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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호 2022년 6월] 뉴스 본회소식

오케스트라의 화음처럼, 하나로 어우러진 서울대인

서울대학교 가족음악회
오케스트라의 화음처럼, 하나로 어우러진 서울대인


본회는 5월 27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동문 및 가족, 모교 교수 등 1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대학교 가족음악회’를 열었다. 이날 음악회에서, 금난새 지휘자가 이끄는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하모니시스트 이윤석·바이올리니스트 김혜지 동문과 첼리스트 성예나·피아니스트 문성우 재학생 등이 협연했다. 


꼬꼬댁 꼬꼬 소리 나면 박수를…금난새 지휘자의 친근한 설명
 
서울대학교 가족음악회
 
잠실 롯데콘서트홀 달군 2시간 
젊은 재학생·동문 연주자 호연


본회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동문과 스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5월 27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대학교 가족음악회’를 열었다. 
이날 동문 및 가족과 모교 교수 등 1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휘자 금난새(작곡66-70) 동문과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동문·재학생 협연자들은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무대에 등장한 금난새 동문은 ‘지휘자는 등으로 말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객석을 향해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첫 곡  ‘죽음의 무도’ 연주 전, ‘처음 듣는 분들께 팁을 드린다’며 족집게 과외를 시작했다. “도입부에 12번 나오는 하프 소리가 자정을 알리면 유령들이 걸어나온다. 이후 바이올린 솔로 테마의 불협화음은 죽음을 싫어해 불만에 찬 모습을 떠올려 보라”, “‘꼬꼬댁 꼬꼬’ 닭 소리를 표현한 오보에 소리가 나오면 곡이 곧 끝나니 박수칠 준비를 해달라”고 일러주어 더욱 귀를 기울이게 했다. 

전도유망한 젊은 솔리스트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금 동문이 “이 연주자는 모교 작곡과에 들어가 하모니카를 공부했다. 나 역시 당시 지휘과가 없어 작곡과에서 지휘 공부를 했는데 동지애를 느낀다”며 하모니시스트 이윤석(작곡 17졸) 동문을 소개했다. 한 뼘만한 하모니카를 쥐고 나타난 연주자에 호기심 어린 시선이 쏟아진 것도 잠시, 옷소매를 잡아채듯 제임스 무디의 스페인 환상곡 ‘톨레도’가 시작됐다. 호기롭고 신비한 하모니카 선율이 스페인 고도 톨레도의 미로같은 골목길을 펼쳐 놓더니, 앙코르곡 ‘문 리버’에선 애수띤 음색으로 갈아입었다. 아스라한 분위기를 깰세라 모두 숨을 죽였다. 

바이올리니스트 김혜지(기악09-13·음대 박사과정) 동문이 사라사테의 ‘카르멘 판타지’를 연주할 땐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명장면들이 스쳐갔다. ‘하바네라’를 차용한 2악장은 매혹적이고 아슬아슬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금난새 지휘자는 “독주자들도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동문과 동문 가족, 모교 교수 등 1200여 명이 참석해 잠실 롯데콘서트홀 객석을 가득 메웠다.

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문성우(기악 4년) 재학생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3악장을 들려줬다. 앙코르를 부르는 열렬한 박수에 이끌려 다시 나온 연주자에게 지휘자는 ‘이럴 땐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느냐’고 말을 건넸다. ‘조금은 생각해 봤다’는 답에 모두 ‘엄마 미소’를 지었다. 수줍은 말과 달리 앙코르곡 ‘불새’ 연주는 격정적이었다. 금난새 지휘자는 “옛날엔 연주자들이 말 건네는 걸 두려워 했는데, 요즘 젊은 세대는 대화도 잘 한다”며 흐뭇해 했다. 

이어 성예나(기악 2년) 첼리스트가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B단조 1악장을 들려줬다. “첼로 협주곡이 바이올린처럼 많진 않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첼리스트도 좋아하지만 쉽지 않은 곡”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마지막 곡을 앞두고 금난새 지휘자는 김종섭 회장을 가리키며 “유능한 기업인이면서, 학교에 피아노 10대를 기증하셨다”고 소개했다. “회장님의 기부 습관이 세상에 많이 번지도록”이라며 시작한 곡은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4악장. 곡이 끝나고 김종섭 회장이 가장 먼저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 ‘2년간 코로나로 고생하신 여러분, 의학계 종사자 모두 수고하셨다’며 앙코르곡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이 연주됐다.  

인터미션도 없이 내리 2시간 공연이 진행됐지만 관객들은 피로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대단하다’며 찬사를 보냈다. ‘브라보’를 연호하고, ‘내 자녀가 아니라도 젊은 연주자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말아달라’는 지휘자의 당부에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방남순(가정관리70-74 본회 상임부회장) 동문은 “공연이 길어서 졸았을 것 같은데 한 번도 졸지 않았다. 모든 것이 좋았지만, 특히 지휘자님이 오케스트라 단원 전체는 물론 관중과도 일심동체가 된 게 느껴져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금난새 동문은 악기를 옮기는 일손이 부족할 땐 손수 피아노를 밀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고, 공연이 끝나고도 홀로 무대에 남아 퇴장하는 관객을 배웅했다. 

공연 후 로비 곳곳에선 뭉쳐서 기념사진을 찍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미니 동창회’를 방불케 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장재선(보대원83-86) 동문은 “보건대학원동창회에서 명예교수님들을 모시고 20여 명이 함께 왔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