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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호 2021년 6월] 뉴스 본회소식

“‘대통령 직속 한류 추진 기획단’ 만들자”

김인규 전 경기대 총장 조찬포럼
6월 이목회 조찬포럼

“‘대통령 직속 한류 추진 기획단’ 만들자”


김인규 (정치69-73) 전 경기대 총장



기성세대 몰이해가 한류 발전 막아
“K팝, 왜 열광하나 한번 들어보길”


“한류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성세대의 한류에 대한 몰이해입니다. 우리도 한국 발전에 기여해보자는 뜻에서 오늘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김인규(정치69-73 본회 학습위원장) 전 경기대 총장의 전공분야는 정치와 경영이다. 대학에서 정치를 전공한 후 정치부 기자를 거쳐 KBS 사장을 역임하고,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과 경기대 총장을 지냈다. 그런 점에서 6월 10일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그의 조찬포럼 강연 주제는 의외였다. 바로 ‘한류’다.

알고 보니 그는 “한류 관련 강의만 50회 넘게 했다”는 전문가. 강연 제목인 ‘BTS와 미나리’가 상징하는 최근 한국 문화의 개가도 사실 “20여 년 전 시작한 ‘한류’가 꽃을 피운 것”이라며 운을 뗐다. 동남아시아에서 시작한 드라마 한류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 확대되고, 케이팝이 가세하면서 전 세계가 한국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즐기는 시대가 왔다. 방송 일선에서 그가 경험한 한류 콘텐츠의 힘과 가치는 생각보다 더 대단했다.

“케이팝 등용문인 KBS ‘뮤직뱅크’가 2011년 일본 도쿄돔에서 공연했습니다. 15만원짜리 공연에 4만5,000석이 가득 찼어요.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돌아오자마자 한류를 연구하기 시작했죠.”

1999년 무렵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 언론이 만든 용어가 ‘한류’다. 꿈쩍도 않던 일본조차 ‘겨울연가’가 뒤흔들며 드라마 한 편의 위력을 보여줬다. “해외 방송사에 가면 ‘어떻게 그렇게 드라마를 잘 만드냐, 비결을 알려달라’고들 했습니다. 나름대로 분석해 보니 미국 드라마는 젊은 도시 중산층 남성을 타깃으로 한 의학수사물과 공상과학물이 주고 일본은 전문직업인을 차분하고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한국 드라마는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하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이어 한류의 성공요인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먼저 방송사와 케이팝 기획사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꼽았다. 방송 3사가 주당 수십 가지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경쟁하니 품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 “드라마 광고수입이 방송사 재정을 좌지우지하기에 기자 출신인 나 또한 드라마에 올인할 수밖에 없더라”고 했다. 드라마의 부가가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도 들었다. “‘별에서 온 그대’ 방영 당시 중국은 AI 조류독감이 한창이었죠. 드라마에서 ‘비 오는 날엔 치맥을 먹고 싶다’는 장면이 나간 뒤로 닭고기가 동이 났어요.”

전 세계에 진출한 ‘KBS월드’ 채널과 유튜브, SNS 등 뉴미디어는 한류를 전세계로 실어나르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했다. “KBS월드 유료가입자가 현재 114개국 1억4,000만명이다. ‘뮤직뱅크’를 생방송으로 내보냈더니 새벽 몇 시가 됐든 보더라”는 설명에선 공영방송으로서 한류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앞서 문화예술의 프라이드가 강한 유럽에 한국을 알린 백건우, 강수진, 조수미, 이우환 등의 성과도 잊지 않고 짚었다. 최근의 성과는 결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앞선 것들이 축적되어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BTS의 위업에 대한 ‘족집게’식 강의가 이어졌다. 그는 “기성세대 분들이 드라마는 좋아하는데 케이팝은 잘 이해 못 하신다. 왜 좋아하는지 케이팝도 한번 들어보시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중요한 자리에 있는 분들이 한류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강연을 다니다 보면 다들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액션이 없다. 제대로 한류를 하려면 대통령 직속 한류 추진기획단을 만들어 각 부처가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참석자 중 이남식(농화학74-78) 서울예대 총장은 “해외에서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며 분교를 설치해달라는 주문이 쇄도하는데 법에 가로막혔다. 한류가 더 붐을 탈 수 있는 기회를 놓칠까 걱정스럽다”고 조언을 구했다. 김 동문은 “경기대 총장 시절 경기대에 한류문화 대학원을 만들었다”며 “외국에선 한국 문화만 연구하는 대학원을 만든 것을 높게 평가하는데 국내에선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본회는 이날 참석한 청중에게 김 동문의 저서 ‘드라마 스캔들’을 증정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