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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호 2021년 12월] 뉴스 본회소식

“말로 글 쓰는 세상, 몰라서 안 쓰면 시간낭비”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강연
수요특강

“말로 글 쓰는 세상, 몰라서 안 쓰면 시간낭비”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신기술 자유자재 구사 ‘IT전도사’
“정년 후 ‘디지털 학교’ 만들 것”


“누구나 머리속에 두 마리 개를 갖고 있습니다. 편견과 선입견, 이걸 깨부수는 게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11월 24일 ‘디지털 혁신시대의 생존대책’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본회 수요특강은 ‘신문물’의 향연이었다. 법조계 IT 전문가로 통하는 강민구(법학77-81)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연사로 나섰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애쓰는 모습은 ‘IT전도사’라는 별명 그대로였다. 

말하고, 쓸 일이 많은 그답게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성을 글로 바꾸는 기능을 요긴하게 쓰고 있었다. 글자를 쓸 때 나오는 자판에서 마이크 모양 아이콘을 누르면 음성 인식이 된다. 

“2014년 등산을 갔다가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데 휴대폰만 갖고 있었어요.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안 쓰던 음성 인식을 처음 시도했습니다. 집에 와서 오탈자만 수정했지요. 세상이 뒤집어지는 경험이었어요. 그때부터 카톡도, 문자도 말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기관장 시절 7800쪽에 달하는 비망록도 말로 썼다. “판결도 이제 손가락 말고 말로 쓰자고 판사들에게 외치는데 잘 안 된다”며 ‘말로 쓰기’의 편리함을 설파했다. “손자, 손녀가 카톡 보내면 답하는 데 시간 걸리죠? 마이크를 켜서 말로 써보세요.” 

이어 구글과 네이버의 음성 인식과 이미지 인식, 번역 등 인공지능을 이용해 작업 속도를 높여주는 기술을 시연했다. 강 동문이 구글번역 웹사이트(translate.google.co.kr)의 ‘문서’ 단추를 이용해 400페이지 분량의 전자책을 1분 만에 영문으로 번역해 보였을 땐 박수가 터져나왔다.  

강 동문이 보여주는 신기술에 감탄하면서도, 청중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스마트폰이 있어도 쓰던 메뉴만 쓰게 되고, 완성도도 의심스러운 탓이다. 그런 마음을 읽은 듯 ‘설마 될까’ 하지 말고, ‘오늘 당장 시작하라’고 그는 역설했다.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왜 디지털 사각지대에 몰려야 합니까. 문집도, 자서전도 남기고 싶지만 손가락이 아프고, 남 시키면 돈이 들죠. 이렇게 꿈같은 세상인데, 우리 노장 선배들이 몰라서 못 쓴다는 게 가슴이 찢어질 듯 분합니다.” 

그는 “2년 후 정년을 맞으면 디지털 문맹을 깨우치는 ‘디지털 상록수’ 학교를 창설하겠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14기로 서울고법 부장판사, 창원 및 부산지방법원장, 법원도서관장 등을 역임하며 사법 정보화에 앞장섰다. 1985년 처음 컴퓨터를 접하고 효율성에 감탄해 15년간 수많은 종류의 컴퓨터 잡지를 사법고시 준비하듯 단권화해 공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유튜브 ‘강민구’ 채널을 통해서도 IT교육을 하고 있다.  

‘호기심과 탐구심, 열정의 등불을 간직하라’. 강 동문이 전한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는 비책의 핵심이었다.
박수진 기자


 
IT전도사가 ‘강추’하는 휴대폰 앱
 
강민구 동문이 말한 ‘안 쓰면 바보 되는 앱’을 소개한다.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휴대폰은 구글플레이스토어, 아이폰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검색해 다운받을 수 있다. 
 
클로바노트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준다. 녹취 파일을 올리고 화자 수를 입력하면 몇 분 내로 목소리를 구분해 받아쓰기 해준다. 음성이 명확하면 수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확도가 높고 파일로 내려받을 수도 있다. 강 동문은 “3년 안에 속기사 일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PC에서도 사용 가능.

구글 렌즈
강력한 이미지 검색 인공지능이다. 책 속의 글을 카메라로 찍고 ‘텍스트’를 누르면 글자로 변환해주고, 복사해서 메모장이나 SNS에 쓸 수 있다. 강 동문은 이 기능을 이용해 독서 기록을 쓰고 있다. 옷이나 와인 라벨을 찍어도 정보를 찾아준다.  

구글 어시스턴트
인공지능 비서로 운전 중 음성으로 전화를 걸거나 일정을 확인하기에 요긴하다. 빅스비(갤럭시 내장), 시리(아이폰 내장)도 비슷한 기능이다. 

파파고, 구글 번역
“중국최고인민법원장과 만났을 때 20분간 통역을 물리고 파파고로만 환담했는데 완벽했다”고 강 동문은 말했다. 음성을 실시간 번역하거나, 팻말이나 약에 적힌 글씨를 사진 찍어 번역할 수 있다. PC에서도 사용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