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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호 2021년 9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 책: 늦었지만 서울대 다녀오겠습니다

서울대생들 정말 융통성 없고 고지식할까


서울대생들 정말 융통성 없고 고지식할까
 
늦었지만 서울대 다녀오겠습니다
서정원 작가
가넷북스


서울대를 꿈꾸는 학생, 서울대가 궁금한 이들에게 안성맞춤 안내서가 나왔다. 서정원(경영13-15) 동문의 ‘늦었지만 서울대 다녀오겠습니다.’ 

서 동문은 28세에 경영학과 3학년에 편입한 늦깎이 대학생이었다. 타 대학을 졸업한, 비교적 나이 많은 학생의 눈으로 서울대생을 바라보고 그 인상을 남겼다. 열정으로 임했던 두 번째 대학 생활 일기가 집필에 바탕이 됐다. 
서 동문은 서문에서 “서울대 입학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늦게 서울대에 들어온 이유가 뭐냐는 것이었다”며 “이 책이 그에 대한 답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그냥’ 이란 답변을 주로 했어요. 정말 편입학할 때는 막연했거든요. 여러 서울대 친구들을 사귀고, 좋은 선배들을 만나면서 막연했던 대답이 정립이 됐죠. 변화를 꿈꿨고, 마음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 서울대에 간 것 같아요. 또 결과적이긴 하지만 인생 앞에 겸손해지기 위한 길이기도 했고요.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알려주는 친구들이 주변 곳곳에 있었죠.”

책은 서울대의 외적 모습, 가령 서울대 정문이 지금처럼 만들어진 이유, 서울대 축제의 모습 등도 다루지만 주로 저자가 만났던 서울대생에게 받은 인상에 많은 부분(3장 ‘동생들에게 한 수 배우다’에 특히 자세히 나온다)을 할애한다. 그 안에 서울대생들의 일면이 잘 나타난다. 

아홉 살 어린 10대 동생과 팀플(협동 과제)을 하면서 뚜렷한 목표의식과 재능에 감탄한 일-조기 입학했던 그 학생은 졸업하자마자 24세의 나이에 목표대로 주목받는 벤처기업가가 됐다!- 대통령이 꿈이라고 말하는 당찬 여학생, 고운 말로 명확하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많은 학생들, 하찮은 이야기도 주의 깊게 듣는 친구들을 만나며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는다. 특히 밤 10시만 되면 사라지는 한 학생에게 깊은 인상을 받는다. 

“팀플 멤버들과 술자리를 가졌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한 친구가 그래요. ‘이런 자리가 좋지만, 체력이 떨어질 때까지 남아 있다가 다음날 스케줄에 지장이 생기면 좋았던 기억도 후회로 바뀌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살아가면서 좋은 기억만 남기려면 제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스무 살에 삶에 대한 가치관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그 친구를 보면서 깨달은 바가 컸죠. 우리는 종종 소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친 몸을 이끌고 내 마음이 떠난 자리에 머물러 있곤 하잖아요. 신체와 정신을 낭비하면서 말이죠.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건데요.”

교수가 급한 용무가 생겨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대체한 수업에서 한 사람의 이탈자 없이 진지하게 영상을 보며 뭔가를 필기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본다. 저자는 서울대생의 공부를 대하는 자세를 이렇게 요약했다. ‘공부 앞에 겸손하고, 공부와 물아일체가 돼 있으며, 공부를 평온하게 대한다.’

서울대생을 바라보는 ‘공부밖에 모르는 고지식한 사람들’이란 편견에 대해 “우직한 성격에 가려져 융통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 실제로 고지식한 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춤, 음악 등에 미쳐 일반적인 고정관념의 경계 밖에서 생활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나름 각자가 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것. 

“잘 논다는 것은 뭘까요? 남의 마음이 아닌 내 마음이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면 잘 놀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생 중에는 각자가 소소하게 추구하는 취미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책은 서울대생이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수많은 명사로부터 배웠던 삶의 지혜도 담고 있다. 서정원 동문은 ”서른 즈음의 나를 다시금 설레게 해줘서 고마웠고, 20대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모교에 대한 고마움으로 책을 끝맺는다. 서 동문은 현재 콘텐츠 기획 프리랜서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