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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호 2020년 12월] 문화 전시안내

화제의 전시-지식의 수집과 박물관 전

관악캠퍼스 박물관서 보는 100년간 모은 야생동식물 표본


화제의 전시
관악캠퍼스 박물관서 보는 100년간 모은 야생동식물 표본

지식의 수집과 박물관 전
내년 3월 31일까지 관악캠퍼스 박물관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 도쿄대 등 많은 국내외 대학은 자연사박물관을 운영한다. 교육과 연구를 위해 수집한 식물과 동물, 광물 등의 표본이 자연스럽게 컬렉션을 형성하면서 만든 공간이다. 규모에 비해 학술성과 전문성이 뛰어나 외부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모교에 자연사박물관은 없지만, 개학 이래 생물 자원을 채집한 역사는 유구하다. 모교의 생물 표본을 한데 모아 박물관이 전시를 열었다. ‘지식의 수집과 박물관’ 전이다. 자연대 동물표본실과 식물표본관, 생명과학부 균학표본실, 농생대 야생동물 표본실과 곤충표본관 및 수목원 수우표본관, 수의대 표본실·약대 생약표본실에서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높은 표본을 선별해 내놓았다. 식물과 균류, 곤충, 크고 작은 포유류와 조류의 표본이 전시실을 가득 메워 작은 자연사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식물과 생약 표본은 남한과 북한, 해외에서 채집한 것들이다. 수우(樹友) 이창복(수원농림41-43) 교수, 이영노(생물교육55졸) 교수 등 식물학계 태두와 도봉섭 약대 초대 학장 등의 수집품이 포함됐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처음 발견한 프랑스 선교사 에밀 타케의 수집품과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나제승마’ 기준표본도 있다.

한쪽에는 나비와 벌, 사슴벌레 등 곤충 표본이 빼곡하다. 1920년대 수원고등농림학교 시절부터 최근까지 농생대에서 채집한 한반도 곤충들이다. ‘번쩍번쩍 등갑이 야무진 장수풍뎅이, 오색찬란한 나비를 산과 들에서 본 것이 언제였던가’ 생각에 잠긴다.   

야생동물 표본들 앞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상념은 더 깊어진다. 농생대와 수의대는 전국에서 로드킬과 유리창 충돌 등으로 죽은 동물의 사체를 수집해 골격과 박제 표본을 제작했다. 가지에 앉은 뻐꾸기, 호랑지빠귀, 부엉이 등의 박제가 생전의 멋진 모습을 담은 영정 사진 같다. 우연인지 원앙 암컷과 수컷은 서로 바라본 모양새다.

역사의 희생양도 있다. 코끼리의 아래턱과 하마의 두개골 표본은 일제강점기 말 창경궁 동물원에서 미군 공습을 대비해 살처분된 사체를 수습한 것이다. 1927년 제작한 고니 박제에는 일본어 표식이 달렸다. 전시실 중앙에선 고라니와 독수리 등의 박제 표본을 유리벽 없이 가깝게 볼 수 있다. 은회색 털이 보송한 새끼 턱끈펭귄 박제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왔다. 잠자듯 엎어진 모습에 어쩐지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전시를 보노라면 귀한 생물 자원을 얻기 위해 산야를 쏘다녔을 연구자들의 노고를 생각하게 된다. 잔뿌리 한 줄기, 털 한 올까지 공들여 보존한 그들의 노력이 생물 연구의 밑거름이 됐다. 매주 화~금요일 오후 1시부터 4시 반까지 입실할 수 있다. 전화 예약 필수. 예약 및 문의: 02-880-8093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예고 없이 휴관할 수 있습니다. 방문 전 반드시 사전 문의 바랍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