 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공부할 시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활동을 하는데. 
“원래 기계를 좋아하고 영상 만드는 것을 좋아해 ‘그냥’ 시작한 것이 지금의 유튜브 채널이다. 이를 계기로 영상 제작뿐 아니라 더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됐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다. 특별한 계획 없이 기회가 왔을 때, 하고 싶을 때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었다. 다양한 사람들 특히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널리 퍼뜨리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채널명에 스스로에게 '–님'을 붙여 인상적이었다. 취지가 궁금하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저를 대표하는 닉네임을 짓다 보니 '휠체어'가 떠올랐다. 휠체어와 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서, 휠체어의 특징인 '구르다' 라는 동사에서 '구르리' '구르님' 등의 변용이 탄생했다. '님'자가 붙어있는 게 마음에 들었는데, 이름 자체에 님이 들어가다 보니 악플을 다는 분들조차 '님'을 붙이는 게 아주 재밌기도 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잠을 충분히 자려고 노력하고, 잘 안될 때가 많지만 최소한의 루틴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추천 영상을 꼽는다면.
“장기 프로젝트 ‘이달의 휠체어’는 휠체어를 시선을 ‘받아온’ 것에서 시선을 ‘잡아끄는’ 것으로 전복시켜 휠체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콘텐츠다. 꽃가마, 썰매, 웨딩 체어 등으로 휠체어를 꾸미는데,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것을 넘어 나름의 메시지를 던지는 영상들이다. 장애 여성 친목 영상 ‘디-시스터즈’는 청각장애 유튜버 하개월과, 시각장애 유튜버 우령이 함께 출연해 장애와 여성의 교차성을 다루면서도 재밌는 일상을 보여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잘 어울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장애인 인권 관련 활동과 학내에서 배리어프리 환경 보장을 위한 일을 하면서, 아직도 많은 일이 ‘덤’으로 여겨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임에도 비장애인이 ‘더’ 해 ‘줘야’ 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살아가며 겪어야 할 수많은 요청과 제공의 순간들이 모두 일방향적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뭔가 ‘더’ 해야 한다는 인식보단 아직 ‘덜’ 된 것을 찾고, 메워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 사회가 무리 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지금 사회에 끼워 맞추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휠체어가 여러 대만 들어가도 지연되는 대중교통이나, 들어갈 수 없게 설계되어있는 많은 건물들의 턱 높은 입구가 그렇다. 모든 이들이 자신 그대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인식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야 하므로.” 
 
-동문들에게 자유롭게 한 말씀. 
"'장애'를 진중하면서도, 때로는 유쾌하고 즐겁게 다루는 방식이 궁금하시다면 제 채널로 놀러오길. 더불어, 저는 서울대 내에서도 장애의제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이 그것인데, 서울대 내/외의 배리어프리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서배공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활동을 함께 하고 싶으시거나, 의견을 주시고 싶으신 분들은 편히 연락 주시면 좋겠다. 아직 바꾸어나갈 것이 많으니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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