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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호 2022년 7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마이크로디스크 형태의 DNA 메모리 기술 세계 최초 개발

권성훈 모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마이크로디스크 형태의 DNA 메모리 기술 세계 최초 개발
 
권성훈 (전기공학94-98) 모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초고순도 정제기술 개발로
7월의 과학기술인상 수상


권성훈 모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DNA 메모리 상용화를 위한 초병렬적 DNA 정제 기술을 개발한 공로다. DNA 메모리는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데이터를 A, G, T, C 등 4가지 종류의 염기로 구성된 DNA에 저장한다. DNA 메모리는 합성 과정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하고, 이는 곧 정보의 손실로 이어져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에 권성훈 교수 연구팀은 수백억 종류 이상의 DNA를 동시다발적으로 정제할 수 있는 초고순도 DNA 정제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물리적 집적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권성훈 동문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DNA 메모리 분야를 일반인에게도 알릴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디지털 메모리가 0과 1의 배열을 통해 정보를 저장하는 것처럼 DNA는 A, G, T, C로 구성돼 이들 염기의 배열을 바탕으로 저마다 다른 유전정보를 저장합니다. 지구상 생명체의 수십억년 역사 속에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저장매체가 DNA라고 할 수 있죠. DNA 메모리는 DNA의 정보저장 원리를 적용, 생명체에 대한 정보 외에 인공적인 정보를 DNA 분자를 합성해 저장하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입니다.”

DNA 메모리에 사용되는 DNA는 체내에 존재하거나 생체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닌,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새롭게 합성된 것이다. 생명의 기본 단위이자 생장과 분열의 순환을 거치는 세포와 달리, 세포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DNA는 이중나선 구조를 띤 매우 안정적인 분자다. DNA 분자 자체의 안정성이 높아 10℃에서 전력 소모 없이 2000년 동안 저장이 가능하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하드디스크가 그대로 방치됐을 때 10년 동안 손실 없이 정보를 저장하는 것에 비해 탁월한 안정성과 효율성을 자랑한다. 현존하는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정보저장을 위해 축구장 크기의 규모와 매우 많은 양의 전력을 소모하는 반면, DNA 메모리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10억 배 적은 공간에 전력 소모량도 훨씬 적어 친환경 기술 구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존의 모든 이진법 데이터를 DNA 메모리로 대체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수많은 데이터가 디지털 데이터로 축적돼, 대체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뿐 아니라, DNA 메모리는 정보를 저장하고 읽어오는 데에 DNA 합성 장비와 염기분석 장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호보완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할 전망입니다. 우주에서 촬영한 은하계 사진 같은, 거의 업데이트가 없거나 접속하진 않아도 보존 가치가 높은 정보, 소위 ‘콜드 데이터(Cold data)’부터 DNA 메모리에 저장하는 연구가 활발하죠. 매일 쓰는 정보는 반도체에, 잘 안 쓰지만 중요한 정보는 DNA 메모리에 저장하는 식으로요.”

오늘날 세계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데이터 생산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40년엔 데이터 저장 수요가 실리콘 웨이퍼 생산량을 추월할 거란 전망. 생산된 데이터가 저장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우려된다. DNA 메모리는 빅데이터 시대를 떠받치는 기술로 산업적으로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기존의 DNA 메모리는 가루 형태로 존재하는 까닭에 원하는 정보를 분리, 저장, 검색하거나 반복적으로 읽을 수 없었던 것. 

권 교수팀이 개발한 DNA 메모리 기술은 DNA 염기서열을 QR(Quick Response) 코드가 새겨진 DNA 마이크로디스크에 화학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나아가 DNA 마이크로디스크에 새겨진 QR 코드를 통해 파일 크기, 파일 이름 등 메타데이터 정보를 관리할 수 있고, 특정 데이터를 선택 및 읽어낼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관리를 쉽게 했다. 또한, DNA 메모리 원본은 마이크로디스크에 보존돼 수십 회 이상 안정적으로 정보를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DNA 메모리에 사람의 생체정보를 담고 있는 생체분자들을 직접 저장하는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특정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개인의 생체분자 데이터양은 600TB를 훨씬 넘어,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는 장기간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에 물리적인 어려움이 크죠. 하지만 높은 저장밀도를 가지는 DNA 메모리에 저장한다면, 막대한 정보의 양을 통해 진단 마커 발견, 치료제 개발 등에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면역 정보와 같은 생체분자 정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생체 유래 분자를 직접 DNA 마이크로디스크에 결합시켜 저장하는 플랫폼 또한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9년 공학 부문 최초 김진복 암 연구상, 2018년 한국공학한림원 젊은공학인상, 2011년 대통령 표창 젊은과학자상을 받았고 2012년 모교 창의선도 중견연구자에 선정된 권성훈 동문은 그밖에 펜으로 그린 그림을 3차원 입체 구조물로 변환하는 4D 프린팅 기술과 수천만 개의 LED 입자들이 물속에서 스스로 조립돼 거대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형성하는 기술, 자기장에 따라 색이 변하는 M-잉크 기술 등을 개발했다. 퀀타매트릭스, 셀레믹스 등 실험실 벤처기업을 창업해 일자리 및 국부 창출에 이바지했다.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 사람들을 돕고,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목표입니다. 패혈증 환자 개개인에게 적합한 항생제를 빠르게 진단함으로써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높여온 초고속 항생제 감수성 검사의 개발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죠. 새로운 발명과 기술을 통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