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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호 2022년 9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21세기에 걸맞은 문화예술 보여주겠다” 

선승혜 (미학89-93)  대전시립미술관장
“21세기에 걸맞은 문화예술 보여주겠다” 
 
선승혜 (미학89-93) 
대전시립미술관장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겸직교수




대전미술관 역대 최연소 관장
외교부 문화교류협력과장 역임


지금 대전시립미술관에 가면 문화의 미래를 만날 수 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 전시인 2022 대전비엔날레가 ‘미래 도시’를 주제로 10월 30일까지 펼쳐진다.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가 아닌 모니터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디지털아트가 주를 이룬다. 

8월 25일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만난 선승혜 관장은 “대전이 과학도시라는 정체성을 담아 2018년부터 대전비엔날레를 열고 있다”며 “21세기는 디지털세계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천하는, 재미있는 시대라고 정의해 본다. 과학기술로 문화예술이 만개하고, 문화예술이 과학기술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인간, 자연, 과학기술이 문화와 외교로 인류의 보편적 발전에 기여하는 답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 오전에 KAIST 이광형 총장님이 오셔서 전시를 관람하셨어요.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는데 아직 우리는 19세기~20세기 사상가들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제가 그랬어요. 21세기에 걸맞은 문화예술을 세상에 내놓겠다고. 우리 시대 문화예술계의 거목이셨던 이어령·오병남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셨지요. 엄격한 어른이 떠난 지금,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학예술의 최첨단 예술을 기획하고 있는 선승혜 동문은 2018년 대전시립미술관에 최연소 관장으로 부임해, 지역 공공미술관의 여성 관장 시대 문을 연 주역이다. 

2020년 연임에 성공, 4년을 이끌어 오며 130억원 규모의 열린 수장고 예산을 확보하기도 했다. 코로나 기간 착공을 시작해 오는 10월 중순 완공을 앞두고 있다. 백남준 작가의 초대형 작품 ‘프랙탈 거북선’을 원형대로 복원하여 이 열린 수장고에 보존하면서 기대를 모은다. 수장고에 들어가지만, 개방형이라 일반 전시실처럼 관람할 수 있다. 미술관 로비가 작아 그동안 ‘프랙탈 거북선’의 날개 부분이 제외된 상태로 전시됐는데, 수장고로 옮기면서 1993년 대전엑스포에서 전시된 원형 그대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이어 공립미술관 가운데 처음으로 선보이는 열린 수장고입니다. 최근 영화 ‘한산’의 인기로 ‘프랙탈 거북선’을 보고 싶어 하는 시민들이 많이 계신데, 완벽한 형태로 복원하기 위해 대전엑스포 당시 이 작품의 조립을 담당했던 테크니션도 영입했고, 고장 난 부품도 어렵게 구해 문제없이 작동되도록 설치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과 함께 손꼽히는 백남준 작가의 대형작품이니 대전 오시면 꼭 관람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선 동문은 모교를 졸업하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전문 큐레이터 1세대다. 

도쿄대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국제적 감각도 익혔다.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시절 민간 최초의 문화전문가로 외교부 문화교류협력과장으로 발탁되는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외교부에 근무하며 K-POP를 비롯해 한류, 미술, 음악, 영화, 스포츠 등 문화외교를 총괄했다. 2018 세계경제포럼 코리아 평창 나이트(Korea Pyeongchang Night)를 비롯해, 외교부 주최 투르크문화축제, 노르딕문화축제, 한·일 공감콘서트 등을 총감독했다.

“전통미술을 주로 연구하고 보여주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을 거쳐 최첨단 과학 예술을 하는 지점까지 왔어요. 그 과정에서 국제적인 미술관의 큐레이터와 외교부의 문화외교의 최첨단에서 일도 했고요. 아버지가 고등학교 때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앞으로 세상이 많이 변할 거고 세계를 무대로 해야 할 거다. 나는 네가 평생 아름다움을 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딱 이 말대로 제 삶이 흘러온 것 같아요. 미술관장 임기가 거의 끝나 갑니다. 디지털 시대, 아름다움은,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문화예술로 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일에 정진하려 합니다.”

선 동문은 동창신문 인터뷰 연락을 받았을 때, 뭔가 그 다음으로 가는 전조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지금까지 축적된 커리어를 인정해 주는 느낌이랄까, 앞으로 더 좋은 길을 예비해 주는 신호 같았어요. 대전·충남지부 동문들 면면을 보니 서로 함께할 일도 많을 것 같습니다. 동창 모임에도 열심히 나가도록 노력할게요.” 

선 동문은 현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겸직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 ‘게임과 예술 : 환상의 전조’(공저), ‘인공지능 : 유리창은 햇살을 잃고’(공저) 등이 있다. 미디어아트로 유명한 신승백·김용훈 작가를 발굴했다. 
김남주 기자
 
수장고로 옮겨진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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