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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호 2020년 10월] 문화 전시안내

화제의 전시: ‘문 닫지 않아요’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관

지난 전시 VR로 감상, 유물 설명과 클로즈업



‘문 닫지 않아요’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관



국립중앙박물관 에트루리아 VR 전시 장면.



‘언제 이런 걸 다 했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 고고인류71-75) 홈페이지의 온라인 전시실을 클릭하면 드는 생각이다. 차곡차곡 가상현실(VR)로 보존된 지난 특별전, 유물 클로즈업 동영상 등 퀄리티 높은 볼거리가 가득하다. 비대면 시대에 맞춰 부랴부랴 급조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몇 년간 배기동 관장의 주도 하에 박물관의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를 키웠다.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박물관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박물관 소장 콘텐츠를 디지털화하고, 실제 전시에 VR을 접목하면서 ‘스마트 박물관’을 지향해왔다. 이같은 노력이 지금 상황에 빛을 발한 것이다.

온라인 전시관은 박물관 홈페이지 ‘전시’ 메뉴 아래 있다. ‘가야본성’, ‘지도예찬’, ‘황금문명 엘도라도’, ‘칸의 제국 몽골’, ‘왕이 사랑한 보물’,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 등 2017년부터 열린 전시들을 VR로 볼 수 있다. 그래픽이 아닌 실제 전시장을 다각도로 촬영해 만든 것이다. 경주·전주·부여·대구·광주 등 소속박물관 전시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VR 관람은 발품 대신 손품이 든다. 전시장 구석구석 표시된 포인트를 눌러 따라가면서 시간 제한 없이 전시실을 둘러볼 수 있다. 전시품마다 해설도 달렸다.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전을 보다가 모자상 앞의 포인트를 누르자 ‘기원전 3세기 전반 그리스 양식의 추모용 조각상으로 여인의 오른팔에 그녀의 이름 라르티아 벨키네이가 새겨져 있다’는 설명이 뜬다.

‘미술품은 직접 봐야 제맛’이라지만, 엄중하게 관리되는 유물이라면 오히려 온라인에서 육안보다 더 자세하게 볼 수도 있다. 온라인 전시관의 유물 중심 동영상이 그렇다. 손창근(섬유공학53졸) 동문이 재작년 박물관에 기증한 추사의 걸작 ‘불이선란도’ 영상에서 그림 곳곳의 글씨와 인장을 자세히 보여준다. 등장인물이 2,000여 명에 달하는 8폭 병풍그림 ‘태평성시도’를 확대한 영상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신라시대 금제 허리띠에서 좁쌀만 한 디테일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여주기도 한다.

이항복의 호성공신 교서 영상에서는 전문 학예사가 큐레이션을 통해 ‘누런 것은 비단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며 실제로 지나치기 쉬운 고문서의 이모저모를 꼼꼼히 짚어준다.

박물관은 지난 7월부터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기획전을 진행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오랫동안 휴관했다. 이 전시를 축약한 영상도 온라인 전시관에 있다. 관람객을 맞이하기 어려운 때에도 스마트한 박물관의 온라인 전시만큼은 늘 열려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www.museum.go.kr

박수진 기자