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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호 2021년 6월] 뉴스 본회소식

“사는 게 지겨워 죽는 시대 온다”

김창경 한양대 교수 수요특강
“사는 게 지겨워 죽는 시대 온다”

김창경 (금속공학78-82) 한양대 교수




‘사는 게 지겨워 죽는 시대가 온다’, ‘죽음은 숙명이 아닌 해결 가능한 문제’, ‘지능·체력·외모·성격 등을 인공적으로 디자인한 아기가 태어날 것이다’. 5월 26일 ‘이제는 80세 전성시대입니다’를 주제로 본회 수요특강 연단에 오른 김창경(금속공학78-82) 한양대 교수는 생명과학의 놀라운 발전을 근거로 도전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김 동문은 수백 장에 달하는 사진 자료를 준비해 ‘유전자 편집’이 이미 시작됐을 뿐 아니라 차세대 경제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짚었다.

“파이낸셜타임즈가 2017년에 ‘세상을 바꾸는 기술 5가지’를 발표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첫 번째로 꼽힐 거라고 흔히들 생각하시지만, 유전자 편집기술 다음이었어요. 이미 20여 년 전에 유전자 편집기술을 통해 ‘거미줄 낳는 염소’가 만들어졌습니다. 놀라운 기술이었지만, 고도의 전문 지식과 크고 엄청난 장비가 필요했죠. 그러나 2012년 빠르고 간편하면서도 정확하고 저렴한 유전자 편집기술 ‘크리스퍼-카스9’이 개발됐습니다. 수년이 흘러 과학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면 ‘DIY 유전자 편집 키트’가 편의점에서 판매될 만큼 유전자 편집이 대중화될 거예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편집기술은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해도 되느냐’하는 문제, 즉 윤리적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고 김 동문은 말한다.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하면 암은 물론 희귀난치병, 유전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혁신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인간 배아를 연구에 사용하고 특정 유전자를 의도적으로 넣고 뺀다는 점에서 논란을 야기시킨다. 똑같이 사람의 생명을 중시하는데, 상반된 관점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셈이다. 김 동문은 그러나 “부자들부터 슈퍼 인류가 될 것”이라는 스티븐 호킹의 말을 빌려 윤리적 비판뿐 아니라 법적 강제력도 생명과학의 빠른 발전과 이에 따른 인간의 욕망을 붙잡아 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자 편집기술로 희귀병 치료하고
노화 방지에 자식 지능·외모 선택도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해 암을 발생시키는 유전자를 제거, 치료될 수 있다면 이 기술을 쓰는 데 돈을 아꼈을까요? ‘샤르코 마리 투스’는 국내 모 재벌 일가도 앓고 있는 유전병입니다. 염색체 이상으로 근육의 위축과 변형을 유발하죠.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해 나을 수 있다면, 윤리적 비판을 이유로 안 쓸 수 있을까요? 막강한 재력을 등에 업고 치외 법권 지역으로 가서라도 치료를 받을 것입니다. 나아가 지능·체력·외모·성격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후손을 갖기 위해 기꺼이 유전자 편집기술에 손을 댈 거고요. 태어나기도 전에 유전 형질이 결정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적절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절실하죠.”

2018년 중국에선 배아 상태에서 CCR5 유전자를 제거한 쌍둥이가 태어났다. 유전자 교정의 주요 타깃인 CCR5를 제거하면 독감 같은 질병에는 취약해져도 에이즈를 포함한 중병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가 꾸준히 발표됐고, CCR5 유전자가 제거된 쥐를 통해 지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김 동문은 당시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세계 첫 ‘맞춤 아기’가 자라 “다섯 살쯤 돼서 미적분 풀고 외국어 3개를 한다면 세상이 뒤집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흔히 기초과학, 원천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현재 보유한 기술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대박이 납니다. 구글은 ‘칼리코’라는 생명공학 회사를 설립해 1조 8,000억원을 투입, 죽지 않는 인간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텔로이어스’라는 회사는 노화의 속도와 수명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염기서열 부위 ‘텔로미어’를 측정, 짧아진 텔로미어의 길이를 인위적으로 늘려 세월을 되돌리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요. 이런 기업이 떼돈을 벌 것임은 자명합니다. 유전자 편집기술에 힘입어 80세에도 인생의 전성기를 누리는 시대가 오고 있어요.”

본회는 이날 참석한 동문 전원에게 토마스 슐츠가 쓴 책 ‘의학의 미래’를 증정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